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권 vs 매물 신뢰성 "중고차 시장이 달라진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중고차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만큼 업계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소비자들도 기대감을 드러낸다. 매물 신뢰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기존 업체들은 여전히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달부터 중고차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오는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5년·10만㎞ 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200여 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선별한 후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한다. 성능·상태 검사를 기반으로 차량 가치를 평가해 판매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제시할 계획이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권고안을 통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매월 5000대 내에서 시범 판매할 것을 지시했다. 현대차그룹 외에도 롯데렌터카, 카카오모빌리티도 자체 플랫폼을 통한 중고차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2021년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해 56.1%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지만 부정적인 의견은 16.3%에 불과했다.

그동안 중고차 구매 과정에서 허위매물, 불투명한 가격 산정, 사고 이력 조작 등으로 불만이 컸던 소비자들이 대기업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을 통해 구매 피로감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피해구제는 총 455건이다. 그 중 ‘차량 성능·상태 불량’이 45.5%로 제품 품질 관련한 문제가 가장 많았으며 ‘서비스’ 관련 문제는 30.1%를 차지했다. 또 ‘사고정보 및 침수 차량 고지 미흡’, ‘주행거리 및 모델 등의 상이한 정보제공’이 그 뒤를 이었다.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만난 윤 모 씨는 "희망 차량이 현대기아차가 아니라 이곳을 찾았다. 믿고 사야할 지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믿지 못하는 이유가 있냐고 묻자 그는 "유튜브를 통해 중고차 사기 사례를 자주 봤다"며 "중고차 판매 딜러 사원 소수의 잘못일 수는 있지만 목돈을 내는 소비자로서는 불안하다"고 했다.  

- '고금리·대기업 진출' 중고차 업계 울상

반면 기존 중고차 업체는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며 울상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는 "중소벤처기업부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30만 명의 생존권을 사실상 외면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대기업으로 시장이 독점돼 필연적으로 비용과 가격이 상승해 노동자와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급격히 가중될 것"이라며 "5년, 10만㎞ 내 중고차를 대기업이 독점하면서 시장의 양극화로 인한 문제점도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무한경쟁의 벼랑 끝으로 몰려있다"며 "새로운 정부는 이제라도 중고차 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리 인상도 중고차 딜러들에게도 유탄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3.25%까지 올리면서 중고차 할부 금리도 신용등급에 따라 최고 20%에 육박하면서 거래 절벽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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