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모두 내 잘못이고 불찰…윤 후보 지지 거두지 말아달라”
野 “메시지 괜찮아”‧“용기 평가”…與 “의혹 해소 안돼”‧“신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연이어 불거진 자신의 허위 경력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김건희 씨는 수원여대 등 교수 임용 지원서에 적은 근무 경력과 수상 내역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그동안 당사자 김 씨는 물론 당과 후보 모두 명쾌한 해명이나 사과를 내놓지 않았다. 앞서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김 씨의 태도 논란이 불거졌고, 시간강사 채용 관행을 언급하며 항의한 데 이어 전제를 붙인 사과를 내놓았던 윤 후보의 대응 방식 역시 문제를 키웠다.

정확한 대응 기조조차 정해지지 않은 채 사태가 장기화되자, 선대위 내에서 이 사안을 놓고 갈등이 발생하며 당대표가 선대위를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내 분열과 지지율 하락으로까지 사태가 이어지자, 당사자인 김 씨가 결국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들고 직접 공식석상에 섰다. 김 씨는 지난 26일 오후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룸에서 사과 입장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 앞에 선 김 씨는“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진작에 말씀드려야 했는데 너무 늦어져서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허위‧과장 이력 의혹을 인정했다. 이어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윤 후보에게로 비판의 화살이 향하는 데 대해 안타까운 심경도 드러냈다. 김 씨는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조마조마하다”며 “잘못한 저를 욕하더라도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실은 기자회견 이후 김 씨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를 배포하며 보조했다. 윤 후보도 “아내가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저도 같은 마음”이라며 발을 맞췄다.

당내 인사들도 김 씨의 사과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반적으로 메시지가 괜찮았다”며 “한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관련 논란 대응 문제가 계기가 되어 선대위 직책에서 물러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오늘 용기는 각자가 보기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다”며 동조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과 한 번으로 일이 끝났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반성하는 태도를 계속 보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씨가 아내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공개 활동은 자제한다는 것”이라며 “후보 배우자로서 해야 할 일을 피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필요한 일이 있다면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씨의 사과를 둘러싼 정치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당 공보실 차원에서 이후 해명 자료를 냈으나, 본인이 직접 자신의 의혹에 대한 진솔한 해명보다는 감정에 호소형 사과에 냉담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김 씨는 입장문의 상당 부분을 윤 후보와의 과거 시절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심경을 호소하는 데 할애했다.

민주당의 남영희 선대위 대변인은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한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오늘의 사과가 윤 후보 부부의 진심이길 바란다”고 했다. 여당 내에서는 “신파 코미디”, “빵 점짜리 사과”, “사과쇼”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정의당도 김 씨의 사과를 ‘알맹이 빠진 덮어놓고 사과’라 평가하며 “의혹에 대한 실체적 규명과 책임은 찾아볼 수 없어 유감”이라고 했다.

김건희 씨 본인이 직접 사과에 나서면서, 국민의힘은 일단 사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를 꿴 모습이다. 김 씨의 이번 사과를 계기로 당이 내홍을 정리하고 이탈한 민심을 회복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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