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신창이가 됐다. 지난 5.2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이라는 이름만 빼고 모두 바꾸겠다며 변화와 혁신을 내걸었지만 취임 한 달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4.7 재보선 참패의 최대 원인이었던 부동산정책을 놓고 당 안팎의 논란을 매끄럽게 조정하기보다는 오히려 혼선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재보선 이후 민주당의 쇄신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주요 현안마다 당의 대주주인 친문 강경파의 반발에 밀리면서 거대 여당 대표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오히려 민주당의 이미지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빠졌다. 특히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30대 중반의 원외인사인 이준석 돌풍이 거세게 불면서 민주당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꼰대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된 것도 부담스럽다. 가야할 길이 먼 송 대표의 어깨에 또하나의 숙제가 더해진 셈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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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혼선용두사미로 마무리된 부동산특위 
-뜨거운 감자경선연기론, 친문 공세 속 송영길 진퇴양난
강성 친문 경선연기 낙관론 속 이재명-송영길 담판 예고

더 큰 문제는 대선경선 연기론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여야 관계없이 대선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당 대표의 역할은 대선경선의 공정관리다. 이를 바탕으로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은 정권재창출,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노리고 있다. 취임 한 달 동안 친문 강경파들의 반발에 밀려 송영길 대표 특유의 실용적 리더십이 좌절을 겪은 만큼 대선경선 연기라는 핫이슈를 어떻게 조정할지도 관심사다. 송 대표로서는 사실상 진퇴양난인 셈이다. 오는 9월 예정대로 대선경선을 치를 경우 친문 강경파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 반대로 별다른 명분없이 대선경선 연기론에 동의할 경우에는 여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측의 거센 반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여권 일각에서는 송 대표와 이 지사와의 담판을 놓고 해묵은 이슈를 정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취임 한 달은 맞은 송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로 오른 셈이다.

용두사미로 끝난 부동산특위, 미봉책 혼선 가중

4.7 재보선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부동산정책 수정론이 거셌다. 서울시장 참패로 수도권 민심을 확인한 만큼 차기 대선을 앞두고 어느 정도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깃발은 든 인사는 5.2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선장이 된 송 대표였다. 송 대표는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해야 한다LTV의 대폭 완화를 주문하는 등 질서있고 정교한 부동산정책 수정을 강조했다. 아울러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동산특위위원장을 기존 진선미 의원에서 5선 중진인 김진표 의원으로 교체했다.

다만 민주당의 부동산정책 수정 논란은 우왕좌왕의 연속이었다. 송 대표가 강력 추진했던 LTV 90%안의 경우 실현 불가능한 대책이라는 비판만 받았다. 특히 급격한 집값 상승에 따른 징벌적 성격의 세금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당내 갈등과 노선투쟁에 따른 실패로 막을 내렸다. 최대 쟁점이었던 종합부동산세 기준 완화 문제를 놓고 당 안팎의 내홍과 갈등이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송 대표의 리더십도 발휘되지 못했다. 여기에는 친문진영이 종부세 완화 기조에 부자감세라며 강력 반발한 게 영향을 미쳤다. 송 대표로서는 친문 강경파의 영향력에 눌려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못한 셈이다.

부동산 민심이 들끓는 상황에서 시간을 허비한 민주당은 뒤늦게 대책을 발표했다. 527일 민주당 정책의총 자리에서였다. 당론으로 결정된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안(공시가각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 정도가 유일한 성과였다. 사실상 질서있는 수습에 실패한 것이다. 특히 3시간 가량 이어진 비공개 의총은 격론을 벌였지만 최대 쟁점이었던 종부세 완화 문제에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서울경기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구 의원들은 공시지가 급등에 따른 종부세 현실화를 요구했고 반면 반대 의원들은 부자감세를 이유로 반대를 외쳤다. 이밖에도 양도소득세 완화 역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내로남불·꼰대·성추행 정당당 지지율 국힘 열세

경선연기론 공식적으로 제기한 전재수 의원, 뉴시스
경선연기론 공식적으로 제기한 전재수 의원, 뉴시스

송 대표는 취임 한 달 동안 민주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도 공을 들였다. 다만 성과는 미흡했다. 송 대표 역시 가는 곳마다 쓴소리를 듣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20·30 청년세대의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송 대표가 재보선 패인 분석과 여론수렴을 위해 야심차게 실시한 민심경청 프로젝트에서는 청년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2030의 분노는 민주당이 공정과 정의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조국사태 등 내로남불 사태를 어떻게 매듭을 지을 건가요?” “20대 남성들은 문재인정부을 사회주의로 규정하고 한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망해간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추락한 이미지는 자체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민주당은 재보선 이후 당 쇄신 작업의 일환으로 대국민 집단심층면접(FGI)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송갑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공개한 재보궐 이후 정치지형 변화에 대한 결과 보고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대해 실망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민주당의 이미지는 성추문과 내로남불 이미지의 무능한 중년남성이었다. 응답자들은 민주당의 이미지로 당 상징색인 파랑(10.0%)을 꼽았다. 이어 내로남불(8.5%)에 이어 무능하다 거짓말 성추행·성추문 등이 제시됐다. 민주당의 이미지를 사람으로 표현하면 그야말로 비참했다. 응답자들은 독단적이며, 말만 잘하고 성과 없이 무능한 40~50대 남성으로 민주당을 인식했다.

