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업계 넘어 산업 전반 향한 우려 확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최근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기구 2050탄소중립위원회(탄소중립위)가 당초 계획보다 기준치를 높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의결하면서 산업계 반발이 고조되는 등 잡음이 들끓고 있다.

특히 석탄발전 전면 중단과 관련한 내용이 담기며 에너지 업계를 비롯해 산업 전반을 향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에너지 IT기업 솔라케넥트 소속 solar 애널리스트는 "NDC 발표와 동시에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철강.석유화학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고 분석했다.

그는 "NDC를 35%수준으로 설정하면 철강 산업의 생산량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라며 "이는 조선, 자동차 등의 생산 차질이나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지적했다. 이어 "제조업 중심인 국내 산업시스템을 고려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은 국내 산업 전반의 약화를 가져 올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8일 논평을 통해 "일정에 쫓겨 충분한 의견 수렴과 분석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감축 목표안을 발표한 것 아니냐"라며 비판했다. 이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 달성에 소요될 천문학적인 비용에 대한 추계가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과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당사자이면서도 얼마나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 에너지 관련 전문가는 이 같은 정부의 결정에 대해 본지에 "최근 조사를 통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할 때 원자력 발전 비중을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탄소중립위는 지난 18일 서울 노들섬에서 제2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두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안건은 오는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NDC는 기후변화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이 스스로 발표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말한다.

전경련은 20일 에너지 관련 학회(한국에너지학회, 한국자원경제학회, 한국원자력학회) 회원 1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50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할 때 원자력 발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79.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현행 유지 응답은 15.5%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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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무탄소 에너지원의 확대와 적절한 조합'이라는 응답이 40.8%로 가장 높았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전원믹스(재생에너지 대폭 확대·원자력발전 축소)가 실현될 경우 전기요금이 '50% 이상 인상될 것'이라는 응답도 66.4%로 집계됐다.

설문에 참여한 에너지 전문가들은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2030 NDC'(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할 것을 명시)에 대해선 69.0%가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산업부문 감축안(산업부문 배출량을 2018년 대비 79.6% 감축하는 안 제시)에 대해서도 79.3%가 과도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2030 NDC의 상향의 부문별 국제경쟁력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문별로 부정적 영향을 예상하는 응답 비율은 ▲국가경제 전반 89.7% 제조업 전반 92.2% 수출 79.3% 철강 업종 89.7% 석유화학·정유 업종 93.1% 시멘트 업종 91.4% 자동차 68.1% 반도체 67.2%로 나타났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정유, 시멘트 업종은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률이 60% 이상을 기록했다.

P4G 국제정상회의가 열린 당일 현장에는 각계 단체들이 모여 탄소중립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자료사진=양호연 기자]
P4G 국제정상회의가 열린 당일 현장에는 각계 단체들이 모여 탄소중립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자료사진=양호연 기자]

주요 탄소감축 기술의 2030년 상용화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주요 탄소 다(多)배출 업종 기술의 상용화에 대한 부정적 전망 비율은 철강 업종 75.9% 석유화학·정유 업종 75.0% 시멘트 업종 72.4% 로 나타났다.

또한 탄소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용 기술(CCUS) 역시 69.8%가 상용화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신에너지 발전원으로 제시된 수소발전과 암모니아발전 역시 각각 부정적 전망이 65.5%, 74.2%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2030년까지 획기적인 탄소감축 기술과 수소·암모니아 등 신에너지 도입이 어려운 만큼 전환·산업부문의 감축 목표가 과도한 것이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들 사이에선 여전히 국제사회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등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8 월에 발표된 시나리오 초안에서 석탄발전이 잔존하는 1 안이 삭제되고, 발표된 2 개의 안이 모두 순배출량이 ‘0’이라는 점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한발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는 것.

시민단체 관계자는 "탄중위가 제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2050년까지도 가스발전과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전제한 안이 포함돼 있고, 산업부문 과감한 감축계획 제시에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기후 환경단체는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2030 탈석탄과 구체적 이행 방안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대한민국은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NDC 상향안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1.5 도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에 주어진 탄소예산과 그간의 배출실적 증가로 인한 간극을 명확히 파악하고 2030 탈석탄 선언과 이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중립은 더 이상 ‘적당히’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과학계와 국민의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오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합리적 에너지정책 방향'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질서있는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이 '탄소중립 시대 전원믹스 구성 방안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에는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좌장을 맡고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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