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7월10일 당 대표 연임 출마를 선언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미 3년 전인 2021년 10월10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을 때도 “먹고사는 문제”를 제기한바 있다. 그때 그는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주동의 강력한 경제 부흥 정책”을 단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전 대표는 7.10 당 대표 출마선언에선 “출생기본 소득, 기본주거, 기본금융, 기본의료, 기본교육 등을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자신의 “기본 소득” 시리즈를 재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은 소외된 계층을 위한 기본 민생경제를 뜻한 걸로 짐작된다. 그러나 그는 “먹사니즘”이 자신의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했는데, 이데올로기로는 생소하다. “이즘(ism)”을 붙인 이데올로기로는 “코뮤니즘(공산주의), 캐피털리즘(자본주의) 파시즘(이탈리아 베니토 무솔리니의 독재주의) 등 보편적 이데올로기 용어가 많다. 이 조어들은 코뮤니스트(공산주의자), 캐피탈리스트(자본가) 파시스트(파시스트 신봉주의자)에 “이즘”을 붙인 단어이고 사전에도 나와 단번에 인지하게 된다. 그에 반해 “먹사니즘”은 생뚱맞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이 전 대표는 신조어 “먹사니즘”을 만들어 이데올로기로 굳혀 가면 차차 익숙해질 거라고 기대하겠지만, 조어가 너무 본래의 뜻과 멀어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그래서 “먹사니즘” 보다는 본래 이재명이 추구하는 소외된 계층을 위한 “민생경제 우선주의”라는 조어가 보다 쉽게 전달될 수 있다. 
 
이 전 대표가 제시한 “먹사니즘”은 전 진보좌파 대통령들이 언급한 “밥은 법이다”, “밥이 민주주의다”, 북한 인권문제는 “기아선상에서 해방시킨 후에” 등을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 시장 선거 때 “내게 법 법하지 마라. 내게는 밥이 더 중하다 ”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의 다급한 인권문제와 관련, 북한을 “기아선상에서 해방”시킨 뒤 제기할 문제라고 했다. 김•노•문•이 네 명의 공통점은 그들이 진보좌파로서 유물론(Materialism)적 시각에 이끌렸다는 데 있다. “밥이 법이다”, “밥이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등은 자본주의체제에서 하루 세끼 밥을 보장받지 못한 ‘소외된 인간’의 박탈감을 항변하는 유물론적 메시지라는 데서 그렇다. 

칼 마르크스는 유물론 사관을 펼치면서 ‘소외된 인간’을 주제로 올렸다. 그는 ‘소외된 인간’이란 자기가 생산해 낸 재부를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능력을 박탈당한 인간이며 그로 인해 인간적 즐거움을 상실한 존재로 보았다. 먹고사는 물질적 문제가 정신적인 자유 가치 보다 더 소중하다는 뜻이다. 마르크스는 먹고사는 재부가 소수 자본가에 의해 착취, 독점된다며 자본주의를 뒤엎고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진보좌파 대통령들이 “밥은 법이다” “밥이 민주주의”라고 외친 것은 공산주의 혁명을 선동하기 위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자유민주국가의 기본인 법치를 벗어났다는데서 우려치 않을 수 없다. 밥을 위해선 법을 어겨도 좋다는 준법 경시 발상이었다. 노조의 임금인상이나 기본 소득을 보장하라는 폭력시위도 “밥”을 위한 거라면 좋다는 걸로 읽히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도 “기아선상에서 해방”시킨 다음이라는 것 또한 정신적 인권보다는 물질적 밥을 더 중시한데 연유한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똑같은 맥락에서 이재명의 “먹사니즘 “도 자유민주의 정신적 가치를 부정하는 유물론적 인식의 편린으로 들린다. 신조어는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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