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후반전, 정권 심판론 탄력 받을까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21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와 동시에 선거철 단골메뉴인 ‘정권 심판론’이 또다시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특히 오는 4.15총선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치르는 선거다. 정권 심판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여당 측에서는 오히려 야당의 발목잡기로 국회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야당 심판론’ 카드로 맞서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 역시 총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느 곳에 쏠릴까.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해 임용 경찰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해 임용 경찰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뉴시스]

-신율 명지대 교수, “與, ‘정책적 선거’ 아닌 ‘정치 선거’…원래 야당이 구사하는 선거 전략”


21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의도의 초침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한 치 앞을 모르는 ‘깜깜이 선거’다. 지난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의석수 셈법이 까다로워졌고, 코로나19의 여파로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워져 대다수의 후보들이 온라인으로 선거 활동을 펼치는 이색 풍경도 조성됐다.

문재인 정부가 후반전에 돌입하면서 야당은 본격적인 맹공 태세에 돌입했다. 이 시기에 치르는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다. 또 ‘정권 심판론’이 유효하게 작용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에 야당은 경제 문제, 코로나19 사태 등에 대해 정부와 여당을 향해 연일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코로나19’, 與에게 호재 될까…확산세 주춤, 文 지지도↑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와 궤를 같이한다. 정권 심판론이 비등할수록 어려운 선거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기반을 다지지 못한다면 이후 정권 교체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여당 입장에서는 전력을 다해야 하는 전투다. 

이에 비춰 본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여당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위기가 곧 기회인 법. 초기 대응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정부를 향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져 호재(好材)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상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한풀 꺾이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발표한 3월2주차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49%로 지난주보다 5% 급등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3% 내려간 45%를 기록했다. 어느 쪽도 아님, 모름·무응답은 각각 3%를 나타냈다.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게 집계된 것은 1월2주차(긍정 47%·부정 43%) 이후 9주 만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코로나19 대처’가 긍정, 부정평가에 모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다만 ‘코로나19 대처’를 긍정 평가 이유로 꼽은 이들은 지난주 대비 7%포인트 상승한 44%였고, 부정 평가 사유로 든 이들은 지난주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37%로 드러났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오히려 정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풀이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여당이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향후 코로나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민심이 요동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굳건하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통상 40% 중후반대에서 50% 초반대로 나타난다. 이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이 과연 유효한 주제인가.

“총선, 과거지향적 선거…‘정권 심판’ 성격 불가피”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총선은 본디 과거지향적 선거다”라고 일축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이번 총선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인 만큼, ‘정권 심판론’ 성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같은 정권 심판론 흐름은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하원 선거를 예시로 들었다. 미국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이므로, 2년마다 하원의원 선거를 치른다. 이는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다만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요소가 의석수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이번 선거에는 프레임이 없다”라며 “여당은 통상 ‘우리가 이런 성과를 거뒀고,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정책을 이어갈 수 있게 해 달라’는 정책적 이슈를 던지거나 정책적 이슈에 대한 찬반을 유도하는 선거 전략을 사용한다”며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탄핵 적폐 세력을 응징해야 한다’,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주지 않으면 우리가 탄핵당할 수 있다’라는 정치적 선거를 구사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 야당이 구사하는 선거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여당 측에서 프레임 또는 이슈로 끌고 갈 수 있는 정책적 이슈나 실적이 없다는 비판이다.

이와 달리 여당이 맞서는 ‘야당 심판론’에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본디 ‘심판’이라는 것은 세를 지닌 이들을 대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를 지니지 못한 야당을 ‘심판’한다는 것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세간에 공개되면서 ‘선거여왕의 귀환’이라는 견해가 잇따랐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보수 진영에 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보수 세력의 결집을 끌어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탄핵 논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실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신 교수는 “여당은 옥중서신을 두고 ‘탄핵’을 연상시키려 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옥중’에 주목할 것”이라며 “당시 촛불시위를 했던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한 것은 맞지만, 현재 처우가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옥중’이라는 단어가 동정 여론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한편 선거의 승패는 결국 ‘스윙보터(swing voter·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이들)’에 의해 결정된다. 이들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는 ‘자신의 이익’이다. 자신의 이익이 배가되느냐, 저하되느냐에 따라 표심이 이동한다. 

야당은 경제 실책, 코로나19 사태 등을 꼬집으며 정권 심판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요소 모두 ‘자신의 이익’, ‘자신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이 여당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바라보는 스윙보터들의 개인적 평가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여야의 성적표는 4월15일에 공개된다. 정권 심판론이 여당에게 ‘태풍’으로 다가올지, ‘미풍’에 그칠지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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