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 유류세 대폭 인하… 이례적인 정부 지원 불구 국제유가 변수
국제유가 배럴당 80달러 상위… 모건스탠리 배럴당 100달러 수준 전망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지속 유지하며 배럴당 80달러 대를 기록하면서, 국내 석유 제품 상승이 이어지자 정부가 당정협의를 거쳐 유류세 20% 인하를 결정했다. 내달 부터 적용되는 이례적인 대규모 유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에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국제유가가 변수로 작용하며 유류세 인하의 효과를 약하게 만들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환 기자]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지속 유지하며 배럴당 80달러 대를 기록하면서, 국내 석유 제품 상승이 이어지자 정부가 당정협의를 거쳐 유류세 20% 인하를 결정했다. 내달 부터 적용되는 이례적인 대규모 유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에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국제유가가 변수로 작용하며 유류세 인하의 효과를 약하게 만들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제유가가 하늘을 뚫을 기세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지난해 5월 최저가를 찍고 반등을 시작한 국내 석유 제품도 가파르게 동반 상승하고 있다. 결국 지난 1년 여간 오르기만 하던 휘발유 가격에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그 한계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경유나 LPG 차량에 비해 리터당 가격이 비싼 휘발유 차량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인기리에 높은 판매고를 보인 데 따라 자동차 보유자들의 고민도 깊다. 

26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당정협의회를 거쳐 유류세 20% 인하를 결정했다. 역대 최대 폭의 인하율이다. 이는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물가 안정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결정됐다. 

당정에 따르면 내달 12일부터 내년 4월까지 6개월간 LPG를 포함한 석유제품 유류세 20% 인하를 유지하기로 했다. 서민 물가 및 내수 안정을 골자로 한다. 

사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하던 초기, 바닥으로 떨어진 유가는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에 의한 것이었다. 특히 멕시코를 비롯 석유수출기구(OPEC) 비회원국들이 감산 합의에 응하지 않고 생산 확대에 나선 것이 크게 작용했다. 

완성차 업계…휘발유 차량 판매 확대했는데

이에 국내에서의 자동차 수요는 디젤에서 휘발유 차량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특히 세단에 비해 몸집이 큰 SUV의 경우 디젤이 주를 이뤄왔으나, 지난해부터 휘발유 엔진을 얹은 차량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나 고급형 SUV GV80 등에도 가솔린 엔진 차량의 판매가 증가했다. 기아의 쏘렌토 및 쏘렌토 하이브리드나 쌍용차의 코란도와 티볼리, 르노삼성의 QM6와 XM3 등에도 가솔린엔진을 얹었다.

수입차도 흐름은 비슷하다. 한국GM이 판매하는 쉐보레의 대형 SUV 트래버스나 픽업트럭 콜로라도는 휘발유를 원료로 하는 가솔린 엔진 차량이며, 포드의 국내 히트작인 대형 SUV 익스플로러와 캐딜락의 XT4 등 SUV 시리즈가 대부분 가솔린 엔진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이를 기다린 듯 지난해 5월을 끝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내수 시장에서도 휘발유와 경유 등 오르는 기름 값을 잡아내지 못했다. 석유제품의 고공행진은 이달까지 이어져 26일 현재 기준 휘발유 가격 전국 평균은 리터당 1761원, 서울 평균은 1838.31원을 나타내고 있다. 

휘발유를 포함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특히, 이달 들어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는데 국제유가 역시 최대 수치를 나타내며 급등하고 있어서다. 

지난 25일(현지시각) 기준 미국서부텍사스유(WTI)가 배럴당 83.77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최근 7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브렌트유(Brent oil)도 배럴당 86달러로 같은 흐름을 보인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미국 원유재고 감소와 고용시장 개선에 따라 상승하고 있다”며 “모건스탠리가 내년 유가 전망을 상향할 것이라고 내놓는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국제유가 배롤당 100달러까지 치솟으면?…유류세 인하 의미 퇴색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와 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등으로 당분간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세계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 방침이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풀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2060년까지 글로벌 기후위기 등과 관련해 ‘탄소중립을 달성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유에 대한 공급 우려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천연가스 가격까지 10% 내외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 

이에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인디아투데이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최근 모건스탠리는 내년 1분기 원유 가격이 배럴당 9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로이터도 ‘뱅크 오브 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Bank of America Global Research)’의 발표를 인용해 “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경우 잠재적으로 수요 급증을 이끌고 공급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며 “2022년 중반부터 6개월동안 배럴당 100달러의 유가 목표가 앞당겨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번 당정협의의 결과로 내달부터 정부가 유류세 20% 인하를 실행하더라도 시간이 지난수록 그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현재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에서 원유 수입과 100달러에 육박했을 때 원유 수입 가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 

다만 OPEC+의 여유 생산 능력 및 이란의 핵 합의 등에 따른 긍정요인이 이르면 내년 여름이 오기 전 국제유가 상승세를 잡아낼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결국 정부의 20% 유류세 인하라는 이례적인 서민 물가 안정책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내년도 국내 경제에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와 쌍용차, 르노삼성 및 한국GM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는 지난해 코로나19 등에 기인한 저유가 기조에서 가솔린 차량의 판매를 확대한 바 있다. 다만 올들어 현재까지 치솟는 기름 값에 내년도 국제유가 상승 전망에 자동차 소유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와 쌍용차, 르노삼성 및 한국GM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는 지난해 코로나19 등에 기인한 저유가 기조에서 가솔린 차량의 판매를 확대한 바 있다. 다만 올들어 현재까지 치솟는 기름 값에 내년도 국제유가 상승 전망에 자동차 소유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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