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들, 4060세대의 PC통신과 인터넷 문화에 뿌리 둔 것 많아”
“삶 속에서 ‘진심으로 소통해야 진정성 있는 관계로 이어진다’는 소신 확고”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AI스타트업인 어포나티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신동훈 이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동훈 PM(프로젝트 매니저)은 IT업계의 디지털 서비스 분야의 통신사, 포털, 게임, 이커머스, 미디어, 금융, 컨설팅 등 여러 회사에서 서비스, 사업, 전략 등을 담당하며 20여 년째 일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은 소프트웨어 분야의 구축과 운영 프로젝트에서 PM 전문 프리랜서로 일해 오다 올해 2월부터 AI 분야 스타트업회사에 입사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웹소설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 기반의 콘텐츠들을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사업에 도전 중이다.

신 PM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학사)한 후 데이콤(現 LG유플러스), 네오위즈, EC21 등에서 다양한 IT관련 기획을 담당하다가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정보미디어경영 MBA과정을 졸업(석사)했다. 이후 SK마케팅앤컴퍼니(現 SK플래닛), 하나은행 등의 IT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는 AI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총괄이사를 맡고 있다.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 다양한 분야에서 IT관련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하셨고 현재도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AI 스타트업 마케팅 총괄을 맡고 계시는데, 이 길로 들어서게 되신 동기는 무엇인가요.

▲원래는 학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다큐멘터리PD를 꿈꿨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KBS에서 방영됐던 ‘실크로드’라는 다큐멘터리를 감명 깊게 본 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을 꿈꾸게 됐는데요. 군 제대 후 취업 준비를 시작하며 방송사 다큐멘터리PD를 목표로 언론사 스터디 모임에 참여해 준비했죠. 하지만 방송사 공채에 도전하기 전 해인 1997년 말 IMF가 터졌고, 그 여파로 언론사들을 포함한 거의 전 분야의 채용이 멈추고 말았어요. IMF를 겪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당시엔 입사 합격 후 발령이 계속 지연되다가 결국 채용 취소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었으니 신규 채용은 말할 것도 없었던 거죠. 다른 진로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고 갑자기 닥친 최악의 상황에 많이 당황하고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그러다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던 IT 분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로서는 신흥분야였던 까닭에 활발하게 채용하고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가 PC통신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꿈꿨던 진로가 바뀌는 순간이었지만, ‘도전과 응전의 역사’란 문구를 떠올리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고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 현대는 IT 관련 산업이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히 주목받음에 따라 이 계통의 경쟁 또한 치열한데, 이사님은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주로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을 기획하고 운영하시나요.

▲언제나 ‘사용자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IT업계의 금언 중에 “‘고객은 언제나 옳다’는 것이 있어요. 기술 중심의 IT 분야인 만큼,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는 입장에선 다양한 최신 기술과 데이터 등을 활용해 높은 품질로 만들려는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죠. 하지만 그것이 서비스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아요. 그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사용자’들에게 달려있거든요.

사용자들이 선택하지 않는 서비스는 실패하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저는 먼저 사용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낸 후 이에 기반한 제품과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뽑아내고 이를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 통신사, 포털, 게임, 이커머스, 미디어, 금융, 컨설팅 회사 등으로 이직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온라인 서비스, 기획, 전략 등을 담당하시는 가운데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역량을 키워오셨습니다. 이사님은 이러한 잦은 이직 경험이 자신의 사회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IT업계 종사자들은 다른 업계에 비해 이직을 제법 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그 점을 감안해도 제가 이직을 많이 했죠. 그런 중에도 IT업계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 노력했어요. 여러 회사와 조직문화를 겪다 보니 사회생활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적응력과 친화력이 생기더군요. 1020 세대에게 익숙한 MBTI로 얘기하자면, 제가 ‘ENFJ’ 유형입니다. 학창 시절엔 차분하다는 얘기를 듣는 편이었는데, 나름대로 우여곡절들도 있었고 여러 상황과 사람들을 겪으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소통해야 진정성 있는 관계로 이어진다’는 소신도 갖게 되었고요.

- 현재 스타트업 프로젝트 매니저답게 20살가량 차이나는 젊은 직원들과 함께 실무를 담당하며, 4060세대를 위한 웹소설 콘텐츠 플랫폼 사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 중이신데요, 업계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저희 웹소설 플랫폼이 8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데요, 사전 홍보를 위해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AI 분야에 참가했습니다. 홍보 부스를 운영하며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참관객들의 반응을 접할 수 있었어요. 업계와 시장의 반응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웹소설의 경우, 주로 10대와 2~30대 등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이 콘텐츠를 이용하잖아요. 하지만 저희 플랫폼은 4060세대에게 오디오북 형태로 제공한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는데 다들 흥미로워하시더라고요. 사실 웹소설은 장르문학과 PC통신 문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고 웹툰,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른 디지털 콘텐츠들도 PC통신과 인터넷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많아요. 이들을 만들고 즐긴 세대가 저를 포함한 4060세대이고 지금도 활발하게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니 잠재적 사용자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새롭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의견들을 많이 주셨습니다.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 IT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인문학 전공자이시라 두 분야 간 접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요, 현장 경험상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나요.

