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일정으로 서울 현충원 참배…반성‧쇄신 강조
김두관‧이수진 등 “윤호중 비대위로는 안 돼” 분열 양상 가속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윤호중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구성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식 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윤호중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비대위가 14일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공식 출범을 알렸다. 비대위는 지방선거 이후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기 전까지 당 지도부 역할을 맡게 된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들과 함께 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반성하고 쇄신하겠습니다. 국민의 뜻 받들어 더 새로워진 민주당으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대선 패배에 따른 국민께서 저희에게 주신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잘 새겨서 민주당이 더 새로워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75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는 것도 동시에 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쇄신 의지를 다졌다.

이어 국회에서 진행된 첫 회의에서는 당의 변화를 위한 대책이 논의됐다. 윤 위원장은 “민주당의 교만함이 패배를 불렀다.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나태함과 안일함이 만든 결과”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뼈와 살을 가르는 마음으로 분골쇄신하고 국민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n번방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출신으로 비대위에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한 박지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의 안이함을 패배 원인으로 지목하며 성범죄 엄정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에서 발생했던 권력형 성범죄 문제와 2차 가해 논란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논란에도 사과를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구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공동비대위원장 인선 발표가 있고 많은 분이 우려하셨다”며 “새로운 사람이 책임자가 된 만큼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윤호중 비대위 체제에 반대하는 당내 목소리가 나타나면서,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좀처럼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일괄 퇴진한 상황에서, 역시 책임이 있는 윤 원내대표만 홀로 남아 비대위를 이끄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민주당 김두관·이수진 의원이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한 데 이어, 민주당 보좌진들로 구성된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도 입장문을 내고 윤호중 체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 분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윤 위원장은 박지현 위원장과의 공동 운영 체제를 구축하고 비대위원의 절반을 2030세대로 채우는 등 ‘파격 행보’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비대위 운영 의지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자신에 책임을 묻는 여론에 대해 “대선에서의 책임은 통감한다”면서도 “비대위가 지방선거를 80일 앞둔 상황에서 출범하게 된 이유 때문에 중간에 개편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전 지도부에서 내렸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의 일축에도 반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어, 향후 비대위 활동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반발) 움직임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윤호중 체제로 이대로 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여론은 (당내에) 많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다음 지도부 구성 이전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게 비대위인데, 지금의 비대위는 당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의총에서 (비대위 수락도) 투표로 의결된 게 아니다. 투표를 했으면 반대가 더 많이 나왔을 것”이라며 양해를 얻었다는 윤 위원장의 설명과도 배치되는 입장을 보였다. 박지현 공동위원장 등 새로운 인물 등용에도 “공동위원장이라고 해도, 크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겠나. 보여주기 위한 인선일 뿐이다”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부러 대응을 안 하는 것 같다. 무시 전략을 쓰는 것”이라며 반대 여론을 일축한 윤 위원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대로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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