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과로] 저자 Erin L. Kelly,Phyllis Moen / 역자 백경민 출판사 이음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누구나 유연한 근무 환경에서 워라밸을 누리며 일하는 일터를 꿈꾼다. 혁신적인 정책이 밑바탕된 제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할 맛 나는 일터, 살맛 나는 일상을 원한다. 

유연하지 않은 유연 근무에서 벗어나는 일상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저자 에린 L. 켈리와 필리스 모엔의 신간 ‘정상 과로’에서는 방대한 양의 일과에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정상 과로의 기준을 제시한다. 

사실 기업에서 혜택인 듯 제공하는 유연한 근무 환경이란 노동자를 위한 유연성이 아닌 일의 필요에 따른 유연성임을 꼬집는다. 

이 시점에서 워라밸을 따지기보다는 과부하 된 일의 양을 분산시키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결국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첫 단추는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해 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문제의 핵심은 일의 과부하에 있음을 자각하고 주어진 시간과 인력은 줄어가는데 일은 점차 늘어가는 양상에 대해 골몰히 지켜봐야 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분석과 연구에 바탕을 둔 결과만을 제시하지 않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 준다. 기존의 방식이 가진 문제점을 개선시킬 수 있는 새로운 표준과 방식을 찾아 준다. 공동 저자들이 속한 연구팀 ‘일, 가족, 건강 네트워크’는 미국의 국립보건원 등 여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사회학자, 심리학자, 경제학자, 공중보건학자, 가족학자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모임이다.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동 저자는 “아무리 실효성 있는 정책도 실제로 적용 불가하면 의미가 없다. 이상적인 설루션도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다면 공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설루션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현장연구를 실행했으며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 씁쓸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제안하는 실천법을 통해 정상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을 장기화되면서 누구나 상상만 하던 스타일의 업무 방식을 반강제적으로(?) 급작스럽게 체험해야 했다. 회의나 수업, 병원지료까지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이뤄졌다. 재택근무는 더 이상 미래에나 가능한 혁신적인 업무 방식이 아닌 일상에서 이뤄질 수 있는 일의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원하는 업무스타일로 변경되던 작업환경이었지만 전보다 더 질 높은 행복의 질을 느끼지는 못했다. 기업에서 혜택인 듯 제공하던 유연성이 노동자를 위한 유연성이 아니라 일의 필요에 다른 유연성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되면서 워라밸은 어느 순간 사라졌도 과로는 우리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저자가 지적했던 일의 과부하는 일과 가정의 균형이라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시각으로 노동 문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책을 통해 저자는 실험한 기업 외 다른 여러 직종의 사례를 분석했고 혁신적인 정책이 왜 오래 유지되기 어려웠는지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했다. 저자가 제안한 구체적인 실천법을 관리자와 팀 리더를 위한 아이디어와 개인을 위한 아이디어로 구분했다.

한편 저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연구하는 논문을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출판했으며 필리스 모엔과 함께 출간한 ‘정상과로’로 우수한 출판물에 주어지는 ‘막스 베버 도서상’을 수상했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저자 정주영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저자 김성오의 ‘육일약국으로 갑시다’, 저자 최병호의 ‘음료서비스 실무경영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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