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어려운 13세 미만도 7000명
피해자 한목소리 “강력 처벌 규정으로 예방책 마련해야”

월계우리통합상담소 기관. [해바라기센터]
월계우리통합상담소 기관. [해바라기센터]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성범죄 지원센터 이용자 중 ‘미성년자’가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밝혀지며, 가중처벌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스토킹범죄의 경우 성폭행과 달리 미성년자에 대한 특별보호 조치가 뚜렷하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입법 과정에서 특별보호 필요성 검토를 강력히 요구했다. 스토킹행위가 중대범죄로 이어질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독일, 미국 등에서는 미성년자 대상 스토킹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예방과 사후 조치의 바탕이 될 강력한 입법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토킹행위는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끼치는 피해가 상당하다. 행위의 특성상 강력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는 인식에서 국내외적으로 스토킹행위에 대한 형사법적 개입과 방지책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2021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처음 제정됐다. ‘신당역 살인사건’ 등 스토킹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후 스토킹행위 유형을 더욱 다각도로 추가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강화하는 개정이 한 차례 이뤄졌다.

당시 개정과정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스토킹범죄의 가중처벌규정 도입이 논의되었으나,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스토킹으로부터의 미성년자 특별보호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특별한 보호 필요성 검토를 요구했다.

스토킹행위는 성장과정 중인 아동·청소년에게 미칠 영향, 향후 중대범죄로 이어질 잠재적 위험성, 미성년자의 범죄취약성 등을 고려하면, ‘스토킹처벌법’ 상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검토된다.

현행법상 미성년자 특별보호 조치는?

현행 법률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특정범죄의 경우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보다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거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범죄 성립이 안 되는 경우도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해당하게 하는 등 특별보호 사례가 있다.

대표적 예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위 ‘온라인 그루밍 행위’의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성착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어려운 아동을 강력하게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외에도 성인에 대한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나, 19세 미만자에 대한 강간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13세 미만자에 대한 강간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런 현행 법률을 두고 “모두 미성년자의 범죄취약성 등을 고려한 형사법적 특별보호라는 입법정책적 결단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도 “스토킹행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연령과 관계없이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스토킹처벌법’에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스토킹행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는 개정법률안이 수차례 발의됐으나, 입법에 이르지는 못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 이용자 절반 ‘미성년자’

지난해 성폭력 등 피해자 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를 이용한 인원은 2만3419명이었다. 이 중 미성년자는 총 1만1736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과반인 50.1%였다. 13세 미만도 31.1%인 7277명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1만9142명으로 81.7%를 차지했고, 남성은 3965명으로 16.9%였다. 피해 유형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이 있었다. 그중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는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62.5%, 1만542명으로 가장 많았다.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신규 개소 해바라기센터 지원 및 성폭력 피해자 영상증인신문 연계 네트워크 구축 확대 등을 통해 전국의 해바라기센터가 5대 폭력 등 피해자를 안정적으로 보호·지원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미성년자 성폭력 예방 및 사후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입법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다른 성범죄와 달리 가중처벌 근거가 부족한 스토킹의 경우 더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항인 셈이다.

스토킹범죄, “면밀한 법률적 보호 필요해”

지난 4일 취재진이 만난 스토킹범죄 피해자 A씨는 스토킹범죄가 면밀한 법률적 보호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증명할 방법이 뚜렷하지 않고, 범죄 성립 유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해 조기 대처가 미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보통 연인 관계거나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런 경우 신고하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하고, 범죄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보복의 두려움도 지니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스토킹은 사전에 예방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점점 범죄행위가 커진다”라며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범법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이런 특성을 지닌 범죄 유형인 걸 고려하면, 미성년자의 경우 더욱 대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라며 “법적으로 강력한 처벌이나 보호 조치가 보장되지 않으면 예방이 어려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독일의 경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스토킹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이 2021년 도입됐다. 미국도 아동 스토커에 대해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으며, 정해진 기존 형기보다 최대 5년 가중처벌 될 수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삼은 스토킹 등의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관련한 입법을 요구하며 ‘구체적 연령기준 설정’, ‘적정한 법정형의 설정’, ‘다양한 가중적 구성요건 신설 필요성 검토’ 등 세 가지를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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