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식 제네시스 G80 ‘유사사고’ 또 있었다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했던 2018년식 제네시스 G80 차량을 사고 수습에 나선 관계자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창환 기자]
급발진 의심 사고를 일으킨 제네시스 G80 차량을 사고 수습 관계자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 1일 밤, 서울시청역 앞 일방통행 도로에서 인명참사를 불러온 2018년식 제네시스 G80 차량의 사고 원인에 대해 논란이 크다. 그간 제조사와 소비자 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져 온 ‘급발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무엇보다 해당 차량 운전자가 40년간 운송업에 종사해 온 이른바 ‘운전 전문가’이기에 사정당국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이전에도 2018년식 제네시스 G80에 의한 유사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사진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오면서 굉음과 함께 운전자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속력으로 달려 나간 과정 등 이번 사고와 유사한 점을 취재진이 찾아 나섰다. 

서울시청역 앞 제네시스 차량 역주행 사고 ‘인명참사’
‘급발진 제로’ 주장에 전문가 반박 “전자제어장치 봐야

서울시 중구 소재 한 회사에 근무하는 중견 간부 A씨, 그는 2023년 8월을 잊을 수 없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신의 2018년식 제네시스 G80 차량을 몰고 지하주차장에서 올라오던 A씨는 출구로 나가는 오르막에서 자신의 차량으로부터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지난 4일 취재진이 만났던 그는 “당시 차량을 몰고 출구로 올라오는데 오르막 중간쯤 갑자기 ‘왱’하는 굉음이 나기 시작했다”라면서 “순간 브레이크로 발을 옮겨 밟았는데 뭔가에 막힌 듯 딱딱해져서 밟히지가 않았고 속도가 오르기 시작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굉음내며 달린 ‘제네시스’ 막혀버린 듯한 브레이크

그의 설명에 따르면 차량이 지하주차장 밖으로 나오는 중간에 굉음을 내면서 RPM이 급등했다. 이상함을 감지한 A씨가 즉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량은 급가속하며 바깥으로 튕겨나갔다. 지상 연결 출구는 우측으로 이어져, 페달이 통제를 벗어난 상황에서도 충돌을 막기 위해 그는 우측으로 핸들을 돌렸다.

속도가 붙은 채 올라온 차량은 지상에서 우측으로 돌며 건물 기둥을 한 차례 치고 차량 관리실로 돌진했다. 당시 관리실 근무자는 달려 나오는 차량을 보고 사색이 됐다. A씨는 ‘순간적으로 인명피해만큼은 막겠다’는 생각으로 핸들을 돌려, 간발의 차이로 지상주차장으로 돌진했다. 그의 차량은 외부에 주차된 차량 2대와 연속 충돌하며, 담벼락까지 밀어낸 다음 멈췄다.

취재진이 이번 서울시청 앞 사고를 언급하기가 무섭게 그는 “급발진”이라면서 “나도 여기저기서 나온 영상을 봤는데, 내가 당한 사고와 유사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시청 앞 사고 차량이 우측 차선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일방통행으로 들어선 데 대해서 ‘급가속 되며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가능성’을 묻자 “100퍼센트야, 100퍼센트”라고 답했다.

이번 시청 앞 사고를 두고는 일부 전문가의 시각과 여론이 제각각 엇갈리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전의 수많은 사고와 달리 일각에서는 “급발진 가능성 제로(0%)”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일부러 가속페달을 밟았다’라는 등의 조작된 소문까지 나돌았다. 

서울시청역 앞 역주행으로 인명 피해를 불러온 제네시스 차량 사고의 당시 상황과 유사한 급발진 의심 사고가 지난해도 있었던 것으로 취재 중 확인됐다. [이창환 기자]
서울시청역 앞 역주행으로 인명 피해를 불러온 제네시스 차량 사고의 당시 상황과 유사한 급발진 의심 사고가 지난해도 있었던 것으로 취재 중 확인됐다. [이창환 기자]

충돌 이후 충격으로, 정상 제동 가능성도

급발진의 가능성이 낮은 원인으로, 마지막 제동 상황이 수차례 언급됐다. 가해 차량이 급가속 중인 영상에서 브레이크(제동)등이 켜지지 않았고, 마지막 충돌 이후 브레이크 등이 정상적으로 켜지면서 멈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해당 차량의 특징을 정확히 모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서울시청역 앞 사고와 관련 지난 3일 취재진에게 “사고 차량이 ‘급발진’인가 여부를 두고 일각의 주장처럼 단정적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라며 “가해 차량이 굉장히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끝에 가서 스스로 차량이 섰다”라고 입을 열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인 급발진 의심사고의 경우 사고 차량이 충격 또는 충돌에 의해 멈추게 되는데, 해당 제네시스 차량은 사고 이후 스스로 제동했기 때문에 마치 ‘급발진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올 수는 있다는 것.