특히 재보선에서 민주당 지지를 확실하게 철회했던 20대 청년들의 변화는 더 충격적이다. 민주당 주류인 강성 친문보다는 이른바 태극기세력에게 더 높은 호감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대선이 10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으로서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터졌다. 전략기획통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송영길 대표는 당 쇄신을 의욕적으로 내걸었지만 친문 강경파들의 밀려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솔직히 말해서 부동산정책 혼선에다 누적된 당 이미지 추락으로 사실상 4.7 재보선 참패 직후보다 더 암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이 이미지 추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국민의힘은 이른바 이준석돌풍의 여파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영남꼰대당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국민의힘이 오히려 변화와 쇄신을 주도하는 상황으로 역전된 셈이다. 실제 정세균 전 총리는 이준석 돌풍과 관련해 장유유서를 언급했다가 당 안팎에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여야의 이미지 역전은 정당 지지율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재보선을 전후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의힘이 정당 지지율에서조차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5월초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7.3%, 민주당은 27.8%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재보선 결과가 영향을 미쳤지만 민주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처치를 기록했다. 이후 약 한 달간 주요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특히 일부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20% 지지율 기록하는 이변은 연출하기도 했다.

뜨거운 감자 경선연기론’, 송영길순항 최대 변수

부동산 혼선이나 당 이미지 추락 이외에도 송 대표 앞에는 더 큰 난제가 놓여있다. 바로 대선경선 연기론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후보는 내년 39일 차기 대선 180일 전에 선출한다. 예정대로 대선경선을 치르며 예비경선 과정을 거쳐 9월초에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다만 친문이 대주주인 정당에서 비주류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친문진영이 9월로 예정된 대선경선을 오는 11월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연기론은 올초부터 친문진영 측에서 제기돼왔지만 워낙 예민한 이슈인데다 당헌당규 준수라는 원칙론을 내세운 이재명 지사 측의 강력한 반발로 그때마다 유야무야됐다. 여론 역시 경선연기론에 부정적이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경선 시기와 관련해 예정대로 실시39%로 가장 높았다. ‘상관없다는 응답은 35%였고 연기해야 한다는 응답은 16.9%에 그쳤다.

악수하는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지사, 뉴시스
악수하는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지사, 뉴시스

송 대표 역시 경선 연기론과 관련,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순 없기 때문에 의견을 잘 수렴해 논의하겠다면서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 빅3 주자를 중심으로 사실상 대선 레이스에 접어든 만큼 경선연기론은 언제라도 휘발성 있는 이슈로 재점화될 수 있다. 실제 이 지사를 추격하는 나머지 주자들은 대체로 경선연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와 송 대표와의 최종 담판설도 흘러나온다. 앞서 지난 520일 이 지사 지지모임인 성공포럼 창립총회이후 송 대표가 이 지사와 독대한 자리에서 경선일정에 대한 의견을 직접 타진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지사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경선연기론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친문진영의 공세는 여전하다. 전재수 의원은 두세 달 연기해도 대선 후보가 될 사람은 된다며 재보선 이후 정치지형의 변화와 차기 대선 필승전략의 일환으로 경선연기를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표면적인 반대에도 경선승리 이후 본선에서 친문진영의 확실한 지원을 보장받기 위해 이 지사가 전격적으로 경선연기 수용이라는 통큰 베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정치권 입문 이후 20여년간 산전수전을 다겪은 송 대표가 양측의 이같은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전격적인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만일 송 대표가 손을 내밀고 이 지사가 받으면 경선연기론논란은 의외로 손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라는 분석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송영길 대표는 친문 강경파의 견제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86그룹의 맏형으로 인천시장을 지낸 5선 중진의 관록의 정치인이라면서 대선국면이 본격화하면 본인의 리더십을 증명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선국면에서 당 대표의 최대 역할은 공정한 경선관리와 대선승리라면서 송 대표가 뜨거운 감자인 대선경선연기론 논란을 잡음없이 매끄럽게 해소하면서 대선승리를 지원사격할 경우 정치적 위상은 오히려 급등할 것이다. 당장 내년 대선 이후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는 물론 차차기 대선의 선두주자로 몸값이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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