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원 구청장 ‘불통’ 비판
단식농성·응급실후송 갈등 격화되는 영등포구
구청, 구의원, 여야 첨예하게 갈리는 입장차이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불통규탄 단식농성 중인 임헌호 구의원. [박정우 기자]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불통규탄 단식농성 중인 임헌호 구의원.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영등포구청과 구의회 그리고 여야 의원 간 갈등 이어지고 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의 ‘불통’을 이유로 단식농성이 일어났으며, 정선희 구의장이 건강 악화로 응급실로 후송되기도 했다. 제2세종문화회관 가림막 철거부터 최 청장의 소통 부재가 문제로 거론되는 가운데, 의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대립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의 ‘불통’ 논란이 제기되며 영등포구청과 영등포구의회 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최 청장의 소통 촉구와 제2세종문화회관의 여의도 건립을 두고 구청 내 기자회견을 예정했으나, 구청 측에서 회견 차단에 나서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2019년 제2세종문화회관 예정지가 문래동으로 발표됐으나, 올해 3월 여의도로 변경 발표되면서 갈등이 점화됐고, 지난 10일 가림막 철거 시도가 이뤄지자 구의원들이 현장에서 저지에 나서면서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구의원들은 구청 내에서 농성을 벌이며 최 구청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부지 가림막 철거가 추진되면서 구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나 그대로 강행됐다. 기존 제2세종문화회관 문래동 부지는 2025년 말 개관을 목표로 건립될 예정이었으나, 서울시가 지난 3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서울 여의도공원으로 예정지가 변경됐다.

현재 ‘제2세종문화회관추진지연에관련된 행정조사특별위원회(행정특위)’가 구성된 상황. 한 구의원은 “최 청장의 있을 수 없는 독단적인 행정이다. 자신의 자서전에 조감도까지 넣었는데, 서울시 사업이라 본인은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가림막 철거 소식을 전달하지 않은 것을 섭섭하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행정청과 구의회가 하는 일은 다르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 사업이고 시가 이미 여의도로 예정지를 발표해 확정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식농성 중인 임헌호 구의원

임헌호 더불어민주당 구의원은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이 사태와 관련해 “현재 제2세종문화회관 관련 행정특위 심사 중이고, 여의도 건립에 예산이 잡히지도 않은 상태인데, 행정특위가 끝날 때까지라도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여의도공원 부지 심사와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절차 등 (여의도공원 부지는) 어떤 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라며 “전부 구민을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소통하면서 진행하면 된다.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주민 의견도 듣고 (의회와) 함께 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구의원들이 앞장서서 기자회견을 예정했으나. 구청에 의해 기자회견이 강제로 무산됐다. 임 의원은 기자회견 차단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러 가는 도중 구청 공무원들이 길을 막았다”라며 “여성 공무원들을 앞세워 남성 의원들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밖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도 한 50명 정도가 둘러쌌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공무원분들도 (그런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주민의 대표이자 하나의 입법기관인데 행정부·집행부에서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가”라며 “(구청이) 저질러 놓고, 의원들은 역으로 주민들에게 소식을 전해 들으며 1년이 지났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구청은) 철거현장을 살피려 모였던 주민 몇 명조차 설득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38만 구민을 설득하겠는가”라면서 “과반 넘게 당선됐다면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도 계속 설득해야 한다. 배제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 당선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선희 구의장 응급실 후송

정선희 구의장은 지난 5월15일 저녁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일방적인 불통행정 강력경고’라는 이름을 걸고 단식농성을 이어가다 응급실로 후송됐다. 정 의장은 병원을 찾는 취재진에게 “최 청장이 제2세종문화회관 예정지 변경을 포함, 지속적인 불통‧독단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구청장은 집행기관의 장이고, 구의장은 주민을 대표하는 견제기관의 장이다. 함께 영등포 발전을 위해 일하는데 정말 불통”이라고 지적했다.

차단됐던 기자회견 관련 “8~9급 젊은 공무원분들을 본관 1층에 세워놓고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라며 “공무원들에게 ‘여기 왜 왔나’, ‘들어가서 일하시라’라고 했지만, ‘기자회견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구청장실로 올라가려는 것 역시 구청 공무원들이 이중삼중으로 막았다”라고 회상했다.

영등포구청, 정면반박 나서

영등포구청 언론팀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제2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 사업이기에 구청에서 관여할 일은 아니다. 여의도 이전 건립과 관련해서도 ‘법적 타당성’을 인정받았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공사 가림막이 아닌, 치적 홍보용 홍보판에 불과하며, 효율적 이용을 위해 철거했다. (구의회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던 것은 (구청이) 그런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며 “개방감 있는 사용을 위해 철거해 달라는 민원 등을 고려해 이행했다”고 전해왔다.

기자회견 차단에 대해서는 “우선 (기자회견은) 구청의 동의 없이 진행된 일이다”라며 “구청 내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는 없었고, 선례도 없다. 밖에서 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불통 논란 역시 “(가림막의 경우) 철거가 불가피함을 수차례 구의회 의장과 민주당 구의원들에게 설명했다”라며 “구청의 정당한 행정행위고, 수차례 이유를 설명했으나, 구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뜻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행정행위라고 하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 막론한 불통 논란?

국민의힘 소속인 최봉희 구의회 부의장은 단식 농성을 이어온 구의장 및 더불어민주당 구의원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영등포구청이 구의회와 함께 하면 좋은데, 늘 배제한다. 굉장히 무시받는 기분”이라며 “행정전문가라고 하는데, 행정으로서는 전문일지 몰라도 소통이 안 되고, 고집이 강한 것이 아쉽다”라고 토로했다.

최 부의장은 또 “해당 내용은 여야를 따질 당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의회 차원의 문제다. 집행부 견제는 (의회) 같은 마음이다. 17명 의원이 주민 대표로 4년간 감시·감독을 해야 한다”라며 “제2세종문화회관 가림막 경우, 철거 소식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만 가긴 했으나 ‘(우리도) 마음은 똑같다’라며 최 청장께 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영등포구청은 다른 입장에 있는 국민의힘 소속 차인영 구의원의 입장을 보내왔다. 그에 따르면 차 의원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관련 사무는 자치단체 사무가 아니므로 행정특위 구성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았다”라며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과 관련한 특위 활동은 중단돼야 할 것이다”라고 전달했다. 

영등포구청과 구의회 그리고 의원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김영주 국회부의장(영등포구 갑)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철거현장에는 건장한 청장년 40여 명이 동원됐고, 주민들은 험악한 분위기와 두려움 속에 철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갈등보다는 구청과 구의회의 입장 차이를 좁히고,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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