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한국 찾았는데… ‘군산 공장 악몽 꿈틀’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한국GM에 군산 공장의 악몽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한국GM은 현재 9종의 차량을 내수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종이 수입차량이다. 글로벌 GM으로부터 한국GM이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나머지 4종의 차량만 한국GM이 국내 생산 및 판매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 중 3종은 이미 디자인 개선이 이뤄지지 못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른바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차종 들을 제외하면 트레일블레이저를 제외한 주력 차종은 모두 수입차량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GM본사가 한국GM이 국내 생산할 수 있는 차량을 내주지 않고 단종만 이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한국GM의 도태설 또는 GM의 한국 철수설로 이어지고 있다.
GM 미래 전략 계획 ‘한국은 포함되지 못했나’ 한국GM 지속에 ‘의문’
한국GM의 갈등, 수입차 판매 업체일까 vs 국내 완성차 기업일까
2019년 9월 한국GM은 미래 먹거리를 두고 걱정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GM 노사는 긴 갈등을 이어 가며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밖에서 보이는 것은 단순히 임금 인상에 대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세부 사항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미래 먹거리 문제였다. 노후화된 차종만 보유한 채 국내 생산 신차 배정이 되지 않으면 점차 한국 내 GM 공장의 존재 가치가 추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왔다.
당시 한국GM 노조는 “지금 당장 급여가 올라가지 않아도 좋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미래 먹거리”라며 “군산공장 철수를 지켜봐 왔다. 그런데 미국 생산 차량이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등 GM 본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한국GM은 한국수입차협회까지 가입하면서 국내 완성차 기업인지 수입차업체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쿼녹스, 카마로, 볼트EV, 콜로라도, 트레일블레이저 등 현재 한국GM이 판매하고 있는 주요 차종이 모두 수입차다.
그러면 한국GM을 향한 GM의 계획은 변화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2019년에 머물러 있다. 시간이 흘렀지만 개선된 것이 없다는 말이 더욱 맞다. 당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추가적으로) 생산 예정 차량은 불투명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어떤 의미였을까. 한국GM 사측은 부평1공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기로 글로벌GM(본사)과 합의를 했고, 창원공장에 CCUV(프로젝트명)를 배정해 생산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회사가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카젬 사장의 말은 이 두 개 차종을 제외하고 추가 생산 계획이 없다는 의미였다.
한국GM 노조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취재진에게 “창원공장에 예정하고 있다는 CCUV와 부평1공장에 계획된 트레일블레이저 두 대만 한국 생산이 확정된 상태”라며 “국내에서 한국GM보다 규모가 작은 완성차업체에서도 이보다 많은 차종을 국내 생산하고 있는데 미래 먹거리를 위한 구축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한국GM 달라질 것 없다 GM 계획 2019년 ‘머물러’
2021년 11월.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GM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한국GM은 이를 묻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동일한 답변을 해왔다. 한국GM 관계자는 “오는 2023년을 대비해 창원공장에서 CUV 신차 생산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주력 상품인 트레일블레이저가 부평1공장에서 가동률을 유지하며 생산되고 있어 창원공장 신차와 함께 전체 적인 생산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원공장의 CUV는 2년 전에 노조가 먹거리 부족을 주장할 때 한국GM이 밝혔던 계획이다. 아직도 한국GM은 같은 답변을 되 뇌고 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임금 인상도 좋고, 판매 확대도 좋지만 한국GM의 미래를 위한 계획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GM이 생산하는 차량 가운데 트레일블레이저를 제외하고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등은 고령화 된 차종들로 디자인이나 파워트레인 등 글로벌 신차 수준으로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판매도 점점 둔화되고 있다.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GM은 한국GM에 “전기차 배정 계획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GM 인터내셔널 사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GM 노사는 볼트를 앞세운 GM의 전기차 등 미래 전략 계획이 한국GM에도 배정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날 키퍼 GM 부사장으로부터 한국GM은 오히려 단호한 입장을 전해 듣게 됐다.
키퍼 GM 부사장은 “미래 전기차를 한국에서 생산할 계획은 없다. 기존 발표된 차량(CUV) 외에 추가적인 제품 생산 계획도 없다”며 “오는 2023년에 한국 생산 출시를 예정한 글로벌 크로스오버 차량의 성공적 론칭과 트레일블레이저의 흥행 유지가 한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GM에 한국 사업장은 신기술 이해와 습득이 빨라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며 “오는 2025년까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전기차량 10종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급형 모델부터 고성능 차량, 트럭, SUV, 크로스오버, 럭셔리 모델까지 고객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사랑받고 있는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들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M은 2025년까지 한국GM을 통해 내수 시장에서 위의 언급대로 총 10종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지만 국내 생산 계획은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GM이 수입차협회에 가입하면서 국내 생산 차종이 줄어드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으나 한국 정부 역시 크게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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