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지도자 서사, 수백 공약과 말보다 대중 더 감동·지지 촉발
- 정치적 지향성과 시대정신, AI미래 담긴 오 시장 정치결단 기대

 서울시장교육감 10.16 재.보궐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보수진영은 후보 단일화는커녕 단일화를 위한 기구 통합도 못하고 있다.

 보수 진영은 2014·2018·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에 실패해 조희연 전 교육감에게 세 번 연속 패했다. 가장 최근인 22년 교육감선거에서 박선영·조전혁·조영달 등 세 후보의 득표수를 모두 합하면 53.2%로 조 교육감(38.1%)을 훨씬 앞섰다. 그럼에도 졌다. 후보단일화가 안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후보단일화가 꼭 필요하다는 절박감도 있지만 반대로 보수후보 단일화는 절대 안된다는 부정적인 의식도 상당하다.

 이번 10.16 서울시 교육감 재.보궐선거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겐 매우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 51%의 차기 대통령후보에 도전할 의사를 밝힌 오 시장에겐 첫 번째 정치적 시험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체제 출범 후 첫 선거인만큼 두 대표 모두 부담이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배제되기 때문에 누가 지더라도 정치적 의미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아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는 오 시장의 앞으로의 행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여야 정치지형이나 국민여론으로 보면 보수진영의 승리를 예상하기 어렵다. 민주당계 후보가 이기는 게 당연한 듯 보인다. 

 이렇듯 불리한 선거이니 오 시장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다. 우선 ‘교육감선거 정당배제’를 명분으로 교육감선거 자체를 자신과 연계되지 않도록 선을 긋는 방법이다. 지더라도 “시장이 나서서 선거를 도울 방법이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후보 선정 과정에 중립을 선언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후보를 거론하지 않고 공식·비공식적으로 후보 단일화 원칙만 밝히는 것이다. 후보 난립으로 지면 그 탓이고 단일 후보가 지면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의 낮은 지지도, 의료대란 등 상황논리로 비켜갈 수 있다. 

 임기 반환점을 넘은 오 시장에겐 느닷없는 교육감 재.보궐선거가 난감할 것이다. 헌법소원 청구도 해놓은터라 대법원의 빠른 판결은 조희연 전 교육감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그러나 선거는 다가오고 싫든 좋든 그 결과는 오 시장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국민의힘 개입 방치하면 오 시장 정치 리스크 확대

 위기는 기회다. 이번 10.16 재.보선은 오 시장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반전카드가 될 수 있다. 아니 향후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반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정치분석가,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오 시장의 약한 고리는 반전과 감동의 정치적 서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서사, 내러티브는 지도자로서 자질과 당위성을 웅변하고 수백의 공약과 말보다 대중을 감동시키며 공감과 지지를 확산시킨다. 실제 사실보다 더 큰 신화와 기적을 이끌어내는 상상력, 스토리텔링의 원천이다.

 오 시장에겐 그런 정치적 서사가 부족하다. 좋은 인품과 능력, 정치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에겐 대중을 감동시킬 만한 그 무엇인가가 부족하다. 

 호롱불로 버틴 산동네 출신, 16대 한나라당 소장파개혁 주도, 2002년 제왕적 총재제 폐지와 5.6공세력 퇴진 주장, 돈 먹는 지구당 폐지, 상향식 공천개혁, 기업 정치자금 후원 금지 등 정치개혁 오세훈법, 17대 총선불출마, 10여년의 정치공백, 3번의 서울시장과 한 번의 자진사퇴, 두 번의 총선낙선 등 험난한 인생·정치 역경이 있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이런 역경보다 잘생긴 외모, 변호사, 방송인, 광고모델, 강남 국회의원 등 왠지 태어날 때부터 양지만 걸어왔을 것 같은 도시남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번 교육감 재.보궐선거는 어렵다. 보수진영 후보단일화도 안되고 있다. 여권에 대한 국민여론도 최악이다. 그래서 오 시장에게 이번 교육감 재.보궐선거는 정치적 서사, 성공의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다. 정치적 서사는 역경과 반전이 없으면 국민감동도, 신화도 없다.

 투표율이 낮아 조직선거가 되는 재.보궐선거 특성상 선거에서 지더라도 이번 선거에서 오 시장의 역할에 따라 중도층과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 이미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가장 나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애덤 스미스). 후보단일화를 바라만 보거나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보수진영 후보의 출마를 묵인할 경우 오 시장에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다. 혹여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이 개입하면 오 시장의 정치적 리스크는 더 커질 것이다.

 서울시장 재선이든, 차기 대통령이든 오 시장이 전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지향성과 시대정신, AI중심 미래의 이미지를 담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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