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종목, 내일 상한가 직행"…나는 이렇게 당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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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코스피 3000P 시대/암호화폐 7000만 원 달성'
코로나19와 부동산 규제 이후 마땅한 투자처가 없던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 또는 코인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돈 버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돈을 잃는 사람도 있다. 또한 제3자의 잘못된 도움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도 많다는 것이다.

 리딩방 회원 이용 주가 띄운 뒤 먼저 팔아 차익 얻고 회원들에게 피해 전가
 서비스 해지 요구해도 이용료 반환 않거나 위약금 요구하기도

(사)금융소비자연맹, (사)소비자와함께, (사)해피맘 등 경제단체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주/코린이 울린 수법들⓵

퇴직 후 은퇴자금을 보유하고 있던 A씨는 지난 1월20일 증권사 펀드매니저와 만나 보유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상담을 받았다.

A씨는 펀드매니저의 전화번호를 저장했고, 상담 다음 날 카카오톡에서 이 펀드매니저의 얼굴 사진과 소속, 직함, 이름이 모두 나온 카카오채널 계정을 찾아 전날 상담해 준 것에 대해 ‘감사’ 문자를 보냈다.

이후에도 A씨는 펀드매니저와 카카오톡으로 투자 상담을 이어갔고, 펀드매니저가 안내해 준 주식회사 명의의 은행 계좌로 1월21일 1억 원씩 2차례에 걸쳐 총 2억 원을 송금했다.

A씨가 송금한 것은 펀드매니저와 전날 실제로 만나 전화번호를 저장한 후 펀드매니저의 이름과 얼굴, 직장명이 일치하는 카카오 채널이 검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가 카카오톡채널로 대화한 사람은 전날 만났던 펀드매니저가 아니었다. 펀드매니저의 얼굴, 이름, 직함을 사칭한 계정이었다. A씨가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계좌에 송금한 돈이 모두 빠져나가고 난 후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일이 발생하기 전 A씨와 상담했던 펀드매니저가 자신을 사칭한 투자상담 카카오채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카카오 측에 사칭 계정을 신고했음에도 카카오 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러한 상태에서 실제로 해당 펀드매니저의 고객이 채널에 속아 피해를 당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자신을 사칭하고 리딩방을 운영하는 카카오채널을 발견하고 지난 1월29일 카카오에 명의 도용 채널을 삭제해달라고 신고했다. 그러나 4월 말까지도 카카오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주/코린이 울린 수법들⓶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자신의 피해 사례를 네이트판에 적으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유료리딩방 피해보신분 계신가요?' 제하의 글에서 2020년 4월께 주식토론방에 링크가 올라와 들어가 보니 무료 주식단체리딩방이었다고 했다. 반장이라는 사람이 운영하고 있었고 수십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주식 정보를 나누고 반장의 신호에 맞춰 주식종목을 매수매도 하는 곳이었다.

B씨는 한 달에 3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욕심이 생겨 계약을 헸다. 5월8일 계약 첫 달 가입비 포함 119만 원을 둘째 달부터는 29만 원씩 냈다.
매일 반장으로부터 정보가 올라오고 종목을 짚어 주고 반장의 신호에 맞춰 모두가 매수를 하게 되면 그 종목은 순식간에 가격이 치솟았다가 매도사인에 맞춰 우르르 가격이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러던 중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일들이 생겼다. 반장이 조금 후 무료방에 올라갈 종목인데 미리 알려준다며 무료방보다 먼저 매수하고 먼저 매도하는 일들도 종종 있었다. 또 다른 경우는 C종목을 1만원 이하로 매수하라고 얘기해서 바로 들어가 보면 C종목 현재가가 9800원인 경우 등 오히려 반장이 알려준 매수가가 더 높은 경우도 있었다.

그걸 보면서 누군가는 총알받이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의심과 금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됐다.

이후 그는 단체리딩방에 마이너스가 된 종목에 대한 소해 및 해지글을 올렸다가 개인간의 계약사항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강퇴 당했다고 한다.

그는 글 마무리로 "고액의 가입비에 투자손실에 대한 이중 부담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된다"며 "근래들어 주식열풍이라고 하던데 저역시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혹시라도 유료주식리딩방을 가입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혹여라도 제 체험기가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올려본다"고 일갈했다.

이 외에도 해지 시 실제로 납부한 서비스 이용료가 아니라 이른바 '할인 혜택을 제외한' 고액의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거나, 해지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켜 환불 금액을 줄이는 수법도 잦았다.

게다가 리딩방 측이 투자자 계좌를 맡아 직접 운용했다가 원금 거의 전액을 날리거나, 미리 특정 종목을 사 놓고 리딩방 회원들을 이용해 주가를 띄운 뒤 먼저 팔아치워 차익을 얻고 회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더 심각한 피해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 한탕 노리다가는 큰 코 다칠수도

현재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수많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증권사의 카카오채널이 검색된다. 해당 채널들은 언제든 문의를 남겨주시면 상담을 해 주겠다고 하고, 주식투자, 실전매매 등 투자상담을 광고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업 등록을 하지 않으면 투자자문업 또는 투자일임업을 하지 못한다. 펀드매니저를 사칭하면서 투자 상담을 하는 계정은 모두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불법 계정들이다. 이러한 신고를 받으면 즉시 사칭계정을 삭제하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결국 이들이 수수방관하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이 받게 됐다. 경제단체들도 이 부분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논란이 된 카카오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카카오는 권리 침해 피해 당사자의 권리 침해 신고 시 지체 없이 영구제재 등의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칭 채널에 의한 소비자 금전 피해 발생 시 소명 과정을 거치면 즉시 해당 채널을 규제하고 해당 관리자에 의해 생성된 멀티 채널 모두 일괄 규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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