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직업’까지 확인하는 ‘몸캠 피싱범’…미성년자도 무방비 노출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남성 1300여 명의 일명 ‘몸캠(나체 사진‧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김영준(29)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영준 사건 때문에 ‘몸캠 피싱’이 다시금 화두에 오르고 있지만, 사실 몸캠 피싱은 어제오늘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는 속출하고 있고, 범행은 더 악랄해지며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몸캠 피싱 실태를 추적해 봤다.

범행 시나리오늘어나는 중전문가 예방이 곧 해답사례 계속 알려야

“랜덤 채팅으로 (몸캠 피싱을) 당한 것 같다. 혹시 랜덤 채팅에서 당하신 분들 있나. 상대방이 영상통화를 하고 싶다고 apk(애플리케이션 파일의 확장자명)를 (스마트폰에) 깔라고 했지만 불안해서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진행했는데 (몸캠 피싱을) 당한 것 같다. (상대방에게) 돈을 보내긴 했는데 너무 걱정된다. 페이스북에 (영상이) 돌면 어떻게 하나. 학교에 퍼지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다.”

“협박범하고 연락을 했다. 무대응 하다간 유포될 것 같아서다. 200만 원을 달라고 하더라. 돈을 주면 지워 주겠다는 얘기를 하는데 진짜 지워 주는 게 맞나. 우선 (상대방에게) 돈이 없어서 준비해보겠다고 말했는데 오늘도 협박 연락이 왔다. 손도 떨리고 카카오톡 메시지가 올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다.”

“여동생이 몸캠 피싱을 당했다. 가해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접근했다. 여동생은 순수한 아이다. 돈을 벌게 해 준다는 꾐에 몸 사진과 영상을 보냈더라. (상대방이) 돈을 보내주지도 않았고, 유포 당하고 협박을 받고 있다. 지금은 (피해 사실을) 나와 여동생만 알고 있다. 이런 일로 삶이 무너진 동생이 너무나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 계속 유포한다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도와 달라.”

이처럼 온라인에는 몸캠 피싱 피해자들의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 몸캠 피싱은 SNS 화상채팅, 이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음란행위 또는 신체 부위 사진 촬영을 유도해서 녹화‧입수한 뒤 금품을 갈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성년 피해자 ‘속출’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몸캠 피싱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02건에서 2019년 1800건을 넘어섰다. 5년 사이 18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생활이 길어지고 온라인 기기 활용이 늘어난 점, 피해자가 쉽사리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가 일요서울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몸캠 피싱 관련 악성코드를 받은 피해자는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장(디포렌식코리아 대표)은 일요서울에 “우리가 집계해 본 결과, 몸캠 피싱 피해자는 1년에 1만2000여 명 정도로 나타났다. 이 중 미성년자가 40~50% 정도인데, 60%를 넘을 때도 있다. 또 피해자 1만2000여 명 중 90% 이상이 남성”이라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몸캠 피싱범의 일명 ‘대본’이라 불리는 시나리오가 다양해지고,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다.

“돈 받아도 유포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은 몸캠 사건도 발생했다. 일명 ‘남성 n번방’으로 불리는 김영준 사건이다. 그는 여성인 척 행사하며 확보한 남성 1300여 명의 몸캠을 녹화‧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볼 수 있었던 몸캠 피싱 범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타인의 음란행위 영상이나 신체 부위 사진을 돈벌이에 활용했다는 점은 그동안의 몸캠 범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협박’이 없었다는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김영준에게서 입수한 몸캠 영상은 2만7000여 개에 달한다. 김 협회장은 이번 사건을 두고 몸캠 피싱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협회장은 “여태까지 몸캠 피싱의 약 90%를 차지했고, 언론에 계속 노출됐던 내용은 채팅 앱 등을 통한 협박 및 금품 갈취였다. 그러나 더 넓게 보면 신체 부위 등이 노출되고, 협박이 없어도 몸캠(피싱)이라 볼 수 있다”며 “꼭 금품을 뜯어야지 피싱이라고 볼 수 있느냐. 아니면 유포‧거래 이런 것도 포괄되느냐. 이런 측면에서 확대가 된 듯하다. 이번 사건은 기존에 알고 있던 몸캠 피싱과는 다른 양상이긴 하다”고 말했다. 즉, 몸캠 피싱의 시나리오가 확대된 것일 뿐, 같은 범죄라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몸캠 피싱에 미성년자들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협회장은 “‘신체 부위를 찍어서 보내 주면 문화상품권을 주겠다’는 피싱범의 말에 현혹돼 사진이나 영상을 파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피싱범은 이걸 빌미로 미성년자를 협박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몸캠 피싱 조직 입장에서 보면, 미성년자는 가성비가 떨어진다. 금품이 나올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 피싱범은 미성년자를 아르바이트생으로 사용한다. 몸캠 피싱용으로 쓰고 있는 조직의 아이디나 정보를 웹사이트에 홍보하라고 시킨다. 일을 잘하면 50만 원에서 100만 원을 입금해 주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미성년자들이 조직 범죄에 가담하게 되고 심하면 협박까지 시킨다. 대포 통장 인출책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성인의 경우, 몸캠 피싱범이 피해자의 직업을 확인해 더 큰 금액을 요구한다고. 김 협회장은 “해킹 프로그램 기반으로 휴대전화 내에 있는 정보를 다 가져가다 보니, (피해자의) 직업을 볼 수 있다. 조직 입장에선 (협박을 위한) 추가 자료가 생긴 셈”이라며 “직업을 따져서 범죄를 이어 가기 때문에 피해자마다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인 몸캠 피싱은 보통 수백만 원을 뜯어내는데, 직업을 확인해서 협박하는 경우 수천만 원까지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몸캠 피싱범에게 돈을 주더라도 유포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그는 “이게 입금한다고 유포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진짜 유포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 피싱범은 5~10명 정도 피해자 주변인에게 1차 유포를 한다”면서 “1차 유포는 피해자가 주변인들과 잘 얘기해서 넘어갈 수 있지만, 2차‧3차 유포부터는 피해자의 생활이 무너진다. 피싱범은 계속 (몸캠을) 유포하고, 피해자에게 지워줄 것처럼 한 뒤 ‘마지막으로 입금해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계점은 있지 않나. 결국 피해자가 입금을 못하면 피싱범은 몸캠을 바로 유포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예방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 협회장은 “해결책은 예방뿐이다. 몸캠은 알고 있으면 안 당하는 피싱 중 하나다. 피싱의 시나리오가 다양해지고, 기술이 고도화되니까 시민들에게 계속 알려 줘야 한다”며 “수사기관은 이런 범죄 관련 자료를 한 번 만들면 1년씩 사용하지 않나.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계속 일어나고 있는 범죄를 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최신 사례를 모아 업데이트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알리는 게 핵심이다. 우리도 범죄 관련 콘텐츠 생산이나 온‧오프라인 강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계속 알리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