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앞둔 재래시장 풍경, 찾아오는 발길 끊겨 ‘울상’

광장시장의 한 포장마차에서 사람들이 술과 안주를 시키고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창환 기자]
광장시장의 한 포장마차에서 사람들이 술과 안주를 시키고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시장 초입에서 혹시 명절 떡을 주문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떡집은 저기 있는데 여기서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고 다른 데서 만들어 와서 팔기만 해요” 광장시장의 한 귀퉁이에서 국밥과 순대 등 간단한 요깃거리를 비롯해 술과 안주를 판매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설명했다. 요즘 ‘손님이 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더니 미소로 답했다. 대목을 앞두고 와글와글하며 웃음소리가 이어지던 시장의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됐다. 시장에 명절 장을 보러 왔다가 삼삼오오 모여 대포 한잔 하던 모습도 찾을 수 없다.

정부에서는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 활성화에 안간힘이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이를 위해 지난 13일부터 추석 명절의 마지막 날인 22일까지 열흘 동안 서울 경동시장을 비롯한 전국 485개 전통시장 인근의 도로에 최대 2시간까지 주차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4일 저녁 광장시장을 찾았다. 먹거리와 구경거리로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전통 시장을 대표하는 곳이다. 

달라진 시장의 명절 풍경

아직 시장이 공식적으로 문을 닫으려면 시간이 남았는데도 시장 안에는 이미 문을 닫았거나, 마무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의 손을 잡고 명절 선물이나 차례 상에 올릴 음식을 사러 다니는 이야기는 옛 동화에나 남아 있게 된 걸까.

큰 시장의 입구로 들어가 반대편 입구로 나가기까지 장보러 온 사람보다 시장 안에 머물러 있는 상인들이 더 많은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분위기였다. 그나마 간식거리를 팔거나 식당이 있는 구역은 손님들이 보였다.

지나가는 기자에게 ‘들어와서 식사하라’거나, ‘포장도 된다’는 말을 하는 그들의 부름에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식당가 끝에 위치한 한 곳의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에게 ‘떡집’의 위치를 물었다. 요즘은 명절 떡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기대치 못한 질문이 되돌아 왔다. 

“떡 직접 만드는 곳 드물어”

아주머니는 “동네에 떡 파는 데가 없냐. 메뉴 보고 주문하거나 맞춤 떡 파는 데가 있을 텐데”라며 “시장 안에 있는 떡집도 떡을 직접 주문받아 만들지 않고 다른 곳에서 만들어 와서 판매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절 차례 상에 올릴 떡을 주문하면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지나가는 이들의 후각을 자극하던 이야기는 코로나19에 자취를 감췄다. 한 상인은 “이제는 떡집에서 떡을 직접 만드는 사람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도 드물다”며 “전화 한 통으로 주문하면 배달해 주는 세상이 됐는데 서로 만나는 것도 꺼려지는데 누가 와서 주문하고 떡을 찔 때까지 기다리고 그러겠나”라고 말했다. 떡집이 아니라도 시장에서 오가는 옛정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광장시장 안에 있는 상인들만 5000명이 넘는다. 코로나19 전에는 명절이 다가오면 시장 상인들 중심으로 행사도 진행하고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를 제공했다. 그들은 “이제 상가하나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시장의 한 포장마차에 대포 한잔 하러 온 아저씨 셋이 저마다 사연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손님이 가장 많은 곳이었다.

한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년 6개월이 넘는 코로나 영업제한으로 이제는 버티다 못한 소상공인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인원 제한을 비롯한 소상공인 대상 영업제한 철회와 손실보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광장시장의 포장마차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이창환 기자]
광장시장의 포장마차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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