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청, 사도 소유주 소송에 ‘과태료 때리기’로 대응

주민들이 걸어다닐 제대로 된 인도 조차 완벽하게 확보되지 못해 유모차가 차량이 통행하는 협소한 공간을 통해 아파트를 나오고 있다. [이창환 기자]
주민들이 걸어다닐 제대로 된 인도 조차 완벽하게 확보되지 못해 유모차가 차량이 통행하는 협소한 공간을 통해 아파트를 나오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동작구청이 소유주에게 통보도 없이 주택조합과 아파트 시공사 등이 사도를 아파트 진입로로 편입시켜 설계한 내용을 그대로 허가해 주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동작구청과 동작구1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 건설사 KCC 등이 얽혀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보완 사항을 의결했으나, 동작구청이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통영향 평가 ‘보완’ 의결…동작구는 “조합에 전달했다” 해명
동작구 vs 사유지 측 소송전으로 확대…동작구청 소송대리인은 누구?

지난 12일 일요서울은 서울시 동작구 소재 재건축 아파트를 찾았다. 재건축 사업으로 지어진 이수스위첸포레힐즈 아파트 입구 인근에서는 어린 자녀들을 동행한 부모가 도로위로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때로는 갓난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끌고 무단횡단 하는 아찔한 경우도 목격됐다. 

그런가하면 좁은 폭의 도로 하나를 두고 양쪽에서 나타난 차량들이 나가는 쪽이 먼저인지, 들어오는 쪽이 먼저인지 어찌할 바를 몰라 헤매는 모습도 포착됐다. 언뜻 주변에는 충분히 넓은 공간이 있어 보였으나 도로 일부가 막혀 차량 통행이 가능한 공간은 협소했다. 좌우 차량들이 양보해야만 통행이 가능했고, 그 사이로 간신히 보행자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366세대 신축 아파트로 지어진 이수스위첸포레힐즈에는 절반가량의 주민들이 입주한 상태지만 해당 아파트로부터 외부로 나오는 횡단보도는 끊겼고, 도로는 통행을 막아둔 펜스와 말뚝 때문에 차량의 출입이 쉽지 않았다. 더욱이 해당 아파트보다 먼저 지어져 입주가 완료된 178세대의 이수교KCC스위첸 아파트 주민들은 덩달아 통행의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주민들은 먼저 지어진 곳을 스위첸 1차(이수교KCC스위첸), 나중에 지어진 곳을 스위첸 2차(이수스위첸포레힐즈) 등으로 편하게 부르고 있었다. 일요서울과 만난 한 주민은 “스위첸 1차에 살고 있는데 2차가 들어오면서 여간 불편하고 위험한 게 아니다”라며 “단지 입구의 도로는 끊겼고, 인도는 없어서 보행자가 도로 위로 지나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안전과 도로 여건을 고려해서라도 해당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하지만 주무 관청인 동작구는 뒷짐을 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6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교통정책과에서 제40차 교통영향평가 심의위원회가 열렸고 해당 사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다. 심의결과는 ‘보완’. 서울시는 심의 내용 세부 사항을 동작구 등에 전달했다. 

앞서 유모차가 지나온 같은 곳으로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앞서 유모차가 지나온 같은 곳으로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서울시, “민원 발생, 동작구 책임 하에 해결하라” 보완 권고

심의위 의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회전교차로 계획은 사도에 저촉되는 바 권리확보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해당 사도 소유자와 협의 후 대안을 제시 할 것, 둘째, 구조적 변경불가를 사유로 미반영된 검토의견에 대해서는 최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 등을 언급했다. 그 외 사업구역과 관련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작구청은 이에 대한 보완에 나서지 않았고 현재까지 5개월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사도와 아파트진입로로 나뉜 도로로 가로지르며 차량과 함께 통행하고 있다. 위험천만한 상황이 지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입주는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어떤 입장일까.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건축 관련 2012년에 최초 심의를 진행했고, 지난해 12월 변경 심의가 들어왔다”라며 “당시 공정이 90%정도 진행돼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었는데 요건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동작구청 등에 확인한 것은 사유지에 회전교차로 설치를 하는 것으로 설계를 했는데 그 사유지(사도) 주인이 나타나 못 쓰게 한다는 것. 서울시는 이에 대해 회전교차로 예정 위치가 사유지이므로, 임의 설치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사유지 소유자와 협의를 진행하라고 조언했다. 또 협의 완료 후 마무리 공사를 진행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동작구와 조합 측은 서울시에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밝혔다는 것.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한 것은) 동작구와 조합 측이다. 이쪽에서 접촉을 했으나... 결국은 돈 문제 때문이라고 하더라”라며 “토지 소유자는 엄청난 비용을 부르고 자기들이 부담할 수 있는 돈은 그렇고(적고) 하지만 공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아파트 진출입이 불가하므로 동작경찰서와 협의해서 현재 그대로 사유지를 건드리지 않고 현황도로 형태로 가지고 왔다”고 설명했다. 

