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구부’, 더불어민주당 ‘인구위기대응부’ 등 신설 시사
국회입법조사처 “저출산위, 역량 부족… 부처 정책 나열에 그쳐”

인사하는 주형환 신임 저출산위 부위원장. [뉴시스]
인사하는 주형환 신임 저출산위 부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저출생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인구 문제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인구감소 대응 전담 부처 신설에 대한 주장도 나온다. 여·야도 동의하며 지난 총선을 앞두고 ‘인구부’, ‘인구위기대응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저출산위를 향해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라며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일본, 프랑스, 스웨덴 등 성공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관계 부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2005년 인구 문제 컨트롤타워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를 설립해 현재까지 인구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계속 감소해 지난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저출산위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23조에 의해 중요 정책 심의 권한을 부여받은 위원회를 중심으로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이 수립한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관련 정책 집행을 담당한다. 하지만 저출산위의 체계상 인구 문제 대응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최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구정책 추진체계의 개편에 대한 여러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저출산, 고령화 등을 해결할 중추 역할로 저출산위가 적절한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여야 ‘인구 부처’ 신설 ‘공통 문제의식’ 확인

여당은 ‘인구부’, 야당은 ‘인구위기대응부’ 등 인구 전담 부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시도지사협의회는 균형발전에 중점을 둔 ‘인구지역균형발전부’의 신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인구부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강화하고,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부처다.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한 저출산 정책을 인구부로 통합하고 부총리급으로 격상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1월 저출산을 전담하기 위한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제시했던 민주당은 “저출산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는 전담부서 설치를 위한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책적 중요성과 정치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인구 전담 부처 신설의 구체적 방향성과 조직안은 부재한 상황이라며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저출산위 역량 부족”

저출산위는 민간의 역량을 활용하고 정부의 종합적인 대응을 목표로 시작됐다. 하지만 실제 자문위원회라는 조직 특성의 한계로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이 제한적이다. 

우선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에 따르면, 자문위원회는 법령에 규정된 기능과 권한을 넘어서는 범위에서 자문·조정·심의 등을 할 수 없다. 

이에 저출산위는 대통령 직속 기관임에도 정책 심의 권한만 갖고 있을 뿐,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다. 결국, 새로운 인구정책 개발과 부처 간 정책 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조사처)는 지난달 16일 ‘인구감소 시대, 인구 전담 부처 설치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위는 설립 의도와 달리 각 부처의 정책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고, 부처 간은 물론 중앙·지방 사이를 연계하는 역량도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출산위 산하 조직으로 신설된 인구정책기획단도 범부처 협의체를 표방하지만, 자문위원회라는 동일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라며 “따라서 저출산위는 비용 대비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취약한 컨트롤타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해외 주요국 인구정책은?

세계적 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경우 2022년 합계출산율이 1.2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추진했다. 같은 해 ‘아동기본법’과 ‘아동가정청설치법’을 제정하고, 지난해 ‘아동가정청’이라는 새로운 부처를 설립하며 저출산과 고령화 담당 부처를 분리했다.

즉, 독립적인 전담 부처인 아동가정청으로 저출산 정책을 일원화하고, 다른 부처의 아동 관련 정책에 권고권을 부여해 통합적인 시각에서 저출산 정책을 실시하도록 도모하고 있다.

EU 내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한 프랑스는 중앙부처인 노동보건연대부를 중심으로 장단기 인구정책 계획을 수립·실행했다. 아울러 정부와 민간 대표로 구성된 총리 산하의 가족아동고령화고등위원회가 다양한 인구정책을 제안하고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가족수당기금공단(CNAF)은 전국 100여 개의 지역사무소를 통해 각종 수당 지급, 보육 관련 서비스 등을 수혜자에게 직접 지원한다. 현장 중심으로 일원화된 재정 지원과 사회서비스 공급을 구성해 효과적인 정책 집행을 추구하는 셈이다.

대표적 복지국인 스웨덴은 저출산 현상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사례로 꼽힌다. 스웨덴은 보건사회부를 중심으로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포함한 복지정책을 실시한다. 보건사회부는 사회복지, 보건, 사회서비스, 노인·사회안전 담당 장관이 각각 있어 해당 분야를 총괄·감독할 수 있다.

특히, 주민들과 밀접하게 교류하는 지방정부가 복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부문별 책임 기관들과의긴밀한 협력관계 속에서 유기적 정책 추진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조사처는 이를 두고 “해외 주요국들의 인구정책 추진 체계와 부처는 특정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정책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현장 중심의 연계를 추구할 수 있는 각자의 방식을 갖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인구 문제 해결이 전담 부처의 설치 자체가 아닌, 정책적 책임성을 담보하고 유기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성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함을 시사한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저출산위는 ‘국민과 함께 만드는 저출생 정책 공모전’을 지난달 26일부터 개최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 해소’라는 주제로 ‘결혼지원’, ‘출산지원’, ‘양육부담 완화’, ‘일·가정양립’, ‘주거지원’, ‘구조개선’, ‘기타’ 등 7개 분야에 관한 정책 제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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