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농가 생존권 사수 대정부 투쟁위원회가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꿀벌 집단폐사 관련 정부차원 실태조사와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양봉농가 생존권 사수 대정부 투쟁위원회가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꿀벌 집단폐사 관련 정부차원 실태조사와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최근 지난해부터 양봉 농가 꿀벌들의 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양봉 농가가 기르는 벌통 속 꿀벌 수십억 마리가 겨울 동안 얼어 죽거나 사라지면서 농가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 게다가 지난해 꿀벌 78억 마리가 사라진 데 이어 올해는 그 이상 실종이나 폐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농가는 더욱 깊은 시름에 빠졌다.

양봉 농가 관계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벌꿀 흉작을 농업 재해로 인정하라”면서 “꿀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양봉직불금 등의 대책을 내놓으라”는 궐기대회까지 진행한 상황이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꿀벌 실종 사태의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아니라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꿀벌 해충 ‘응애’를 주요 원인으로 꼽으며 지난 2월22일 꿀벌 피해 발생의 만성화의 방지 정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월동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해 9~11월 약 40~50만 봉군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2월 꿀벌 사육 봉군 수는 247만 봉군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8.2% 줄었다. 농식품부는 양봉 농가에서 오랜 기간 ‘플루발리네이트’ 성분의 방제제를 사용해 해당 성분에 내성이 생긴 응애가 확산했고, 꿀벌 폐사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응애는 꿀벌 전염병인 ‘꿀벌응애 감염증’을 일으키는 해충이다. ‘꿀벌응애 감염증’은 꿀벌의 번데기 시절인 유충과 성충의 벌에 진드기의 일종인 꿀벌응애(바로아지콥스니, Varroa jacobsoni)라 불리는 기생체가 붙어 체액을 빨아먹는 현상을 말한다. 벌에서 벌로 또는 벌에서 벌집, 식물의 표면, 꽃 등을 거쳐 전염되며, 벌이 꿀을 따는 채밀기에 감염되지 않은 봉군이 감염된 다른 봉군의 벌에 의해 전파되기도 한다.

모기처럼 암컷이 벌에 달라붙는데, 감염된 꿀벌의 등에 빨간 혹처럼 드러나기에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감염된 꿀벌 성충은 정상 대비 많게는 30% 이상 체중이 감소해 발육이 저하되고 심하면 불구에 이르는데, 대개 날개나 다리가 작아지는 등의 기형이 발생해 기어 다니게 되거나, 먹이활동을 하고서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응애는 기온이 높아지는 초여름부터 수가 늘다가 9~10월경에는 벌통에 피해를 주는 수준으로 증식하므로 여름 중 적극 방제를 하는 것이 좋다. 최근까지는 화학적 방제제로 스트립(플루바리네이트)제가 널리 사용되었으나, 농정 당국이 플루바리네이트 성분의 내성에 응애가 적응해 꿀벌 피해가 늘었다고 발표한 까닭에 올해부터는 다른 성분의 약제, 그리고 친환경적 방제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 생물학자는 “농식품부는 응애 방제 실패라고 하지만, 기후변화, 밀원 수 부족, 살충제, 말벌 등 다양한 문제가 종합적으로 벌어져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라고 진단하며 “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농식품부뿐만 아니라 산림청, 환경부 등 다양한 부처가 지속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꿀벌 집단폐사에 뿔난 양봉 농가들이 정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양봉전담팀’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전담 조직 가능성은 희박해 난항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꿀벌이 양봉산업뿐만 아니라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다양한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양봉협회 관계자는 “전체 양봉산업을 생각한다면 전담팀이 필요한데 정부 인원이 한정돼 있어 부서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체 양봉산업을 생각한다면 전담팀이 필요하고 최소한 전담자라도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와 한국양봉협회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조직의 양봉산업 담당은 2명의 실무진이 축사시설, 축산물 업무를 같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양봉 농가들은 관련 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양봉 농가에서 현안이 있으니 조직이나 인원을 늘려달라고 하는데 현황이 있을 때마다 조직을 늘릴 수는 없고 최대한 기존 조직을 운영하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라며 “무엇보다도 꿀벌의 중요성을 알기에 복구 대책과 여러 지원책을 발표했고, 이를 차근차근 실행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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