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

한 예술가가 술에 만취한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규정 속도를 한참 초과하여 오토바이 배달원을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켜 결국 피해 운전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일이 있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가해 운전자의 신원이나 사고 직후의 대응, 이후 형사 재판(1심)에서의 변론, 이후 형의 선고에 이르는 과정이 기사화되었던 것이 기억난다. 특히 사고 운전자에 대한 1심 형사 재판에서의 변론 내용 중 일부는 ‘피고인(사고 운전자)가 예술 분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해외에서 공연 등 활동을 하여 국위를 선양하였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국위선양’을 하였다는 변론은 법원에 의해 유효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가장 큰 난점은 ‘국위선양(國威宣揚) = 나라의 권위나 위세를 널리 드러내거나 떨치는 일’을 어떻게 정의하고 개념화할 것인가이다. 나라의 권위를 널리 드러내는 일은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양태와 방법으로 할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어떤 경우에 국위선양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를 명확히 가르고 판단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생각해볼 수 있는 기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이나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에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 대해서는 서훈(敍勳), 즉 훈장 및 포장을 수여하게 되어 있으므로(상훈법), 현행 상훈법 및 그 시행령상 훈장이나 포장의 수여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당연히 국위선양을 한 사람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다만 상훈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로부터 훈장이나 포장을 받은 사람이 사형,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 공적심사위원회의 심사(생략할 수 있음)를 거쳐 서훈을 취소하고, 수여한 물건 및 금전을 그 사람으로부터 환수하게 된다(상훈법 제8조 제1항 제3호, 같은 법 시행령 제10조).

한편으로는 예술 또는 체육 분야에서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는 기준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병역특례제도의 취지에 따른 것이어서, 형사재판에서의 양형 과정에 곧바로 사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앞서 지적한 개념화의 어려움도 남아있다. “국위선양은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의 ‘경계’이자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개념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이 용어가 갖는 포괄성 및 추상성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이혜정. (2022). 국위선양의 법적 개념과 기준 및 한계 ― 방탄소년단(BTS)과 병역특례 논란을 중심으로 - 공법연구, 50(4), 127-154.]”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는 여러 유형의 범죄에 대하여 법관이 합리적인 형의 범위를 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설정하여 두었다(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 다만 위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현행 범죄유형별 양형기준을 보더라도, 앞서 살펴본 의미에서의 ‘국위선양’과 같은 개념을 양형인자로서 행위자(피고인)에게 유리하게(또는 불리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명확히 설정한 대목은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상황을 보면, ‘피고인의 국위선양 활동’이 있을 경우 곧바로 양형에 있어 감경사유가 되는 특별한 근거라거나 법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다만 형법에서는 형을 정함에 있어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참작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고(제51조), 특히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제53조, 이른바 ‘정상참작감경’ 또는 ‘작량감경’)고 하였다.

피고인이 이제껏 해왔던 활동이나 사회적 성취에 관한 개별적·구체적인 평가를 통해 피고인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확고하고 공적 가치에 대한 기여가 특별히 크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범죄사실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형사재판에서 행위자(피고인)의 지난 행적과 사회적 성취를 어떻게 평가하여 양형 과정에 반영할 것인지에 관한 판단은 대체로 법관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김연준 변호사 ▲ 고려대학교 졸업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