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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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 구 전경련)의 회비 납부를 두고 주요 그룹사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과 SK, LG는 고심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최근 회비를 냈다. 이번 납부는 한경협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회비를 납부 안 한 빅 3그룹은 내부 검토 중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경유착 그림자론'을 신경 쓰는 분위기다.

또한 오는 10월 예정된 22대 국회 국정감사도 부담이다. 21대 국감 당시 전경련 탈퇴 후 한경협 재가입 여부와 정경유착, 재벌 특혜 방지 대책 등을 따져 물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 현대차그룹, 7년 만에 한경협 회비 납부…삼성 SK LG도 회비 납부 고심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지난 3월 말∼4월 초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420여 개 회원사에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각 사별로 고민에 빠졌다. 삼성은 여전히 숙고 중이다. 삼성은 준법감사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한경협 가입 권고안'에 따라 회비 납부 전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 한경협 회비 두고 고민 깊어지는 재계

당시 준감위는 회비 납부 사전승인 외에 한경협이 정경유착 행위를 비롯해 회비나 기부금을 기존 목적 외에 부정하게 사용하면 즉시 탈퇴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권고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한경협으로 변한 이유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한 취지였는데, 지금 상황이 인적 구성이나 물적 구성에 있어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겼는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한경협 스스로가 한 번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며 "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 시스템적으로 그게 가능한지를 검토해 (한경협 회비 납부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이날 준감위 회의에서 '삼성의 한경협 회비 납부'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정을 보류한 것은 한경협이 '잘못된 고리를 끊겠다'라고 공언했지만, 이를 담보할 만한 인적 쇄신 등 혁신 작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LG그룹과 SK그룹은 삼성의 눈치를 보면서도 회비 납부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LG그룹은 국정농단 사태 이전부터 한경협과 거리두기를 했던 만큼 이번 재가입에 선뜻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SK그룹은 계열사별로 이사회 보고를 마친 뒤 이르면 이달 중 회비를 납부할 것으로 알려진다. 단 SK그룹의 경우 참여 계열사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SK(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4곳이 종전 회원사였지만 SK네트웍스 대신 SK하이닉스가 합류한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초 회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4대 그룹 중 유일하다. 현대차그룹의 한경협 복귀는 7년여 만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총 5곳이 회원사로 활동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의식해 한경협 측에 SOS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한경협은 회비 납부는 각 그룹과 회원사가 결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직접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비 납부를 강제로 집행할 수도 없는 만큼 납부 기한도 명확히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4대 그룹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을 탈퇴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정경유착 가교 구실을 한 미르ㆍ케이(K)스포츠 재단 설립에 관여한 데다 기업에서 강제로 모금한 돈을 이들 재단에 전달해 출연금을 납부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로 말미암아 4대 그룹의 탈퇴로 이어졌다.

더욱이 류진 회장이 취임했지만, 김병준 전 회장 대행이 여전히 한경협에서 상근 고문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김 고문은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을 맡으며 회장 후보 추천과 한경협 출범까지 협회의 쇄신 역할 맡아왔다. 

한경협은 지난해 내부 공사를 통해 김 고문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했다. 월급을 비롯해 개별 차량과 일정의 활동비도 지급한다. 그동안 회장 직무를 수행했던 인물이 상근 고문으로 남은 건 그가 처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삼성 준감위 위원들도 “정경유착을 끊어낼 인적·물적 쇄신이 되지 않은 것”이라 지적한 것으로 알려진다.

- 한경협 '자발적 납부' 기대...국감서 뜨거운 감자 될 듯

일각에서는 벌써 오는 10월 예정된 국감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경유착' 논란으로 전경련을 탈퇴했던 4대 그룹이 회원사로 복귀하는 것은 "신(新) 정경유착 시대를 열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산자위 등 여러 상임위에서 한경협 재가입 경위를 추궁하기 위해 4대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신청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돈다.

한편, 4대 그룹은 한경협의 1그룹에 해당해 연간 회비가 각각 35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회비는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올해 안으로 납부를 완료하면 큰 이변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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