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 인수에 나선 KG모빌리티…매각 대상에서 인수자로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 [이창환 기자]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해 에디슨모터스를 우선 협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관련 협의를 진행했던 KG모빌리티(전 쌍용자동차)가 1년이 지난 시점, 오히려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지난 2일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전기버스 전문 제조기업인 에디슨모터스는 당시 무리하게 쌍용차 인수를 위해 나서면서 경영악화가 이어졌다. 이에 올해 기업회생 절차 돌입한 상태. 지난해 KG 그룹에 의해 기사회생을 겪은 KG모빌리티는 부채 상환과 더불어 토레스 등의 판매 실적에 힘입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최근 사업 확대의 일환으로 에디슨모터스 인수까지 나섰다. 

베트남 공장 건설, 향후 5년간 6조 원 매출 기대
에디슨모터스 인수 후 대형 상용차 제조기술 시너지

KG모빌리티가 2016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실적이 흑자로 전환됐다. 2017년부터 이어진 적자 기조에서 당시 쌍용차를 견디게 해준 버팀목은 렉스턴 칸&스포츠였다.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가운데 부품 협력사들이 믿고 버텨준 배경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계점에 부딪히며 경영은 악화됐고, 2021년 기업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미국계 자동차 부품사 등 복수의 관련 업체가 쌍용차 인수 의향을 보였으나, 2021년말 최종 전기 버스 전문업체인 에디슨모터스(이하 에디슨)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에디슨은 전기버스 기술력을 토대로 쌍용차가 개발 중이던 신형 전기차 출시 등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쌍용차 역시 에디슨모터스에 인수된 이후의 시너지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문제는 인수 자금. 계약 체결과 함께 계약금을 지급한 에디슨의 자금 조달 계획에 자동차 업계가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 에디슨은 쌍용차 평택 공장 부지의 가치를 근거로 산업은행에 8000억 원의 자금 투입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주채권 은행이면서 동시에 쌍용차 회생의 키를 쥐고 있던 국책은행.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산업은행 자금 투입을 공개 요청했던 에디슨을 향해 언론은 비판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여론의 뭇매도 이어졌다. 산업은행은 공식적으로 “에디슨이 쌍용차 우선협상 대상자가 되자마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산업은행 자금은 국민 부담으로 조성되는 만큼 충분한 입증과 검토를 거쳐햐 한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긴 터널 끝의 빛, 끝판왕 토레스의 등장

에디슨은 쌍용차 인수자로 나선지 6개월 만에 법원에 의해 ‘관계인 집회 취소’ 등 계약 해제를 당했다. 이때부터 에디슨의 계열사인 에디슨EV의 주가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한번 휘청거린 주가는 회복되지 못했고, 지난해 4월 거래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에디슨도 타격을 입고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에디슨은 “쌍용차 인수를 완주하겠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의지를 보였으나, 쌍용차와 법원에 의해 선정된 관리인 등은 다시 재시동에 나섰다. 

회생 절차는 다시 진행됐지만, 이 과정을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노동조합마저 거래소에 상장폐지 경영개선 기간을 연장해 달라며 청원에 나섰다. 평택시와 지역주민들도 힘을 얹었다. 

상장폐지가 노동자의 생존에도 직결되지만, 재매각 관련 절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매각에서도 불리한 상황이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런 중에 신차 토레스의 출시 소식과 더불어 사전계약 1만2000대라는 기록을 세우며,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어진 출시 행사에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국내 완성차의 대표격인 현대차 신차 출시 행사와 겹쳤지만, 훨씬 많은 취재진이 토레스 행사에 몰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G그룹의 곽재선 회장이 출시 행사를 찾았다. 곽 회장은 “쌍용차 인수는 사명을 넘어 소명”이라며 “좋은 제품 만들고, 구성원이 행복하고, 투자자 신뢰에 보답하는 세 가지 잘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G모빌리티 토레스. [이창환 기자]
KG모빌리티 토레스. [이창환 기자]

이동걸의 빗나간 예측, KG모빌리티 성공 신화

토레스 판매 실적이 이어지는 과정 중에 상거래 채권단이 회생채권 현금 변제율을 이유로 반발에 나섰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정부 다음 순이었기에 불만이 이어졌다. KG그룹은 토레스의 성공으로부터 이어질 신차 출시의 가능성을 엿봤다. 인수대금에 300억 원 증액 결정을 내린 것. 올 뉴 렉스턴과 렉스턴 칸&스포츠까지 10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며 회생의 빛에 힘을 더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이동걸 당시 산업은행 회장은 쌍용차 정상화 및 지원 등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냈다. 이 전 회장은 쌍용차의 재매각 과정을 기다리고 있던 회생 법원을 향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는 “산업은행은 지속 가능한 사업 가능성을 보지만, 쌍용차는 본질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하다”라며 “지속 가능 사업성이 증명되지 않으면 자금 지원으로만 회생이 불가해 법원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서 1년여의 기간 동안 임금 20% 삭감에 나섰던 임직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쌍용차는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투자 유치를 끌어내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일각에서의 산업은행 지원 기대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쌍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 기류를 탔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쟁 차종을 넘어서는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와 언론 등에서 언급되는 횟수가 늘수록 판매도 성장세였다. 지난해 10월 출시 3개월 만에 판매 1만대를 돌파하며 쾌재를 불렀다. 현금으로 어렵게 거래하던 부품 협력사들도 토레스 판매 등의 실적 향상에 신뢰도가 올랐다. 

KG모빌리티 사업 확대 에디슨모터스 인수전(戰)

쌍용차는 지난 3월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했다. 더불어 글로벌 행보에도 나섰다. 자산 3조 원의 베트남 최대 여객운수업체 FUTA(푸타) 그룹의 자회사 Kim Long Motors(킴롱모터스)와 KD(현지조립형 반제품) 생산계약을 체결했다. 베트남 중부 HUE(후에) 산업단지에 공장 건설 중이며 내년 티볼리와 코란도, 토레스를 시작으로 2025년부터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칸도 생산된다. 향후 5년간 21만 대 총 6조 원 수준의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FUTA그룹이 나선만큼 KG모빌리티가 에디슨을 인수하면서 버스 공급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에디슨모터스 인수가 마무리되면 향후 푸타 그룹을 통한 베트남 여객운수 사업에도 차량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 초 에디슨모터스로의 인수만이 회생의 답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KG모빌리티가 그로부터 14개월이 지난 현재 에디슨모터스 인수에 나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KG모빌리티는 지난달 에디슨모터스 기업 실사를 모두 마쳤고, 2일 공시를 통해 조건부 투자계약 체결을 밝혔다. 

KG모빌리티는 지난 2일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위한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라며 “향후 공개입찰을 진행해 인수의향자나 입찰자가 없거나 KG모빌리티 인수내용보다 유리한 내용을 제시하는 입찰자가 없는 경우 KG모빌리티를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과거의 쌍용차는 트럭과 버스 등 대형 상용차 분야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었고, 기술력도 충분히 갖췄던 바 있다”라면서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통한 시너지는 KG모빌리티의 생산능력 확대와 더불어 글로벌 진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G모빌리티. [이창환 기자]
KG모빌리티.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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