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범죄 사실 알아도 수사 ‘난항’
텔레그램, 어떤 정부에도 통제받지 않아… 경찰 “새로운 대안 없어”
브라질 및 홍콩 등 텔레그램 제재 나섰으나 ‘실패’… 국제 공조가 답?

경찰청. [일요서울]
경찰청. [일요서울]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강력범죄의 온상이 된 ‘텔레그램’에 대한 제재 방식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도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발생하는 각종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대응을 두고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SNS 플랫폼 ‘텔레그램’에 대한 제재 방식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는 상황이다. 텔레그램은 특정 국가에 기반을 두지 않기에, 국가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최초부터 검열이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이런 특징은 사용자에 따라 순기능과 부작용으로 나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악용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서비스인 텔레그램은 명확하게 법적 책임 소재를 지닌 주체 기업이 없다. 

인터넷 통신망이 발전하면서 국가 경계가 자유로워진 만큼 텔레그램의 특정 부분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거나 피드백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범죄를 저지른 개별 사용자를 처벌하거나 특정 주소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이어왔다.

SNS 플랫폼이라는 특성상 차단의 기준도 모호하다. 메신저 서비스이기에 사생활 보호가 기본규칙인 만큼 국민의 사적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나아가 불법 채팅방 필터링과 같은 기술은 현재로서는 고도의 기술로,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정부의 텔레그램 서비스 차단 또한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되지만, 현재처럼 특정 IP주소를 막는 방법이라면, 다른 불법 앱의 상황처럼 이용자들이 VPN(가상 사설망)을 통해 IP주소를 우회하여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텔레그램 앱에 노출된 정보만으로는 피의자 신원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해 협조를 구해야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은 현재까지 어느 정부를 상대로도 수사 협조를 진행하지 않았다.

손도 못 대고 있는 한국 상황

현재 국내법상 메신저 서비스에서 이뤄진 사적 대화 관련 차단이나 신원 파악을 시도하면 과도한 규제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 강력범죄 수사라는 명분이 있지만, 다수 사용자의 사생활을 침해해야 한다.

심석태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YTN에 “사전 예방을 위해 모니터링을 한다면, 한쪽이 대중의 SNS 대화 내용을 알 수 있고,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SNS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텔레그램은 사업자와의 접촉 자체가 어려운 이유로 제재가 대부분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유통을 막기 위한 ‘N번방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이 2021년 12월부터 시행됐으나, 텔레그램은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당시 전문가들도 “N번방 방지법이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 자문한 바.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었다.

텔레그램. [뉴시스]
텔레그램. [뉴시스]

세계는 지금 텔레그램 홍역

이와 같은 문제는 텔레그램뿐 아닌 미국의 유사한 플랫폼 서비스 ‘텀블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원천적으로 다운로드를 차단하는 방법이나, 실질적인 규제법을 다양하게 논의하기도 했다

이어 특정 테러리스트 검거를 위해 애플에 아이클라우드 해체법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애플이 이를 거부했고, 이스라엘의 전문 관련 업체의 해법을 구입해 문제를 해결했었다.

홍콩에서는 2020년 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일부 해외 사이트를 차단했다. 보안법에 따라 경찰에 인터넷 검열 권한이 주어졌으며, 지난해에는 개인정보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텔레그램 접속 차단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지난해 텔레그램 접속을 차단하고자 했다. 텔레그램 측이 브라질 사법당국의 협조 요청에 답변하지 않으면서, 브라질 대법원은 구글과 애플 및 지역 통신 사업자에게 브라질 내 텔레그램에 대한 접속 차단을 명령했다.

독일의 낸시 패이저 내무부 장관도 코로나19 사태 때 일부 백신 반대론자들이 독일 작센주 주지사 암살을 두고 텔레그램을 통해 모의한 사실이 밝혀지며 “유럽 연합(EU) 내 다른 국가들과 텔레그램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기관 경찰청 “변한 건 없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텔레그램 관련 성범죄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인터폴 등과 공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임의수사가 힘들 때 강제수사가 가능하지만, 텔레그램은 애로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과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전한 한계점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경찰청장이) 발표한 경찰 대안에서 현재 시점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라며 “현재도 같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텔레그램은) 직접적으로 수사가 불가능하고, 특정 기업만을 대상으로 특별한 방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라면서 “특히 외국 기업인데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공조 역시 불가능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텔레그램의 강력한 익명성 보장 정책 악용에 다른 국가는 물론 한국정부와 경찰 등 수사기관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텔레그램과의 수사 협조가 어려운 상황이라도, 각종 강력범죄를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 날로 범죄 피해자가 증가하는 만큼 자체적인 대안 마련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