동작구청이 사도 소유자에 통보나 논의도 없이 허가해준 해당 아파트 입구 앞 사유지를 아파트 주민들은 통행로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조합과  KCC가 사도 소유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사도 소유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창환 기자]
동작구가 사도 소유자에게 통보나 논의도 없이 (설계상 아파트 진입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해당 아파트 입구 앞 사유지를 아파트 주민들은 통행로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조합과 KCC가 사도 소유자를 상대로 낸 사도법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사도 소유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창환 기자]

의문1. 동작구는 서울시 보완 권고 ‘왜’ 무시했나

하지만 일요서울 취재결과 동작구는 서울시의 교통영향평가 결과 ‘보완’ 내용을 받아들고도 사도 소유주와 주택조합 또는 건설사 간의 의견 조율이나 협상 테이블을 구성하지 않았다. 동작구청 주택과는 “조합 측에 내용을 전달해 조율 또는 문제 해결을 권고했다”고 했으나 사도 소유자에게 접촉한 사례는 없었다. 엄밀히 해당 심의 결과 ‘보완’ 내용에 포함된 어떤 사항도 이행되지 못했다. 

오히려 마무리 공사는 강행됐고, 사도 소유주는 “이대로 있다가는 소유 부지와 권리를 모두 빼앗기겠다 싶어 펜스를 설치하고 ‘볼라드’라 불리는 말뚝을 쳤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도 소유주는 해당 위치에 볼라드와 펜스, 컨테이너 가건물까지 설치했다. 이때는 동작구 주택과가 아닌 도시계획과에서 나와 말뚝 등을 불법 가설물로 단정하고 과태료까지 부과했다.

의문2. 동작구는 해당 설계도를 ‘어떻게’ 허가했을까

취재 과정에서 어떻게 사도 문제 해결 없이 허가를 받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동작구청이 내민 자료에 따르면 공사 진행을 앞둔 당시 해당 부지의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았고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데다 이미 사도(개인 소유로 된 도로)로 사용되고 있었기에 허가를 내주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왜 지난해 12월 동작구청은 다시 교통영향평가를 받았을까.

서울시에 따르면 교통영향평가는 해당 구청 등이 제시한 현황에 대해서 교통영향을 판단해서 (발생 문제에 대해)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이다. 교통영향평가의 최종 목적은 건축 인허가로, 건축 인허가를 내기 위한 중간 프로세스에 해당한다.

의문3. 동작구는 서울시 조언에도 문제 발생 예측 못했나

서울시는 해당 아파트 건축을 앞두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문제에 대해 짚은 바 있다. 서울시 측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동작구에 적극적으로 대안을 요청했고 향후 준공이 되고 나서라도 사유지 확보를 위한 향후 방안을 마련하라고 전달했다”라며 “그래서 교통영향평가 시 보완서에 그런 내용도 적시했다. 또 권한은 없으나, 일부 금액을 동작구에 예치하고 토지를 확보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또한 “문제 발생 등 주어진 여건 속에 공사 진행을 하더라도 동작구청과 조합 책임 하에 분명히 민원을 해결하라고 했다”라며 “이에 대해 동작구청과 조합 등은 해당 심의 의결 보완서에 확답을 하고 받아나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유주 측은 조합과 KCC건설로부터 자신의 사유지(사도) 내에 볼라드 등의 구조물 설치와 관련 ‘도로 통행을 방해하는 일체의 구조물을 철거하라’며 소송을 당했다. 하지만 소송 결과, 법원이 사도 소유자의 손을 들어주며, 조합과 KCC는 패소했다. 그럼에도 동작구청은 해당 구조물을 두고 “불법 구조물”이라며 ‘과태료 때리기’에 나섰다. 

현재 사도 소유자 측은 동작구청을 상대로 ‘사업시행인가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오는 7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동작구청은 사도 소유자를 지난 2월18일 ‘사도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서울시 교통영향평가 의결 내용으로 동작구에 보완 사항을 권고했으나, 동작구는 사도 소유주 측과 협조를 위한 논의보다는 고발을 선택했다. [이창환 기자]
서울시 교통영향평가 의결 내용으로 동작구에 보완 사항을 권고했으나, 동작구는 사도 소유주 측과 협조를 위한 논의보다는 고발을 선택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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