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국회직 모두 3선 전성시대
24명 중 단 4명만 '직함' 있는 4선    
상임위원장·국회의장도 애매한 4선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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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당의 허리인 중진 의원들의 입지가 선수(選數)별로 갈리는 모양새다. 통상 당 지도부의 핵심인 '당3역'과 '국회의원의 꽃'인 국회 상임위원장은 3선·4선급 중진 의원이 맡는 것이 관례다. 현재 당3역(원내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과 상임위원장직의 선수별 현황을 보면 3선 의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4선 의원은 소수에 그쳤다. 4선은 애매한 선수라는 말도 나온다. 

양당 지도부에 4선은 단 2명
통상 중진 의원은 당대표·원내대표 등 선출직 당직자에 도전하거나, 임명직 당직인 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 당의 실무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활약한다. 하지만 현재 여야의 당대표 및 당3역을 보면 3선 의원이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4선 의원은 자취를 감췄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선인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당3역은 모두 3선인 박찬대 원내대표·김윤덕 사무총장·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맡고 있다. 국민의힘은 0선인 한동훈 대표를 비롯해 당3역은 3선인 추경호 원내대표, 재선인 서범수 사무총장, 4선인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맡고 있다. 여야의 당 지도부에서 4선은 김 정책위의장과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2명 뿐이다. 

선수는 임명 및 선출 당시 기준 [박철호 기자]
선수는 임명 및 선출 당시 기준 [박철호 기자]

2016년 20대 국회부터 2024년 22대 국회까지 민주당 지도부의 선수별 연혁을 살펴보면 통상 당대표직은 4선 이상, 당3역은 3선 의원의 자리였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제외하고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민주당 대표는 대부분 4선 이상 의원이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선출 당시 5선, 이해찬 전 대표는 7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5선, 송영길 전 대표도 5선의 위치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창당 이래 3선 이하의 선수로 당대표에 선출된 정치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초선)과 이재명 대표(초선·재선) 뿐이다. 

반면 8년간 당3역을 맡은 30명 가운데 선출·임명 당시 4선 이상 의원은 4명뿐이다. 특히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5선의 선수로 사무총장직을 역임해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지난해 조 의원을 향해 "5선이 사무총장을 맡는 건 모양이 안 좋다"고 쓴소리를 했다.

선수는 임명 및 선출 당시 기준 [박철호 기자]
선수는 임명 및 선출 당시 기준 [박철호 기자]

같은 기간 국민의힘계 정당 지도부(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선수별 연혁은 정반대다. 선출 당시 0선인 당대표가 3명, 3선 이상인 당대표가 3명이다. 이 중 4선의 홍준표 대구시장은 선출 당시 원외 인사였다. 나아가 보수정당은 8년간 선출된 당대표보다 비대위원장이 지도부를 이끈 횟수가 더 많다. 반면 8년간 10명의 원내대표 중 7명은 선출 당시 4선 이상 중진의 위치였다. 국민의힘계 정당 지도부 변천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어수선한 보수진영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계 정당 지도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무총장 인선이다. 8년간 국민의힘계 정당은 사무총장을 21번 교체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민주당은 사무총장을 8번 교체했다.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의 잦은 교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국민의힘계 정당은 당대표의 취향에 따른 사무총장 인선을 반복했다. 0선인 황교안 전 대표는 선수와 상관없이 친황계(친황교안계) 인사를 연이어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황 전 대표는 취임 이후 성균관대 동문이자 친황계로 분류되는 한선교 전 의원(4선)을 기용했고, 21대 총선 목전에는 친황계이자 초선인 박완수 경남도지사를 임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원외 인사인 김종인 전 대표는 연이어 원외 인사인 김선동·정양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현역인 한동훈 대표는 비대위원장 시절 초선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당시 정치권은 2022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장 의원이 ‘0.5선’ 사무총장에 등극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서 한 대표는 최근 재선인 서범수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이렇다 보니 당대표의 선수나 성향이 임명직 당직자의 선수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존재한다. 당내 기반이 약한 당대표의 경우 통상적인 선수에서 벗어나 이례적으로 높거나 낮은 선수의 임명직 당직자 인선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상임위원장 18명 중 4선은 1명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18명, 왼쪽 윗줄부터 정청래 법사위원장, 김영호 교육위원장, 최민희 과방위원장, 신정훈 행안위원장, 전재수 문체위원장, 어기구 농해수위원장. 왼쪽 두 번째줄부터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안호영 환노위원장,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 박찬대 운영위원장, 박정 예결위원장(이상 더불어민주당),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 왼쪽 세 번째줄부터 윤한홍 정무위원장,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이인선 여성가족위원장, 신성범 정보위원장, 성일종 국방위원장(이상 국민의힘). [뉴시스]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18명, 왼쪽 윗줄부터 정청래 법사위원장, 김영호 교육위원장, 최민희 과방위원장, 신정훈 행안위원장, 전재수 문체위원장, 어기구 농해수위원장. 왼쪽 두 번째줄부터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안호영 환노위원장,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 박찬대 운영위원장, 박정 예결위원장(이상 더불어민주당),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 왼쪽 세 번째줄부터 윤한홍 정무위원장,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이인선 여성가족위원장, 신성범 정보위원장, 성일종 국방위원장(이상 국민의힘). [뉴시스]

