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왕의 남자양정철이 돌아왔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문재인의 남자’ ‘문재인의 복심’ ‘전략가’ ‘책사등 다양하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고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총선 압승에 기여했던 전략가이기 때문이다. 그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 귀국했다. 그가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민심의 심판을 받은 민주당에게 숨을 불어넣어 또다시 대선 승리에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까. 정치권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앞두고 양정철 전 원장이 귀국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도 어떤 플랜으로 전략가의 면모를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뉴시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 당선·총선 압승의 일등공신, 대선에서도 실력 발휘?
-
양정철의 대선 밑그림구상은여권 권력 중심에서 밀려나분석도

더불어민주당은 한때 대선주자 풍년이라는 평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민주당의 현실은 대선주자 풍년과 거리가 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미투 폭로파문으로 정치 생명이 사실상 끝났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성비위에 휩싸인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해 21대 총선 직후 40%대의 지지율을 넘나들며 대세론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10% 안팎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한자릿수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여권 위기국면 등장 양정철, ‘대선역할론주목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유일하게 2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제3후보가 기회를 엿보고는 있지만 이들도 모두 한자릿수의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처럼 대선주자 기근을 겪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거기다 민심 이반 현상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진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은 정권 심판을 선택했다. 각종 여론조사는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언급했던 ‘20년 장기 집권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귀국했다. 양 전 원장은 지난 1월부터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약 3개월만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그가 대선 판을 짜기 위해 귀국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양 전 원장은 여권 내 대표적 전략가로 꼽힌다. 양 전 원장은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이끈 광흥창팀핵심 일원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떤 공직도 맡지 않고 오랜 기간 뉴질랜드, 일본, 미국 등 해외에 머물렀다. 이후 21대 총선을 앞두고 들어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총선 압승을 이끌었다. 이해찬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서 선거를 진두지휘했고 양 전 원장은 인재 영입과 총선 전략 등을 사실상 총괄하며 발로 뛰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그는 또다시 당을 떠났고, 잠행을 이어오다 미국행을 선택했다. 그랬던 그가 대선을 앞두고 귀국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30처음부터 양 전 원장이 3개월 일정을 계획했던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겠다는 정치적 욕심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 시점에 귀국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의 구상 이재명? 친문 제3후보 띄우기?’

뉴시스
뉴시스

전략가인 그가 이번 대선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까. 그가 올해 초 미국으로 떠나기 전 보인 행보를 보면 대선 승리를 겨냥한 밑그림을 다방면에서 구상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경수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여권 잠룡들과 두루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지난해 총선에서 보조를 맞췄던 이해찬 전 대표와 양 전 원장이 이 지사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한때 여권에서는 이재명 지사와 양 전 원장이 소통하고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해찬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와 친문 세력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 친형 강제입원 등의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지사가 검찰에 의해 기소되자 친문 세력을 중심으로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지만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보호막이 돼줬다. 이 지사는 당시 당원권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었고 이 전 대표가 이를 수용했다.

여권에서 거론됐던 ‘13룡 등판론도 양 전 원장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13룡 등판론은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는 인물은 모두 링 위에 올려 대선 경선 판을 키워보자는 의도다. 13룡에는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정세균 전 총리, 이광재·김두관·박용진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부겸 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됐다.

양 전 원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문 제3후보 띄우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가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의 출마를 독려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양 전 원장이 그동안 원팀정신을 강조했었던 만큼 특정 주자를 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양 전 원장이 특정 주자를 지원할 경우 대선 본선에 들어가기도 전에 당내 분란으로 민주당이 격랑 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도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공천 갈등 등으로 빚어질 수 있는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는데 힘썼다.

양 전 원장이 지난해 친문 현역 의원 다수가 참여하는 민주주의 4.0 연구원출범에 우려를 나타낸 것도 대선 경선을 앞두고 문심 논란이 불거지면서 원팀기조가 무너질 경우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 대선에서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어하겠지만 특정 주자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치고 올라가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여권의 대권 구도 지형상 쉽게 어떤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문 일각, “양정철은 민간인, 과도한 관심냉소적

뉴시스
뉴시스

그러나 양 전 원장의 대선 역할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양 전 원장이 정치적 야심으로 대선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뛸 수는 있겠지만 여권의 대선판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이미 여권의 권력 중심부에서 밀려났다는 이유에서다.

손혜원 전 의원은 지난 1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 TV’문재인 대통령은 언제 양정철을 버렸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히 쳐낸 사람이라며 대통령은 20175월 양정철과의 연을 끊었다. 그 뒤로 한 번도 그를 곁에 두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손 전 의원은 “(양 전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측근이라는 말에) 속으면 안 된다면서 저는 사실 문 대통령이 사람을 잘 버리지 않기에 양비(양정철)(청와대에)데리고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양비를 버리는 것을 보고 주변의 많은 사람이 조언했구나 싶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친문 진영에서도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의원 지난 29MBC 라디오에서 양 전 원장의 대선 역할론에 대해 양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소위 말해서 민간인으로 어떤 공직도 맡지 않고 지금까지 쭉 보내왔다그런 사람에게 최근에 언론이 너무 과도하게 주목하는 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 전 원장이 어떤 역할을 하든 대선에 기여하든 이런 부분들은 철저하게 개인의 선택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너무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한 방송에 출연해 전략가로서 기획 역할을 하는데 기여했다고 해서 반복적으로 그런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당내 권력 투쟁에서 밀렸다는 이야기도 사실 나오기는 하는데, 대선 캠프에서 양 전 원장을 과연 필요로 하는가 이런 부분도 같이 결합돼서 맞물려야 가능한 일이라서 향후 행보 예측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이 권력 중심에서 밀려났다고 해도 대선 전략가로서의 그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선도 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양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던 실력자다. 하지만 지금은 권력에서 멀어졌다는 것이 일반적 평이라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여권에서 대선판을 기획하는 플래너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양 전 원장이 기획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