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법 개정 사안”… 올해는 코딩·필라테스 민간자격 난무
‘스펙 쌓기’ 유인책 ‘이름만 다른 자격증’… 소비자 피해 속출
2018년 발표·약속한 ‘등록갱신제’, 당시 “민간피해 줄이겠다” 선언
주무 부처 “실시간 모니터링 및 민원 발생 시 사후 대응 노력”

자격증 반납 퍼포먼스. [뉴시스]
자격증 반납 퍼포먼스.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국가공인 민간자격증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취업난이 계속되며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취업준비생이 늘자 이른바, ‘자격증 장사’가 성행하는 셈이다. 한 분야에서도 유사한 민간자격증이 난무하지만, 전문성·실효성은 증명되지 않은 상황. 엎친 데 덮친 격 발급처가 폐업하는 경우 무용지물이 돼 버리는 등 피해 사례가 오랫동안 속출해 왔다. 정부는 2018년 문제를 인지하고 민간자격증 ‘등록갱신제’ 도입을 발표했으나, 본지 취재결과 아직도 정책 불이행 상태다. 당시 국무조정실과 함께 나섰던 교육부는 “법 개정 사항이라 아직 시행 못 하고 있다”라고 답한다. 소비자 피해는 계속되는 가운데, 향후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이목이 쏠린다. 

취업난이 가속화되며 고용시장에서는 취업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대학입시 수준의 경쟁률과 더불어 서류심사, 면접, 인·적성 검사 등 이외 각종 전형을 통과해야 높은 합격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스펙 쌓기’ 즉 관련 자격증 취득으로 이어진다. 최근 이슈가 되는 인공지능 활용 능력이 업무에 요구되면서 ‘코딩’ 자격증의 인기가 높다. 코딩은 특정 기능을 컴퓨터에서 구현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만드는 작업을 의미한다.

높은 수요에 반응하는 민간단체들은 수많은 자격증을 등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코딩 관련 민간자격증은 지난 4월 기준 무려 429개에 달했다. 이름도 ‘로봇 코딩’, ‘드론 코딩’, ‘사물인터넷 코딩’, ‘아동 코딩’ 등 다양하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무용지물’이라고 말한다. 코딩 민간자격증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IT 기업 관계자들도 민간자격증이 특별한 가점 대상이 된다고 밝히지는 않았으며, 실제 개발역량과도 무관하게 본다고 밝혔다. 

민간자격증 5만 개 돌파, ‘우후죽순’ 실효성 전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민간자격증 수는 총 5만3840개다. 민간자격증 등록의 경우 금지 분야만 아니면 등록할 수 있으며, 요건도 까다롭지 않다.

이에 매년 5000개 이상의 민간자격증이 등록되고 있다. 2020년 6079개, 2021년 6056개, 2022년 5572개 지난해에는 6176개로 집계됐다. 이렇게 유사한 종목의 민간자격증이 난무하면서, 소비자들마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2030 등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필라테스의 경우 유사 자격증이 지난 14일 기준 1316개로 확인됐다. 필라테스와 관련된 자격증이지만, ‘체형케어’, ‘키즈놀이’, ‘스포츠’, ‘태권’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 있으며, 한 기관에서 다수의 유사 자격증을 등록한 경우도 있었다.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따려는 수강생들은 난감하다. 해당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통상 2~3개월 동안 400~500만 원의 고액 수강료를 지불해야 하는 데다, 발급기관이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단체여서 전문성·실효성 더불어 언제든 폐지될 수 있는 위험부담을 떠안고 있다.

정부, 자격증 장사꾼 용인? 관리? ‘갱신 제도’조차 없다

본지 취재결과 현재 정부는 국가자격증과 달리 국가가 공인한 민간자격증임에도 불구하고 갱신 제도를 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5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연구원) 관계자는 “민간자격증은 한 번 등록되면 갱신을 하는 등 유효기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 번 등록하면 쭉 유지되는 상황”이라며 “별도로 갱신을 해야 하는 등 이를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관련 법안이 마련되면 갱신제 등을 도입해 제도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자격증과 관련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현재 기준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민원 응대가 전부다. 그는 “피해가 발생하고 민원 요청이 들어오면 직접 응대하기도 한다”라며 “그 외 민간자격증의 경우 분야에 따라 부처별로 관리하고 있기에 최종 권한은 주무 부처에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민간자격증 등록 및 유지와 관련해 현재 허위 광고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규정 안내, 사전 동영상 교육 그리고 주기별 안내 자료를 배포하며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무조정실·교육부 ‘등록갱신제’ 도입 약속했었다

정부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피해 발생과 ‘자격증 장사 용인’이라는 비판에 맞서 2018년 4월18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민간자격제도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국무조정실과 교육부는 “민간자격증 운영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 이에 등록갱신제를 도입해 자격을 정비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까지 민간자격증 등록갱신제는 시행되고 있지 않다. 지난 14일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갱신제 같은 경우 법 개정 사항이라 아직 시행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공식 발표 및 약속된 사안임에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교육부는 당시 개선방안 발표와 같은 날 “민간자격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등록갱신제를 도입하는 등 민간자격증 운영과정 전반의 관리체계를 대폭 정비해 민간자격증이 건전하게 운영되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인기 종목 코딩 & 필라테스 주무 부처 대응은?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코딩 관련 민간자격증 난무 및 현 실태와 실효성에 제기되는 의문에도 자격기본법 법령에 따라 (자격증) 등록을 해 줄 뿐이며, 그에 대한 운영과 관련해서는 사후 모니터링 정도만 실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필라테스 관련 민간자격증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관계자는 자격 관련 내용 검토 및 등록 처리 정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상황을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 모니터링과 문제 발생 시 시정명령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간자격증 피해는 복수의 정권에 걸쳐 이어져 왔다. 이에 지난 정부는 2018년 민간자격증 관련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권리를 위한 정책 개선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올해까지 민간자격증 문제 예방이나 대처할 수 있는 ‘등록갱신제’는 아직이다.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피해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계속 나타나는 상황. 정부의 발 빠른 대처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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