국회의원의 꽃인 상임위원장직에서도 4선 의원은 소수에 그친다. 22대 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에 임명된 18명의 인사 중 4선은 민주당의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유일하다. 현재 상임위원장 현황은 재선인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을 제외한 15명의 상임위원장이 모두 3선 의원이다. 

지난 20대·21대 국회의 상임위원장도 3선 의원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17명 가운데 재선은 1명, 3선 11명, 4선 5명이고, 후반기 상임위원장 18명 가운데 재선은 3명, 3선은 14명, 4선은 1명이다.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은 총 18명 가운데 재선은 2명, 3선은 12명, 4선 3명, 5선 1명이고, 후반기 상임위원장 18명 가운데 초선 1명, 재선 3명, 3선 11명, 4선은 2명이다.  

이는 주요 당직을 맡거나 장관직을 경험하지 않은 3선 이상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는다는 정치권의 관례에 따른 것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중진의원들은 3선 의원 시절에 상임위원장직을 경험한다. 22대 국회 4선 이상 의원 42명 중 상임위원장직을 경험하지 못한 정치인은 5선인 박지원·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4선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4명뿐이다. 

이 중에서 박지원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정동영 의원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박범계 의원도 법무부 장관직을 역임했다. 안철수 의원만 장관직 경험 없이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한 것이다.  안 의원은 지난 6월경 국민의힘 몫의 외교통일위원장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3선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에게 패배했다. 당시 안 의원은 선수와 나이를 고려하지 않은 점, 후보 선출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4선은 애매한 선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주요 당직이나 상임위원장직은 3선이 차지하는 반면 국회의장직은 5선 이상의 중진 의원이 도전하는 자리다 보니 정치적 입지가 불분명하다는 설명이다. 

4선은 정치 기득권의 상징?
지난해 여야는 모두 기득권 타파의 일환으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은 3선 초과 연임이 금지되는 반면 국회의원은 연임 제한이 없다는 지적에서다. 2023년 국민의힘의 혁신위원장을 맡은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3선 연임 제한'·'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 카드를 띄우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의원들의 희생을 요구한 바 있다. 그 결과 3선인 하태경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을 떠나 서울 중·성동을 출마에 나섰고, 3선인 장제원 전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렇다 보니 22대 국회에서도 정치 개혁을 위한 3선 제한 주장이 거론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덩달아 4선 의원의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는 셈이다.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달성하고 험지인 대구로 출마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2012년 "한 지역구에서 4선 국회의원은 월급쟁이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국회의원 임기제한의 쟁점과 해외사례' 보고서에서 "3선 이상 의원을 다른 지역구에 공천하는 사례가 증가한다면, 협소한 지역이익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관점을 갖는 의원을 양성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임기제한을 채택한 미국 주들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결과에 따르면 임기제한으로 인해 의원 교체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정책이슈와 입법과정에 능통한 다선의원의 부재로 인해 의회 지도부나 상임위원장을 상대적으로 신참의원들이 맡으면서 주지사와 주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역량이 약화되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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