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2022년 대통령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복잡한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차기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등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에 이번 대선도 선거 막판에 가서야 윤곽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각종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이른바 이핵관(이재명 핵심 관계자)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으로 비상이 걸렸다. 일부 측근이 신중치 못한 행동으로 비판을 받거나 당내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지지율 상승을 위해 그 어느때보다 원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핵관으로 불리는 이들이 중심에 서 논란을 일으키는 등 측근 관리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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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반발 이핵관 탈당 종용 정청래...“안 나가
이준석 vs 윤핵관 정면충돌...꺼지지 않는 신경전 여전

내치기도 그렇고, 안고 가기도 그렇고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 당내 갈등이 분출되면서 원팀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이른바 핵관’(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청래가 쏘아올린 이핵관논란

민주당은 때 아닌 이핵관’(이재명 핵심 관계자)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다가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이핵관이 찾아와 민주당 탈당을 종용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실제 강성 친문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 의원은 지난 18일 밤 페이스북에 이핵관이 찾아왔다이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탈당하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고 탈당 권유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 후보 측근을 최근 논란이 된 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 빗대 이핵관으로 지칭한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 달 동안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당이 나를 버려도 나는 당을 버리지 않겠다며 탈당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정 의원에게 누가 뭐라고 했는지는 내가 아는 바가 없어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의원은 이핵관이라는 표현은 불필요하게 당내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정 의원의 잘못으로 이 후보와 당 전체가 곤욕을 겪고 있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정 의원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솔직히 차마 말은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자진해서 탈당해줬으면 하는 의원분들이 주위에 많을 것이다. 지금처럼 선당후사가 필요한 때가 언제냐라며 공개적으로 탈당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내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갈등을 빚었던 이낙연 전 대표 등과 원팀을 이뤘지만 친문 강성파와 이핵관간의 잡음은 곳곳에서 새어나왔다. 이 후보 선대위 대변인이 문파’(강성 친문 지지층)가 이 후보를 음해할 목적으로 이 후보의 욕설 영상을 조작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핵관으로 지목받는 이 후보 선대위 현근택 대변인은 지난 18일 강성 친문 지지층들이 이 후보가 욕설하는 딥페이크 영상(특정 인물의 얼굴, 목소리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합성하는 편집물)을 제작해 배포할 것이라는 음모론을 공유했다. 친문계가 이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가짜 동영상을 제작·유포할 것이란 얘기다.

방송인 김어준씨도 다음날인 19일 자신의 라디오 방송에서 이 음모론을 언급했다. 그는 유력 유포 루트 중 (하나가) 소위 대깨문이라고 하는 친문재인을 내걸고 반이재명활동을 하는 그룹이라고 했다. 그는 AI(인공지능)가 이 후보의 극단적인 욕설을 흉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 안팎에서 이 후보와 친문 당원들 간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는 시각이다.

한 친문계 인사는 민주당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이 이 후보의 문재인 정부 차별화 전략에 분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은 이 후보는 단 한 번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넘은 적이 없다이 후보의 지지율이 30% 중반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우리 지지층도 제대로 아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친문계와 이핵관이 충돌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불교계를 자극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당 이핵관(이재명 대선 후보의 핵심측근)으로부터 자진 탈당을 권유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뉴시스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불교계를 자극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당 이핵관(이재명 대선 후보의 핵심측근)으로부터 자진 탈당을 권유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선대본 참여, 불발 윤핵관이 원인?

반면, 국민의힘은 오랫동안 윤핵관으로 몸살을 앓았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는 윤핵관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등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다만 윤 후보가 정권교체를 앞세워 이 대표와의 갈등을 해소한 바다. 게다가 대선을 60여일 앞두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기도 했다. 기존 선대위 조직을 해산시키고, 조직·정책·전략·홍보 정도의 핵심 기능만을 가진 초슬림 선거대책본부 체제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지목받아온 권성동 사무총장, 윤한홍 전략기획부총장도 당직과 선대위직을 사퇴했다. 이후 윤핵관은 뒤로 빠지고, 권영세 사무총장 등이 전면에 나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외적으로 봤을 때는 윤핵관이 뒤로 빠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사 등 모든 것을 윤핵관들이 좌지우지 하고 있다며 권영세 사무총장은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사실상 여전히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이 캠프 전체를 주무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윤 후보와 홍준표 의원 회동 후 이같은 주장이 실체화됐다. 윤 후보는 19일 홍 의원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2시간 30분간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회동 후 홍 의원은 두가지만 해소되면 중앙선대본 상임고문으로 선거팀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정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를 취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처가 비리는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었다. 그러면서 종로에 공정한 이미지를 가진 최재형 전 감사원장 공천을 요구했고, 대구 중남구 지역구에 자신과 가까운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제가 얼마 전에 이미 당의 모든 분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 바가 있다만일 그렇지 못한 채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은 커녕 우리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홍 의원을 저격했다.

홍 의원도 윤핵관을 저격했다. 그는 윤 후보 선거 지원 문제와 관련 내가 이른바 윤핵관들에게 결재를 받고 선거대책본부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 있는데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선대본부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졌다고 반발했다.

그는 특히 권영세 본부장이 선대본부에 나를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 (내가 후보와) 공천 거래를 했다고 하고, 구태 정치인이라고 온갖 욕을 다해버렸다그것이 윤석열 후보 양해 없이 했다면 권 본부장 등 문제 되는 인물들은 출당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윤 후보가 (나한테) 들어오라고 제의해놓고는 다른 쪽에서는 (권 본부장한테) 개인적으로 자기 결재 안 받았다고 난리 치니 이것은 선대본부에 들어오지 말란 이야기라며 선대본부 지휘 체계의 문제라고 했다.

윤핵관.이핵관 실재’...캠프 속성상 불가피

당무를 거부하고 전국 순회일정을 돌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주시 연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2.03. 뉴시스
당무를 거부하고 전국 순회일정을 돌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주시 연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2.03. 뉴시스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이재명·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핵관들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보의 집권 시 정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후보 측근은 정권 부패와 비리에 연관된 경우가 많았다. 정권을 몰락수준까지 빠뜨리는 위험요소로 작용한 적도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측근을 항상 의심하고 멀리하려고 애를 써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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