하지만 김 교수는 “스스로 제동했다고 해서 결코 급발진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라면서 “정상 주행 중 차량이 충격에 의해 급발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급발진 상황에서 다른 차량이나 외부 장애물과의 충돌 등으로 정상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데 이번 사고의 경우 후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80 차량의 경우 전자제어장치로 제동이 결정되는데, 급발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잘못된 신호에 의해서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시청 앞 차량의 인명사고 발생 직전의 영상을 살펴보면, 역주행으로 급가속 중에도 인도를 지나는 보행자를 순간적으로 회피하는 듯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 1차 충돌 장면.
지난해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관련 1차 충돌 장면.

EDR(사고기록장치) 자동차업체 면죄부

김 교수는 “대부분 급발진 의심사고의 경우 완성차 업체들이 EDR(사고기록장치, Event Data Record) 데이터를 중요한 증거 자료로 제출한다”라면서 “이는 해당 업체의 면죄부에 해당할 뿐이다. 정상작동하지 않는 차량의 기록을 어떻게 정상으로 판단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발생했던 시청 앞 사고와 관련해 급발진 여부를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급발진이라면, 나오는 차량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통행으로 잘 못 접어든 이후 급발진이 발생했을 경우와 지하주차장에서 올라오면서 급발진이 발생해 바로 우측의 통행로로 합류하지 못하고 완만하게 우측으로 뻗은 일방통행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을 가능성 등이 점쳐진다. 

지난 4일 자동차정비 분야 박병일 명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2018년 제네시스 G80 차량은 기존 차량과 다른 특성이 있다”라면서 “저 차는 전자제어로 브레이크가 작동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앞에 물체가 나타나면 운전을 잘못하더라도 자동차를 세우는 그런 장치가 있다”라며 “가해 차량이 제동장치 리콜을 받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사사고를 언급했던 A씨는 취재진에게 “제네시스 차량 구매 후 2년이 지날 무렵, 서울시내 도로 주행 중 가속페달을 밟아도 작동을 멈추며 속도가 줄어, 도로 한 가운데서 시동이 꺼진 적이 있었다”라면서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성동구 소재 정비센터를 방문했더니 정비사가 해당 문제 관련해 ‘잘 오셨다’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더불어 “급발진 의심사고 수개월 전(지난해 초)에 차량정기검사에서 ‘제동장치 불합격’을 받은 바 있었다”라면서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AS 업체에 가서 비용을 들여 해당 장치를 수리하고 나서 다시 검사에 통과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의 차량은 그로부터 머지않아 급발진 의심사고를 당했다. 

A씨는 사고 직후 제네시스 차량 사고와 관련해 “제조사인 현대차에 제보했고, 현대차는 당시 EDR검사를 하겠냐고 물었다”라면서 “처음에 하겠다고 했지만, 나도 직장인이라 여기저기 시간 뺏기며 다닐 수가 없어 중도에 포기했다”고 답했다. 30년 동안 매일 같은 건물로 같은 주차장에 출퇴근하면서 가장 익숙한 자리에서 급발진 의심사고를 당했던 A씨, 그는 현재 독일계 완성차업체의 차량을 타고 있다. 

한편 서울시청역 앞 제네시스 차량과 관련해 사고 원인 등에 대해서는 경찰이 조사에 나섰으며,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약 2개월가량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1일 서울시청역 앞에서 발생한 제네시스 역주행 사고 현장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국화꽃과 소주병이 놓여있다. 사진은 7월6일 길을 가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현장을 바라보는 모습. [이창환 기자]
지난 7월1일 서울시청역 앞에서 발생한 제네시스 역주행 사고 현장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국화꽃과 소주병이 놓여있다. 사진은 7월6일 길을 가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현장을 바라보는 모습.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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