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박지양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박지양 변호사]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에 보면, 주인공 뫼르소에 대한 살인 혐의의 형사재판에서 그의 친구 레이몽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레이몽은 뫼르소를 향해 안심하라는 듯이 살짝 손을 흔들고는 곧바로 법관에게 뫼르소는 죄가 없다고 진술한다. 법관은 그것은 증인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나아가 레이몽의 증언도 배척한다. 레이몽이 경거망동을 한 것인지, 재판장에게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기도 전에 공판은 끝이 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레이몽의 잘못이다. 민 ‧ 형사를 통틀어 재판은 말싸움을 하는 곳이 아니다. 지지자가 많다고 해서 당사자의 주장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증인은 그 누구의 편이 되고자 오는 사람도 아니다. 재판장이 판결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진실을 증언하러 오는 사람일 뿐이다. 어느 한 편에 일방적으로 친밀하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증인은 그만큼 객관적이지 못하다. 레이몽은 처음부터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처지였고, 그런 그의 증언을 배척한 법관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이다.

애초에 증인은 가장 증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물이나 기록이 아닌, 불안정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물증의 객관성에 한참 못 미친다. 얽힌 감정과 서로 간의 이해관계까지 고려하면 사실 인간의 증언이란 대단히 불완전하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신청하는 것이 증인신문이며, 재판장들이 수도 없이 증언을 배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증인신문은 재판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사건을 수행하면서 증인 출석에 자신감을 보이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자신의 편을 들어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유로 유리한 증인이란 한 편으로는 대단히 위험한 존재이다. 그만큼 객관성을 의심받을 가능성이 크다. 재판장은 증언을 안 믿으면 그만이지만, 객관적이지 못한 증인은 민사의 경우 상대방 측 변호사나 형사의 경우 검사의 반대신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 결국 크나큰 반격의 빌미를 주게 될 수도 있다.

교과서 이론과 같이 객관적인 증인을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렵고, 변호사 또는 변호인의 입장에서 반드시 바람직한 일인지도 다소 의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증인신청은 전문가와의 치밀한 전략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본인에게 호의적인 증인이라고 해서 소송상으로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내 편이 법정에서는 순식간에 또 하나의 레이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박지양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변호사시험 합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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