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지각 변동 그리고…지리자동차의 글로벌 투자 교두보 

유럽에 수출되고 있는 XM3의 모습. [르노코리아]
유럽에 수출되고 있는 XM3의 모습. [르노코리아]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최근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코리아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와 함께 주주 지분에도 변동이 생겼다. 그간 르노그룹이 80.1%, 삼성카드가 19.9%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중국의 자동차 부문 최대 민영기업인 지리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리자동차가 르노코리아의 신주 매입에 나서면서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지리자동차의 행보를 주목하고, 국내 완성차업계에서는 긴장 속에 지켜보는 분위기다. 

르노코리아의 자동차 시장 ‘반격’ 핵심은 볼보의 CMA 플랫폼 기술
르노코리아의 매력은… 미국 및 유럽 진출에 용이한 글로벌 ‘지위’

르노코리아가 발행한 신주 인수 방식으로 지리자동차가 차지한 르노코리아의 지분은 34%에 이른다. 이로 인해 지분변동이 발생했다. 프랑스 르노 본사는 르노코리아의 52.9% 지분을, 삼성카드는 13.1%의 지분을 갖게 된 것. 지리자동차는 단번에 르노코리아의 2대주주로 올라섰고, 업계에서는 자동차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측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지분 인수 나선 지리자동차는 어떤 기업?

지리자동차는 2010년 볼보자동차(승용차 부문)를 인수했다. 이후 신차 공동개발에 나서면서 합작으로 만들어낸 순수전기차 폴스타2는 볼보의 부품을 50% 이상 공유하면서도 폴스타만의 강점을 살려낸 차량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폴스타2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별안간에 수입 전기차 부문 1위에 올랐다. 

국내 완성차업체가 지리자동차의 르노코리아 지분 인수를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유다. 양사의 협력 관계는 앞서 폴스타2와 유사한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르노코리아와 르노그룹 및 지리그룹 등은 한국 내수시장 대응을 위한 친환경 하이브리드 신차 등 합작 모델을 국내 연구개발 및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내수시장(수출 제외)에서 4~5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르노코리아지만 지리자동차와 공동 개발에 나서게 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됐다. 르노코리아와 지리자동차는 오는 2024년부터 선보일 예정인 합작 모델의 내수 판매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지리자동차와 함께 CMA 플랫폼 기반 친환경 신차 개발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CMA 플랫폼은 디젤이나 가솔린 기반의 내연기관 자동차뿐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까지 모두 대응이 가능한 자동차플랫폼으로, 앞서 볼보자동차가 개발했다. 

지리자동차가 볼보자동차와 공동개발을 통해 출시한 전기자동차 폴스타2. 국내 출시 후 수입전기차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창환 기자]
지리자동차가 볼보자동차와 공동개발을 통해 출시한 전기자동차 폴스타2. 국내 출시 후 수입전기차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창환 기자]

르노코리아와 지리자동차 ‘공동개발’ 시너지 넘어 ‘가뭄에 단비’ 

가장 기대되는 점은 르노코리아와 지리자동차가 협력 관계를 통해 서로에게 어떤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을까에 있다. 르노코리아는 2018년부터 노사 임금단체협상 합의안 도출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발과 시장 대응에 뒤쳐진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고개를 넘었으나, 코로나19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국내 기술력 기반으로 개발된 중형 SUV QM6 LPG모델과 소형 및 준중형 SUV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XM3 등이 있지만 연간 10만대 생산량을 채워오던 닛산 로그가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황. 이런 가운데 2년 안에 친환경 기반의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에 지리자동차의 CMA 기술협력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이다. 

이는 지리자동차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개발 및 생산 능력은 이미 입증된 바 있으나, 중국차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다. 특히 중국의 전기차 판매 대부분이 이웃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나 자국 내에 한정돼 있고,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생태계 구조상 유럽이나 북미로 진출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수준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다만 지리자동차는 볼보자동차를 비롯해 영국의 스포츠카 로터스와 독일의 프리미엄 경차 스마트 등을 인수해 범위를 확장해 왔다. 이후 폴스타2라는 합작물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며 한국 내수시장에서 저력을 과시했다. 르노코리아가 가진 매력은 미국과 유럽 진출이 용이한 글로벌 ‘지위’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한국과 미국 간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관세 등의 이점이 있으며, 르노 브랜드 자체의 유럽 확장성 역시 중국이 탐내는 점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도 지리자동차의 르노코리아 지분 확보 및 협력 관계는 양사의 성장에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이어진다. 

윤석열 정부, 민간주도 성장…친환경 자동차 고도화 타이밍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내건 민간주도성장 정책과 더불어 외국인 투자 활성화 및 외국인 투자기업 맞춤형 R&D 지원제도 등에 대한 산업계의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새정부에서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상황. 

르노코리아를 향한 르노나 지리그룹 등 글로벌 기업의 투자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생태계 고도화에 나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움직임도 이와 결부된다. 아울러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지양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 교통체계로의 전환을 국정과제에 담아 정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르노코리아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창양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은 지난 18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만나 “저성장을 극복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하기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 산업의 역동성 회복이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정책 파트너로서 산업계와 함께 기업 성장전략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계의 주도적인 성장에 정부가 파트너로 성장을 돕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 및 기술진보 수준에 맞게 규제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통한 산업계 일대의 변혁이 예고된다. 지리자동차가 시의적절하게 르노코리아를 찾아온 셈이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신임 사장이 르노코리아자동차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신임 사장이 르노코리아자동차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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