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주택 (뉴시스)
반지하 주택 (뉴시스)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서울시가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사는 일가족 3명이 폭우로 고립돼 사망한 이후 지하·반지하 거주민을 위한 안전대책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지하실은 원래 거주용이 아니어서 지하실을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었고 반지하 방식으로 주거용 건물을 짓는 것도 불법이었다. 그러나 수도 서울의 인구가 급격히 팽창해 주택난이 극심했기에 1984년 지하층 규정이 완화되면서 반지하 주택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정부는 1990년대 초반에 채광이나 환기 등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면 주거용으로 합법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했다.

집주인이 집을 지을 때 한 층을 더 올리지 않고 굳이 반지하를 만드는 이유는, 일반 주택은 4층까지만 허가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지하는 지하로 분류돼(지층) 층수에 포함되지 않아 공식적으로는 4층이지만 실제로는 반지하를 포함해 총 5개 층으로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다.

세입자의 입장에선 반지하가 전·월세 가격이 저렴하고 그 지역이 재개발될 경우 반지하도 주택으로 인정받아 입주권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서울 강남 지역에 큰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시는 신규 건축물에 대해 반지하 신축 금지 정책을 꺼내 들었고 신규 주택 보급과 재개발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반지하 비율을 점차 줄여나가기로 했다. 실제로 2010년 기준 서울에서 약 30만 가구가 반지하에서 살았는데 2022년 기준 약 20만 가구로 줄어들었다. 다만, 현재 서울 시내에서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지하·반지하는 약 20만849가구로 전체 가구의 5%를 차지하고 있기에, 여전히 서울에서 20가구 중 한 가구는 반지하에서 사는 셈이다.

그러한 가운데 올해 중부권 폭우 사태로 반지하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해외 언론까지 주목하는 상황이 됐다.

2010년에 이어 지난 8월 다시 서울에 엄청난 폭우가 내려 관악구, 동작구, 구로구 일대의 많은 반지하가 침수 피해를 입고 장애인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참사까지 벌어졌다.

이에 서울시는 마침내 앞으로 새로 짓는 주택의 경우 지하와 반지하는 주거 목적으로 전면 불허하고, 이미 허가한 반지하도 20년 안에 모두 없애기로 했다.

2012년 개정된 건축법 제11조에는 ‘상습침수지역 내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그러나 시는 앞으로 상습 침수나 침수 우려 구역을 불문하고 지하층에는 사람이 살 수 없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침수 피해를 본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으로 건축법을 개정해 지하·반지하의 ‘주거 용도’를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할 예정인 것.

시는 집중호우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을 20년 내 차례로 없앨 예정이며 현재 반지하 거주민 20만 가구가 추가 부담 없이 고품질 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반지하 거주민을 위한 ‘특정 바우처’를 신설하고, 주거급여 확대도 추진한다. 반지하에 사는 가구가 지상층으로 옮길 때 월세를 최장 2년간 20만 원씩 지급하고, 정부와 협의해 기준중위소득 46% 이하 저소득 가구의 ‘주거급여’도 대상과 금액을 모두 확대함으로써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시는 반지하에 월세를 주던 집주인들이 비주거용 전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용도 전환 시 리모델링을 지원하거나 정비사업 추진 시 용적률 헤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세입자가 나가고 빈 공간으로 남는 지하·반지하에 대해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주민 공동창고나 지역 커뮤니티시설 등 비주거용으로 용도를 바꿔 나가는 사업을 이어간다. 민간이 반지하 주택을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집주인에게도 큰 피해가 가지 않을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시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반지하 거주 가구를 포함한 ‘주거상향지원 사업’을 통해 공공 임대주택 2610호를 공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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