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외교청서 등에 “한국, 독도 불법 점거 중”
전일재 독도협회 회장 “정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독도. [대한민국독도협회]
독도. [대한민국독도협회]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최근 민방위 사이버교육 영상 자료에 독도가 일본땅으로 표시되며 논란이 일었다. 행정안전부는 향후 신중한 검토를 약속했지만, 앞서 외교부와 국방부가 ‘독도’를 두고 논란에 휘말린 데 이어 벌써 세 번째 실수를 범했다. 외교부는 독도를 재외공관으로 표기하고, 국방부는 장병 교재에서 ‘영토분쟁 진행 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지난달 일본 정부는 외교청서에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라고 기술하는 등 영유권 주장의 수위를 높이는 상황. 전일재 독도협회 회장은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며, 각 부처의 독도교육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10일 민방위 사이버교육 영상 자료에 독도가 일본땅으로 표시된 지도가 활용돼 논란이 됐다. 영상 속 지도는 미국 NBC 방송 화면을 인용한 것인데, 올해 초 일본 이시카와현 지역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일본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뒤늦게 파악하고 문제의 영상을 삭제했다. 이후 “민방위 사이버교육은 각 지자체에서 사이버교육 업체와 계약해 실시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민방위 교육 영상에 사용되는 자료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외교부가 논란을 일으켰다. 외교부가 운영하는 해외 안전여행 사이트에 독도를 ‘재외대한민국공관’으로 표기한 것이다. ‘재외’ 표기는 대한민국 영토가 아닌 곳으로 풀이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는 언제부터 독도에 재외공관 표기가 돼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외교부는 재외공관 표기를 즉각 삭제하고 “독도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클릭할 수 있도록 아이콘을 넣었는데, 별도의 아이콘을 사용하지 않고 재외공관 아이콘을 사용하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행안부 민방위교육에 사용된 잘못된 자료. [서경덕 교수]
행안부 민방위교육에 사용된 잘못된 자료. [서경덕 교수]

행안부·외교부 이전 국방부의 독도 ‘잡음’

지난해 12월 말에는 국방부 장병 기본교재를 두고 문제가 제기됐다. 5년 만에 개편·발간한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198쪽 상단에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기술됐다.

문제는 교재의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이라는 표기였는데, 이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의 영토이며,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국방부는 해당 교재를 즉시 회수했다. 이어 “독도영유권 분쟁에 대한 표현은 일본이 영토분쟁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기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원식 국방부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게재한 SNS 글도 연이어 논란이 됐다.

신원식 장관 언행, 광복회 강력 비판

지난해 3월23일 신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이미 사라진 과거완료형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적개심에 기대서 저질적인 반일선동의 ‘죽창가’만 열창(한다)”라고 비판하며 “한일 간에 과거사, 독도영유권 분쟁이 있는 건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유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그때는 의원 신분”이라며 “장관 지명받은 이후 인사청문회 때 분명히 독도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가 있다”라고 해명했다.

뒤이어 신 장관도 “독도영유권 분쟁에 대한 표현은 일본이 영토 분쟁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강력히 항의해야 하고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복회 등 독립유공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광복회는 성명을 통해 “신 장관의 과거 발언을 보면 친일적인 게 확연히 드러난다”라며 “신 장관은 대한민국과 우리 군의 정체성, 역사인식에서 광복회가 용납할 수 없는 언동을 해왔다. 이번 파동은 우연히 일어난 실수가 아니라 독도는 일본에게 내줘도 좋다는 장관의 인식과 역사관에서 나온 당연한 결과”라고 강력 비판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정부 부처의 잇따른 ‘독도’ 실수를 두고 “국방부, 외교부, 행안부까지 정부 부처에서 독도에 관한 실수가 계속 이어지면 일본에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 된다”라며 “향후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더 신중을 기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거세진 ‘다케시마’ 공세

독도를 두고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더욱 거세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3월 내년부터 사용할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18종이 검정 심사 결과를 확정했다. 

이 중 15종이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했고,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쓴 교과서는 16종으로 89%였다. 2020년에는 17종 중 14종으로 82%였다. 몇 년 사이 약 7%가량 증가한 셈이다. 

지난달에는 외교청서를 통해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라는 표현을 7년째 유지했다. 일본 정부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독도를 계속 불법 점거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독도영유권 주장은 외교청서에 2018년도 처음 등장했는데, 2017년에도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했지만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강력한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국내에서는 정부의 적극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일본 대사 초치에 그치고 있다.

전일재 독도협회 회장 “정부 더 적극적이어야”

전일재 대한민국독도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취재진에게 신 한·일 어업협정 폐기와 독도전문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1998년 11월28일 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어업협정이 분쟁의 빌미를 줘, 새로운 어업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 회장은 “국방부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에 독도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고위직을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 독도교육을 실시하고 공무원 연수 때도 독도교육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과 관련해서는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의 고유영토이며 일본의 어떤 부당한 주장도 용납할 수 없다”라며 “일본은 국정교과서 독도 왜곡에 이어 외교청서에서까지 독도 침탈의 야욕을 드러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일본 정부의 그릇된 역사인식으로 결코 좌시할 수 없으며, 일본의 계속되는 독도영유권 주장은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행위다”라며 “우리 정부의 독도정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시정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삼수 독도협회 상임위원장도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며, 일본에 대한 굴욕적인 외교정책을 벗어나 우리 정부도 보여주기식 대응이 아닌 강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이 독도영유권 주장을 펼칠 때마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에서 일본 대사를 초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소극적 대응’에 그친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각 부처마저 실수를 남발하며 대내외적으로 더욱 경각심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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