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병진 발의한 17개 법안, 21대 국회 폐지 법안 그대로 '복붙' 수준
4개 부처 지적한 법안도 그대로 발의···일자 틀린 법안도 有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개 법안을 '복붙'(복사+붙여넣기) 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보름 만에 13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왕성한 입법 활동을 자랑한 바 있다. 하지만 본지가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17개 법안을 확인한 결과,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과 제안 이유 및 개정 조항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7월 1일 기준 23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본지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이 의원의 대표발의 법안 17개를 확인한 결과, 17개 법안은 모두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복붙'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표는 이 의원이 21대 폐기 법안을 복붙 수준으로 재발의한 17개 법안의 명단이다. 아래 표에 명시된 의안번호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서 의안 원문을 비교하면 복붙 수준을 바로 판단할 수 있다. 

[박철호 기자]
[박철호 기자]

예를 들어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식물방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00522)은 윤미향 전 의원의 법안(의안번호: 2123563)과 동일하다. 심지어 법안 제안이유에서 2023년 3월 발생한 'GMO 주키니 호박 사태'를 인용하며, 일자를 '지난해 3월'로 수정하지 않고 '지난 3월'로 그대로 복붙하기도 했다. 

[박철호 기자]
[박철호 기자]

 

이 의원은 4개 정부 부처가 동시에 지적한 법안을 그대로 발의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00669)은 안민석 전 의원의 법안(의안번호: 2123766)과 동일하다. 해당 법은 국가가 독도박물관·독도체험관을 설립·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1대 국회 농해수위는 안 전 의원의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에 대한 관계 부처 의견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현행법에 따라 이미 독도박물관·체험관을 운영·지원하고 있으므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실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기획재정부는 "다른 공공기관에서 이미 독도 관련 사업, 체험관 등을 추진·운영 중이므로 기능 중복의 우려가 있고, 별도 공공기관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의 필요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박물관 설립·운영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 규정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외교부는 "독도의 생태계 보호, 독도 및 주변 해역의 이용·보전 및 관리라는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법안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경우도 있으나, 기존 법안에서 몇 글자를 추가한 수준에 그쳤다. 예를 들어 이 의원의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2200495)은 임종성 전 의원의 법안(의안번호: 2114004)과 동일하다. 

21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임 전 의원의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기후영향평가'의 약칭을 '기후영향평가등'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기후영향평가' 약칭을 '기후영향평가등'으로 수정했다.

또 이 의원의 '수상에서의 수색ㆍ구조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00494)은 김철민 전 의원의 법안(의안번호: 2116181)과 동일하다. 해당 법은 구조업무에 참여한 민간해양구조대원 등의 장비가 구조업무와 관련하여 고장나거나 파손된 경우에도 수리비용을 보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1대 국회 농해수위는 김 전 의원의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에 따른 보상요건인 구조업무와 관련된 경우를 구조 관련 교육·훈련 등 조난사고 예방 및 대응활동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수상구조법을 개정하면서 '구조업무와 관련하여'라는 문구를 '해상구조 업무와 교육·훈련 등 조난사고 예방·대응 활동 등과 관련하여'로 수정했다.

이와 관련 이병진 의원실은 본지에 "농해수위 활동을 시작하면서 국민들을 위해 민생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서 일했다고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판단으로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다"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21대 법안 중에서도 국민들께 정말 필요하고 통과가능성이 높지만,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낙선해서 재발의가 힘든 법안을 엄선한 뒤, 입법조사관 검토보고서와 부처 의견 등을 반영해서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의원실은 현재 총선 10대 공약으로 내세운 반도체4법의 발의를 준비 중이며,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국회 법제실에 18건의 법률안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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