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노동판결] 일용직 근로자의 월 가동일수 

일용직 노동자 출근 모습 [뉴시스] 
일용직 노동자 출근 모습 [뉴시스] 

최근 대법원(2020다271650 판결, 2024.4.25. 선고)은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를 당한 피해자에게 휴업급여 등을 지급한 후 사고의 원인이 된 크레인의 보험자인 피고(보험회사)를 상대로 구상금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인한 근로시간 상한의 감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개정으로 인한 연간 공휴일의 증가 등 사회적ㆍ경제적 구조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고,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여건과 생활여건의 많은 부분도 과거와 달라졌다. 이번 호에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다. 

-근로자의 삶 질 향상·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
-월 가동일수 20일 초과... “인정하기 어려워”

고용노동부의 근로실태 조사(법정 통계조사)의 최근 10년간 월 평균 근로일수 등의 내용이 과거 통계자료와 많이 바뀌었으므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와 달리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번 판결로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향후 받을 손해배상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일용직 근로자의 통상근로계수(0.73)까지도 변경될 수 있다는 예측까지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크레인의 후크에 연결된 안전망에서 작업을 하던 중, 안전망이 한쪽으로 뒤집혀 바닥으로 추락하는 이 사건 사고로 좌측 장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근로복지공단(원고)은 이 사건 사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피해 근로자에게 휴업급여 등을 지급한 후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된 크레인의 보험자인 피고(보험회사)를 상대로 구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제1심과 원심에서는 피고(보험회사)에게 이 사건 사고로 상해를 입은 피해자(사고 당시 약 51세 4개월)에 대한 보험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일실수입 손해를 산정하면서 피해자가 만 65세가 되는 2028.3.18까지 도시일용노임에 의한 소득을 인정했다. 

다만, 일실수입을 산정하면서 월 가동일수에 관해, 제1심은 19일로 인정(피해자의 고용보험 일용근로 내역서 상 51개월간 총 근로일수가 179일에 불과한 점을 주된 근거로 함)했다.

하지만 원심은 22일로 인정(경험칙에 확실한 변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경험칙상 추정되는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인정)했다. 피고(보험사)는 원심이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인정한 데에 가동일수 인정, 경험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사건이다. 

-원심을 뒤집는 대법원... ‘파기환송’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원심이 일실수입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가동일수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고 보면서, 결과적으로 원심의 결과를 뒤지는 파기환송의 결정을 했다. (대법원 2020다271650 구상금 사건, 2024.4.25. 선고) 대법원은 크게 3가지 이유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와 관련한 원심의 판결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고,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는 2003년 9월 15일 법률 제6974호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1주간의 근로시간의 상한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면서 그 시행일을 사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한 결과 2011년 7월 1일부터는 원칙적으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이나 사업장에 적용되는 등 근로현장에서 근로시간의 감소가 이루어졌고, 이와 아울러 근로자들의 월 가동일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둘째,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개정 등으로 대체공휴일이 신설되고 임시공휴일의 지정도 가능하게 돼 연간 공휴일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 경제적 구조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고, 근로자의 삶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여건과 생활여건의 많은 부분도 과거와 달려졌다. 

셋째, 고용노동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통계법에 의해 지정통계로 지정된 법정통계조사인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의 고용형태별, 직종별, 산업별 최근 10년간 월 평균 근로일수 등에 의하면 과거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 정도로 보는 근거가 됐던 각종 통계자료 등의 내용이 많이 바뀌어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됐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사고 당시 도시 일용 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원심으로서는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사고당시 관련 통계나 도시 일용근로자의 근로여건에 관한 여러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심리해 이를 근거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가지는 의의
 
대법원 판결(92다26604, 1992.12.8. 선고)에서 경험칙상 일반적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가동일수를 월 평균 25일, 연평균 300일로 추정할 수 있고, 경험칙과는 다른 가동일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적이 있었다. 

한편, 대법원 판결(2001다70368, 2003.10.10. 선고)에서는 관련 통계와 가동일수 감소의 경험칙 등을 고려했을 때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보았다. 

원심은 원고 A의 일실수입을 도시일용노임을 기준으로 해 평가함에 있어서 위 원고의 월간 가동일수를 경험칙에 의해 22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조건이 산업환경에 따라 해마다 변동하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일실수입을 그 1일 노임에 관한 통계사실에 기초해 평가하는 경우에는, 그 가동일수에 관해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을 포함한 각종 통계자료 등에 나타난 월평균 근로일수와 직종별 근로조건 등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고 그 밖의 적절한 자료들을 보태어 합리적인 사실인정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위 원고의 월간 가동일수에 관해 위와 같은 합리적인 사실인정의 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경험칙을 내세워 자의로 월 22일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나, 당원에 현저한 사실인 노동부 발간의 옥외근로자직종별임금조사보고서에 기재 된 통근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일수에 관한 과거의 통계(최고 월 20.5일)와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 및 가동일수 감소의 경험칙 등을 감안해 보면 도시 일용 근로자인 위 원고의 사고 당시 월간 가동일수를 22일을 초과해 인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후, 하급심에서는 주로 경험칙을 근거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보는 판단을 했고, 대법원은 대체로 이를 수긍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의 판단 부분에서 열거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도시 일용 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변화된 근로환경, 월 평균 근로일수에 대한 통계 등을 반영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실질에 맞게 인정한 것으로 향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는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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