▲첫 회사 면접자리에서 겪은 일입니다. 당시 인기 높았던 PC통신 서비스를 운영하던 회사에 지원했는데 문과는 상경대, 이과는 공대 출신 일색의 면접자들 가운데 저는 유일한 인문대생이었어요. 면접관들께서 취업 면접에서 나올법한 질문보다는, 당시 종영된 지 얼마 안 되었거나 방영 중이던 TV 대하사극 ‘용의 눈물’이나 ‘왕과비’에 관해서만 이것저것 물으셨어요. 아는 바대로 성실하게 답변드리긴 했지만 내심 답답한 마음도 있었는데 마지막에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공부하던 역사학도가 우리 같은 IT회사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서로 어떤 접점이 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데…”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에 ‘저 역시 입사 지원을 하면서 그 점이 고민됐다. IT 사업에서 기술에 대한 지식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 기술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사들보다 앞서가려면 그 지점에서 차이를 만들어가야 할 것으로 본다. 기술에 담아낼 그 무엇, 즉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분야에선 인문학을 공부한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거든요. 제 답변을 좋게 생각해주셨는지 합격도 했고 실제로도 콘텐츠 사업을 담당했어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현재 진행 중인 웹소설 콘텐츠 플랫폼 사업 기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이고 애로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사용자 관점이고요, 애로점은 기존 시장엔 없던 4060세대 사용자를 새롭게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에요. 4060이 새로운 사용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지만, 시장에 유입시키고 핵심 사용자로 만들기 위해선 현재의 시점에서 4060세대가 원하는 서비스와 가치를 제시해야만 증명하고 이뤄낼 수 있는 일이거든요. 쉽지는 않겠지만, 저와 동년배 세대라는 장점을 살려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접점들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소통하다 보면 의외로 쉽게 풀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른 애로점은 아직 특별히 없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인 만큼, 구성원들과 함께 도전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이 오히려 즐겁게 느껴져요.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 요즘은 가상현실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AI 스타트업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계실 텐데요, 이사님의 상상 세계가 궁금합니다.

▲학창 시절 우리나라 고전문학을 좋아했어요. 그 중 ‘조침문’이란 규방 수필이 있는데 단순한 도구에 불과한 ‘부러진 바늘’에 인격을 부여하고 애도하는 마음을 글로 담아낸 조선의 어느 여인네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인상적이었어요. 수많은 고전문학이나 근현대 문학에서 다뤄진 다양한 이야기들을 가상현실이나 AI 기술을 활용해 더욱 생생하고 상상력 넘치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의인화된 바늘이 정말 사람으로 변해 조침문을 쓴 유씨 부인과 절친이 되고, 조선 시대와 규방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는 식이죠. 이렇게만 보면 기존의 SF, 로맨스 판타지 문학에서 다루는 흔한 소재가 되겠지만, 거기에 AI나 가상현실, 메티버스 등 첨단 기술을 입힌다면 참신한 재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AI 콘텐츠 플랫폼 생태계를 기획하신다면 어떤 방향으로 구현하실 생각이신가요.

▲사실 요즘 가장 고민하는 문제예요. 무엇보다도 기존의 콘텐츠 업계 및 플랫폼 생태계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아시다시피, 현재 AI는 여러 분야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특히 글쓰기, 디자인, 음악, 영화 등 창작 활동이 핵심인 콘텐츠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한편으론 창작자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생태계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AI 기반의 콘텐츠 사업이 기존 생태계에 연착륙하려면, 창작의 영역을 존중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거예요. 구체적으론, AI가 창작의 영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은 인정하되, ’인간‘의 창작 활동을 보완하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한계에 대해 공감하고, ’인간‘ 창작자의 역할 및 그가 만들어내는 가치와는 분명하게 구분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통해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해 보여요.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신동훈 AI스타트업(어포나티) 마케팅 이사

-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기를 희망하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다양한 분야에 존재하지만 핵심 키워드는 하나라고 생각해요. 바로 ‘소통’과 ‘조율’이죠. 요즘은 학교에서 주제와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소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고 들었어요.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정해진 업무를 나눠 맡고 약속한 기간에 맞춰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는 행위잖아요. 예상한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행이겠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 그 안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가며 얽힌 문제들을 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소통과 조율이 중요할 수밖에 없겠죠. 집이나 학교, 또는 그 밖의 여러 모임에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직접 만들고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세요. 당장 여름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번 가족 여행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아보는 건 어떨까요. 누군가의 말처럼 ‘당신 인생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당신 자신’이란 얘기를 떠올리며 열심히 도전해 나간다면 어느새 훌륭한 프로젝트 매니저가 돼 있을 겁니다.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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