[우울증] 한의·양의·심리 종합적 접근 필요

복잡한 사회와 인간관계 속 현대인들은 모두 상처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상처와 스트레스가 오래되면 어느 날부터 괜히 불안하고 초조하며 항상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때로는 아침에 눈조차 뜨기 싫어지고 우울감을 심하게 느끼며 잠도 오지 않고 심하게 무기력한 적도 있다. 처음엔 단순히 일시적 현상으로 생각되어 우울감을 없애보기 위해 기분전환도 해보고 친한 지인에게 상담을 받아봤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감정이 나아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이 생긴 것이다.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의 주요 우울증 진단 기준은 적어도 2주 동안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또는 모든 활동에 있어서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 필수적이며, 부가증상으로 체중감소나 증가, 식욕감소나 증가, 불면이나 과다한 수면, 정신 운동성 초조나 지체, 피로,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자살 등 이중 최소 4가지 이상의 증상을 경험한 경우로 정의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3년 발간한 ‘생활 속 질병·진료행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 중 40, 50대에서 발생빈도가 가장 높았으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우울증 4명 중 하나는 항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18년 75만3011명에서 2022년 100만32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특히나 최근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인해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우울감과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이 더욱 늘었다고 한다.

우울증은 심리적 측면에서 자아 존중감의 부족, 자기 비하, 과거의 큰 상처 등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아를 존중하지 못하거나 비하를 하는 경우에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며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심화된다. 외상(사고, 사별, 배우자의 외도 등) 경험이나 큰 정서적인 충격 역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이다. 또한 업무 스트레스, 대인관계 문제, 금전적 어려움 등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들은 우울증의 발병과 악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우울증에 대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감기처럼 때가 되면 괜찮아질 것’으로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은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높고 일상생활의 수행능력을 저해하고, 사회적 관계와 업무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우울증은 신체적인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울증의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감정악화상태는 콜티솔(부신피질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고갈시켜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우울증은 화병(자율신경실조증)을 유발하여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짐으로 인하여 항상성 유지 기능이 떨어지게 되어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되는 경우가 발생된다.

대표적으로 역류성식도염, 과민성대장, 긴장성 두통, 불면증 등이 있으며 일상적으로는 신경 쓰는 일이 있으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린다든가, 몸이 나른하고 쉽게 피로가 온다. 또한 우울증은 진행성으로 악화될 수 있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러한 위험 요인들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으며,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우울증은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찾아야 한다.

최근 한의학연구원에서도 한의학적 치료를 통한 우울증 치료 및 개선 효과가 있는 연구결과들이 밝혀지고 있다. 한의학적 치료법은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며 일반적으로 한약 요법, 침술요법, 기공요법, 약침요법, 추나요법, 식이요법 등이 포함된다.

각각의 치료법은 환자의 체질과 증상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조합되어 사용된다. 한의학연구원의 연구팀은 다이어트한약으로 많이 이용되는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을 이용한 불안 및 우울 행동감소효과를 확인했으며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하였고 우울증 유발 쥐를 대상으로 꼬리매달기 실험과 강제수영실험을 한 결과 방풍통성산을 투여한 쪽에서 부동시간(immobility time)이 대조군 대비 50% 이상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연구결과 방풍통성산의 우울증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전달과정에서 염증반응, 코르티솔조절이상, 뇌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 축 조절장애에 큰 개선효과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연구원의 발표에서 우울증의 환자에게서 침치료(음곡 곡천에 침을 놓는 간정격 사암침법)를 병행했을 때 우울증으로 줄어든 불포화 지질이 다시 증가했으며 간 효소 AST(간수치) 도 약 32%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우울증 유발과 간지질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렙틴수용체도 1.7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울증 침치료가 렙틴수용체를 활성조절하여 우울증과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동의보감에서 '참고 참다가 피가 타들어가고 애가 닳으니 화병이 나고 울컥하면서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 이는 한의학에서 ‘장조증(臟躁症)’이라 하였다. 장조증은 오장육부가 메말라 비틀어지고 경락이 순환되지 않으니 갑갑하다가 마치 조울증처럼 흥분과 우울이 반복되며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을 의미하며 우울증에서 더 나아간 조울증, 히스테리 단계이다.

이때 급히 처방되는 것이 바로 감맥대조탕(甘麥大棗湯)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처방을 ‘상처로 인해 세상이 온통 비관적이고 슬퍼지며 밤잠을 잘 자지 못하는 깊은 상처의 여성’에 사용했고 설명했으며, ‘때로는 슬피 울기를 잘하며 마치 헛것에 들린 것 같기도 하고 자주 하품하며 기지개를 켜는 노처녀 히스테리의 여성’ 등에도 사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약을 먹은 우울증 환자가 “누군가가 뒤에서 안아주는 듯한 안정감을 느꼈어요”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한편 양의학적 우울증 치료법 중에는 항우울제 등의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있다. 만약 우울증 환자가 무기력감으로 일상이 불가하거나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약물을 복용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심리적으로 힘든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함으로써 무의식의 감정을 차단해 놓을 수 있다. 감정을 차단해 놓고 상처로부터의 회복의 기회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에는 장점이 있다.

건강한 인격체로 잘 자란 성인일수록 자신의 욕구와 처해진 사회적 상황 사이에서 적절하게 조절해갈 수 있겠지만, 항상 그것이 완벽할 순 없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상처가 쌓이고 우울증이 생기겠지만 방치하고 두면 마음의 감기에서 폐렴, 폐암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울증의 치료는 반드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며, 한의학적 치료, 양의학적 치료, 심리치료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는 본인의 감정을 억압하고 회피하면서 병을 키우기보다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한의학적 치료는 우울증의 증상 완화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회복과 체질의 균형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치료라고 볼 수 있다. 

< 한동화 한의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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