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Q 실적 기대치 하회 전망…“올해 수익성 개선 절실”
“중국 리스탁킹 수요 부재로 업황 개선 시점 불분명”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장기간에 걸친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올해도 실적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공격적인 에틸렌 설비 증설 여파로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소재 사업 역시 전방산업 불황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단기간 실적 반등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실적 추정치 등을 반영해 롯데케미칼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롯데케미칼에 대해 중국의 부진한 수요 상황과 크래커(석유화학 생산시설) 증설 지속에 따른 수급 악화 영향으로 지난 연말부터 추가적인 스프레드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목표주가를 기존 17만 원에서 15만7000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은 ‘시장 수익률(Market Perform)’을 유지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4분기 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줄어든 4조8000억 원, 영업적자는 2191억 원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부정적인 래깅 효과가 완화되며 스프레드의 일부 회복이 가능하겠으나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롯데케미칼 주가 상승 배경은 중국 경기 부양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감이지만 경기 부양이 수요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크래커 증설이 전년 대비 상대적으로 줄어들지만 절대 수치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투자 지출이 연간 3조 원 수준으로 만만치 않은 가운데, 업황 악화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 능력이 축소되며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으며 이자비용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도 롯데케미칼의 목표주가를 기존 18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1516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봤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화학제품 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3분기에 발생한 저가 납사 투입효과 소멸 및 일부 제품 재고평가손실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이어 “첨단소재부문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감가상각비 소급 적용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추정치 대비 적자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유의미한 업황 개선 신호 부재…원가 부담 이어져

중국 리스탁킹(재고 확충) 수요 부재 등으로 올해 본격적인 업황 개선 시점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위 연구원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종료로 올해 자본적지출(CAPEX) 금액은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라인프로젝트, EV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롯데알미늄 북미공장 지원금 등을 감안 시 약 3조 원에서 큰 폭으로 줄어들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8월에 승인된 1차 웨이버(Waiver, 일회적 적용 유예)의 유효기간이 2023년 말까지였던 점을 감안하면, 시황 개선 시점이 불분명한 현재 차입금 규모를 대폭 늘리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올해 1월 LCPL 매각 불발에 따른 약 1900억 원의 자금 조달 차질을 감안하면 올해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석유화학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유의미한 신호가 없다며 롯데케미칼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13만 원으로 10% 낮추고, 투자의견도 ‘중립’으로 유지했다. 석유화학산업 전반의 스프레드 약세를 반영해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전망치를 기존보다 11% 낮춘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과잉 상황 하에서는 큰 폭의 유가 하락이 업황 반등의 선결 조건이겠지만 올해 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며 “올해 신규 증설 규모 감소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고유가로 인한 높은 원가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이 추정한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4조7000억 원, 영업적자는 2088억 원이다. 최 연구원은 “에탄 가격 하락 영향으로 영업적자 폭 축소가 가능한 LC USA를 제외하고는 전 화학사업 부문은 전 분기 대비 감익이 예상된다”면서 “4분기 큰 폭의 영업적자로 실적 기저가 낮아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올해도 기초소재와 LC Titan(동남아 법인) 등 범용성 석유화학 사업의 연간 영업적자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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