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기차 및 국산 배터리 …IRA 앞에 희비 엇갈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다. 미국이 이 법을 발동하몀서 현대치 및 기아 등 국내 전기차 생산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다. 미국이 이 법을 발동하몀서 현대치 및 기아 등 국내 전기차 생산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막론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원칙 아래 소비자들의 구매를 돕기 위한 전기차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국산차의 최대 수입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이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한해서만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현대차와 기아 등 국산 전기차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국내로 들여오는 중국산 전기차의 내수시장 판매 비중 확대를 두고 일각에서는 ‘형평성 있는 지원책’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국 전기차 미국 판매 줄어들까…외교부, 미국에 법집행 유연성 요청

IRA 뭐길래, 중국 업체 빠진 빈틈…국내 배터리 업계 진출 ‘기회’ 엿봐

올 상반기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 등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순위가 2위로 올라섰다. 압도적 1위를 차지만 테슬라가 지난 6월까지 총 21만5000대를 판매했고, 아이오닉5와 EV6 등을 앞세운 현대차그룹이 3만4828대로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을 전초기지로 두고 있는 포드는 2만3042대 판매에 그쳤고, 뒤를 1만6733대를 판매한 폭스바겐그룹이 이었다.

이렇게 현대차그룹이 미국내 전기차 판매 확대에 나서는 사이,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량에만 세금 혜택을 적용키로 결정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동에 나섰다. 이는 북미에서 생산·조립되는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세제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내년 1월부터는 일정 비율 이상의 미국 생산 배터리와 원료가 되는 주요 광물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되고 있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를 비롯해, 제네시스 GV60이나 코나EV 그리고 기아의 EV6와 니로 EV 등이 기존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미국의 결정에 따라 세제 혜택에서 제외된 아이오닉5나 GV60 및 EV6 등은 판매 경쟁에서 뒤처질 상황에 놓였다. 그간 아이오닉5는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통해 3만9950달러에 판매되고 있었으나, 이번 美정부의 결정에 따라 4만7450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는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 테슬라 모델3 미국 판매 가격인 4만6990달러 보다 비싼 가격이다.

이에 국내 관계부처와 현대차그룹 등에 비상이 걸렸다. 외교부가 나서서 즉시 미국에 “IRA 관련법 집행에 따른 유연성”을 요청앴다. 외교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현대차그룹의 핵심관계자들을 만나 미국과의 협의 방안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산 전기차울상중국차 한국 시장 확대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는 국산 차량뿐 아니라 수입 업체의 차량까지 보조금 지급이나 세제 혜택 등이 적용되고 있어 “중국산 전기차에 보조금 퍼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최근 BYD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특히 승용차뿐 아니라 중국산 1톤 트럭을 포함한 소형 트럭에도 전기차 보조금 적용이 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중국산 전기버스까지 보조금 지원이 확대되면서, 올 상반기 기준 중국산 전기버스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94%나 증가했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국내에서 지난해 6월까지 판매량 148대에 그쳤지만 올해는 지난 6월까지 총 436대가 팔렸다.

눈여겨 볼 점은 중국에 판매되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나 세제 혜택이 없다는 것.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 차량에만 국한해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들은 국내에서 세제 지원 등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차를 선호하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지만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국산 차에 대한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주는 국가의 차량을 수입할 때 혜택을 주는 것은 원칙에 맞다”라면서도 “한국산 차량을 자국 내에 수입할 때는 세금 혜택이나 보조금 지원에서 제외하고 자국의 차량을 한국에 수출할 때는 혜택을 받겠다고 하니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소리를 높였다. 한국 정부의 무차별 전기차 보조금 정책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는 “기획재정부 및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기차 보급물량을 대폭 늘리고 고성능 및 보급형 전기차 지원 확대를 위한 2022년 개편안을 마련했다”라면서 “이는 전기차나 수소차 등 무공해차 전환 가속화 필요성과 대기환경 개선효과 제고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와 완성차 업체 및 수입사 등 이해관계자간의 논의를 통해 마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배터리 업계, IRA 발동 뒤에서숨은미소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울상을 짓는 동안 국내 배터리 업계는 말없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의 IRA가 발동되면서 그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의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중국계 배터리 기업들의 진출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인 CATL과 BYD 등은 그간 테슬라 자동차와의 협약을 포함해 유럽계 자동차 기업과 자국 내 완성차업체와의 계약 등으로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글로벌 판매량 1위를 달리는데 일등 공신을 자처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부터 이어진 대규모 인플레이션 사태가 미국을 뒤덮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고, 인플레이션 안정화를 통한 자국 기업의 회복을 우선으로 내걸었다. 이는 대부분의 배터리 원료를 미국 외에서 조달하고 중국 등에서 생산해 온 중국 배터리 업체에는 날벼락과도 같은 결정이다.

K배터리를 대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그리고 삼성SDI 등은 미국 내 공장 건설을 비롯해 미국계 자동차업체와의 오랜 협약 등으로 새로운 기회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배터리 원료 가운데 주요 광물이 여전히 중국으로부터 조달되고 있어 공급처의 다양화 및 다변화가 숙제다.

배터리 및 주요 배터리 부품 소재의 출처가 미국이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로 한정된다. 해당 국가로부터 채굴 및 가공된 원료 비율이 40%를 넘어서야 세액공제 대상이 될 수 있고 오는 2024년부터는 해마다 10%씩 높여 오는 2027년에는 80%까지 비율이 오르게 된다.

한편 이번 미국의 IRA 관련법을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 배제를 위한 미국의 고집에 동참하기보다 외교부가 나선 만큼 외교적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대 무역 대상국인 미국의 흐름에 동참해야 하면서도 경제 협력국인 중국을 배제할 수는 없어서다. 또한 미국 역시 지난해 테슬라가 CATL 및 BYD 등과 100만 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만큼 당장 중국을 완벽하게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에 가장 많이 판매한 전기차 아이오닉5. [이창환 기자]
현대차가 미국에 가장 많이 판매한 전기차 아이오닉5.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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