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 인증’ 공유 움직임 확대...안전‧근로환경‧직장갑질 등 논란 일파만파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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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급격한 성장으로 국민들의 호응을 얻던 쿠팡이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최근 발생한 이천시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논란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직장내 괴롭힘과 과로사, 욱일기 상품 판매, 과도한 소비자 우선주의로 인한 중소상공인들의 피해 등의 문제가 잇따라 불거졌다. 게다가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한지 몇 시간 후 쿠팡 창립자인 김범석 의장이 국내 법인 의장 및 등기이사 자리에서 사임한다는 뜻을 발표하면서 여론의 비판은 고조됐다.

적잖은 소비자들은 쿠팡 앱을 삭제하고 계정을 탈퇴하는 등 쿠팡 불매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번 쿠팡 논란에 대해 ‘급격한 성장의 어두운 이면’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 창립자 김범석 의장, 국내 법인 의장 및 등기이사 자리에서 사임
- 중대재해처벌법 면피용 ‘꼼수 사퇴’ 지적...불 붙은 불매‧회원탈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문화가 확대되면서 쿠팡은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 특수’라는 말까지 나오며 쿠팡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눈에 띄는 성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발단이 됐지만, 무엇보다 여론은 회사의 대처에 시선을 모았다. 게다가 김 의장이 국내 법인 의장 및 등기이사 자리에서 사임한다는 뜻을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려 꼼수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 것이다. 특히 법 시행이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만큼 사퇴한 김 의장은 이번 화재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이 같은 지적은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은 “김범석 창업자가 사임하고 모든 지위에서 물러났는데 많은 기업 오너들이 이런 식으로 중대재해 책임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국무총리는 김 의장의 사퇴가 물류센터 화재 사고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 총리는 “해당 의혹에 대해 살펴보니 이미 오래 전부터 사퇴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며 “대기업 대표자가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한 행위가 아닌지는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화재 발생 초기에 스프링클러가 8분 동안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안전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물류센터 화재 이어 갑질 의혹

물류센터 화재 사고 외에도 쿠팡은 직장내 괴롭힘 등 직장갑질과 과로사 문제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아울러 고용부 인천북부지청은 최근 쿠팡 인천4물류센터와 관련해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에 따르면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근로하던 A씨는 지난 2월 노조 설립을 의논하는 네이버 밴드 대화방에 가입한 뒤 회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며 사측에 공식 절차를 거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것. 이에 대해 당시 쿠팡은 조사를 진행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지만, A씨는 지난달 13일 인천북부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본사 조사 권고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장 관리자로부터 갑작스러운 업무 전환 배치, 사실관계 확인서 작성을 강요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쿠팡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물류센터 노동자 7명이 잇따라 사망했는데, 일부 소비자들은 노동자의 안전 등 기본적인 것부터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분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쿠팡이츠는 소비자가 남긴 후기에 음식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 수 없어 블랙컨슈머의 피해를 음식점주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만큼 소상공인 등 점주들은 지나친 소비자 우선주의로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면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이츠의 후기(리뷰)·별점 평가 제도가 블랙컨슈머의 갑질을 방치·양산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대응권을 강화하고 객관적인 매장 평가 기준 및 환불 규정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지난달 서울 동작구의 한 김밥가게 점주가 소비자의 과도한 환불 요구에 시달리다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발단이 됐다.

탈퇴 인증 및 절차 공유 활발

최근 유명 커뮤니티 등을 비롯해 개인 SNS 등에서는 쿠팡 회원 탈퇴를 인증한 뒤 다른 소비자들에게 탈퇴 절차를 공유하는 모습이 적잖게 포착되고 있다. 특히 지역 맘카페 등에서도 불매 동참 소식을 공유하며 기업의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한 비판에 나서고 있다.

자신을 한 아이 엄마라고 소개한 A씨는 “여느 엄마들처럼 한동안 쿠팡의 노예로 살아왔지만 이번 쿠팡 화재 사고를 비롯해 새우튀김 갑질 소식을 듣고 불매에 동참하게 됐다”며 “새벽배송 등이 매일 습관이 돼버려 벌써부터 불편하지만 근무환경 및 개선이 시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비자 B씨는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쿠팡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모든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라며 “단순히 한 기업을 불매운동하는것 만으로는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개선을 위해 물류 유통업계의 폐해에  관심 갖고 이를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국민청원이나 신문고 등을 이용해서 내는 방법도 있다”며 “왜 이런 구조일수밖에 없는지 생각해보고 고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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