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비 넘겼지만, 해결 과제도 산적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받아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2019년 9월 비상 경영체제 돌입 후 매각을 추진한 지 약 2년 만이며 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9개월여 만이다. 이스타항공은 새 주인과 함께 내년 2월 항공기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선 운항 정상화에 부채 상환, 해고 노동자와의 마찰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재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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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성정이 지난달 5일 인수 자금 잔금 630억 원을 냈다. 하루 앞서 이스타항공은 서울회생법원에 수정 회생계획안을 보고했다. 이 회생계획안을 놓고 이스타항공 채권을 가진 항공기 리스사 등 채권단의 찬반투표가 진행된 결과 채권자의 82.04%가 찬성했다.

3분의 2 이상이 변제율에 동의하면서,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인가했고 이스타항공은 항공운항증명 재취득 절차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대표는 지난달 2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하반기 항공기 10대 이상 운항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극심한 경영난이 이어지던 지난 1월 신임 대표이사로 부임한 뒤 법원의 회생 인가를 끌어낸 장본인이다.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2007년 전북 지역을 기반으로 설립한 국내 대표 저비용항공사다. `짜릿한 가격으로 추억을 파는 국민 항공사`라는 슬로건 아래 기존 대형항공사(FSC) 위주였던 독과점시장을 깨고 실용적인 가격을 통한 항공 여행 대중화를 목표로 설립됐다.

2018년 국적항공사 최초로 '보잉 737 MAX8' 2대를 리스해 도입했으나 전 세계적인 결함 사태로 현재는 운항 중단된 상태다. 2019년 애경그룹 산하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매각 예정 금액은 695억 원으로 양해각서에 따라 제주항공은 2020년 1월경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0년 3월 2일 애초 매각금액보다 낮아진 545억 원에 인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후 제주항공이 돌연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포기하면서 이스타항공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후 지난 6월 건설업체인 (주)성정이 인수 계약을 하며 재운항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 부채 상환 해결 시급…신규 자금 투입도 

우선 성정의 자금 요건 심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국토부는 AOC 발급 심사할 때 항공사의 자금 사정을 중요한 조건으로 판단한다. 자금이 부족하면 안전에 투자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을 인수한 성정이 우선 체불임금을 포함한 직원들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 700억 원 대의 채무 변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일요서울과 통화한 정원섭 공공 운수 사회서비스노조 조직 쟁의 부실장은 "밀린 임금을 주겠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재직자들 가운데 포기 각서 서명받고 있다. 우리 연대는 관리직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 자발적이지 않은 반강제적 서명받고 있다"라며 "노조는 이와 관련해 자발적이어야 하며 반강제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사측에 주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리해고 자체가 실질적인 문제였던 만큼 이들에 대한 사측의 구제안이 나오기를 바라며 이 안에 대해서 사측과 이야기를 나눌 생각도 있는데 여전히 사측은 묵묵부답이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AOC 신청 승인도 간단하지 않다. 법정 처리 기한은 90일(공휴일 제외)이지만 미흡 사항이 발견되면 추가로 보완해야 해서 통상 5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당장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도 이스타항공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3분기 매출이 606억 원, 영업손실이 445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티웨이항공도 같은 기간 매출 530억 원, 영업손실 390억 원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LCC도 이와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의 주식 무상 소각으로 피해를 본 소액투자자들의 신뢰 회복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 일가 등 기존 주주의 주식은 전량 무상 소각됐다. 이상직 의원 일가는 그동안 지분 41.65%를 지닌 지주사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이스타항공을 지배해왔다. 2013년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설립된 이스타홀딩스는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아들 이원준(22) 씨와 이수지(32) 씨가 각각 66.7%, 33.3%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이번 무상 소각을 통해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 가치 202억3000만 원(액면가 5000원 기준)은 0원이 됐다.

이상직 의원의 차명 보유 의혹이 제기된 비디인터내셔널의 지분 전량도 무상 소각됐다. 이스타항공의 2대 주주인 비디인터내셔널의 지분 가치는 37억2862만 원이었다.

문제는 이번 구주 소각으로 피해를 본 게 이 의원 일가뿐만이 아니라 지분 2.06%를 소유한 군산시청의 지분도 무상 소각 과정을 통해 사라졌으며, 소액 주주들의 지분도 역시 전부 무상 소각돼 지자체와 시민들의 피해까지 발생했다.

애초 소액주주에 대해서는 일부 피해 보전을 해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생계획안에 회생계획안 인가일 전 주식에 대해 전부 무상 소각한다고 명시돼 애꿎은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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