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돌봄 도입해 최저임금 차등 지급" 제안…. 양대 노총 "엉터리" 시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노동시민단체들이 처음으로 한국은행 앞에서 시위를 벌여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앞서 한국은행은 '외국인 돌봄 보고서'를 통해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활용과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시민단체가 규탄하고 나선 것. 본지는 해당 보고서의 논란을 되짚어보고 개선 내용에 대해 알아본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가정의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근로기준법, 외국인고용법 등 국내법과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 등의 국제기준을 위반하는 반인권적, 시대착오적인 연구다”라며 “헌법 제11조에 명시된 평등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번 한국은행의 제안은 심각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돌봄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돌봄노동을 저생산 노동으로 낙인찍고 그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주노동자에게 돌봄의 부담을 전가해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안이기도 하다”고 비난했다.

- 외국인 돌봄 보고서 무슨 내용 담겼나

앞서 한국은행은 최근 '돌봄 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해당 보고서에서 현재 간병 및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 부담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향후 고령화에 따라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평균 간병비(370만 원)는 고령가구(65세 이상) 중위소득의 1.7배 수준이며, 육아 도우미 비용(264만 원)도 중위소득의 50%를 상회하는 실정이라 높은 비용 부담은 비자발적 요양원 입소, 여성의 경제활동 제약, 저출산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한은은 돌봄 서비스직 노동 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 명 → 2032년 38~71만 명 → 2042년 61~155만 명'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로 인한 가족 간병의 증가는 2042년 GDP의 2.1~3.6%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급증하는 수요를 국내 노동자만으로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임금 상승을 통해 내국인 종사자를 늘리는 것은 높은 비용 부담과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초래하는 만큼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과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동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우선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시 사적 계약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수요자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의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이런 해법이 외국인 노동자 차별 대우에 더해, 돌봄 산업 전체를 '저임금 고착화' 구조로 몰고 갈 위험이 크다며 강하게 반박한다.

- 이정식 노동부 장관 사퇴 요구까지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는 최근 한국은행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돌봄 노동자들의 부족 현상은 저학력, 50~60대 돌봄 노동자들의 수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 아니라 돌봄 노동자들의 저임금, 고용불안, 성희롱 문제를 비롯한 열악한 근로환경이 문제이기에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함에도 최저임금 안 줘도 된다. 차등 적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돌봄의 저 임금화를 가속하며, 돌봄 가치를 폄훼하고 있다"며 "해당 보고서를 폐기하고 한국은행 총장의 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이하로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며 "이주노동자도 여기서 일하는 같은 노동자이고 같은 사람, 같은 사회구성원(인만큼) 이주노동자 차별 정책은 멈춰야 한다"라고 했다.

노동계도 이정식 노동부 장관에 대해 사퇴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은 보고서를 언급하며 "한은 공식 입장이 아닌 한 연구자의 발언이고 한은 총재도 그렇게 얘기했다"며 "한은의 연구와 총재의 발언 취지 등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목소리라는 건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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