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엄 우유 아닌 마케팅 효과...해외 A2 멸균우유와 품질 차이 없어"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사랑받는 기업,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이 최근 출시한 'A2+(에이투플러스) 우유'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A2 우유'가 단백질 단일 성분만으로 마치 프리미엄 우유인 것처럼 마케팅하는 것은 소비자를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우유는 이러한 마케팅 비용 대신 현재 지나치게 높은 A2 우유 가격을 10% 이상 낮추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A2 우유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해 모든 우유를 A2로 선보여 "서울우유는 A2 우유"라는 인식을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5일에는 간담회를 열고 신제품 A2+ 우유 출시를 알렸다. 이 자리에서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은 "2020년부터 약 80억 원을 투자해 A2 우유를 공급하고 형질 검사를 하며 전용 목장을 만들었다"며 "좋은 원유를 더 좋게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A2+ 우유가 세상에 나오게 됐고 A2 우유로의 전면 전환을 통해 또 한 걸음 앞서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A2 원유 비율을 100% 교체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올해 말까지 일평균 약 1900톤(t)의 원유 중 3%인 50t을 A2 우유로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서울우유 조합원의 모든 목장에서 A2 원유가 생산될 수 있도록 전 라인을 A2 우유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는 A2 우유의 효능도 발표됐다. 최경천 서울우유 상임이사는 "A2+ 신제품은 유제품을 접하는 데 불편함을 가진 사람, 더 건강한 삶은 영위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우유"라며 "품질 혁신으로 역대 최고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 '나 100%'에 이어 A2+우유로 시장의 기준이 되겠다"고 말했다.

- 가격 논란…‘프리미엄 입증’ 관건      

문제는 흰 우유를 시작으로 A2 원유를 사용한 락토프리, 유기농, 강화우유 등을 내놓으면서 얼마나 가격 인상을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A2라고 하면 뭔가 고급스러운 이미지일지는 몰라도 실상은 다르다"며 "A2 단백질 단일 요소 구성 외에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소화를 편하게 해주는’ 우유와 차별점을 찾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좁아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이들은 "우유 섭취 시 배앓이나 알러지가 없는 사람은 일반 우유를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며 "A2 우유로 100% 전환할 경우 우유 가격만 더 비싸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우유 공식 온라인몰에는 사육 환경과 제품의 기능성 관련 유기농, NON-GMO(유전자 변형을 하지 않은) 사료, 무항생제, 동물복지, 락토프리 여부 등을 묻는 소비자 질문에 “해당하지 않는다”로 대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소비자주권회의측은 "일반 우유와 A2 우유의 차이는 원유 속 단백질이 A1이냐, A2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며 배앓이 없는 우유라는 수식어에 맞게 A2 단백질이 소화에 더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락토프리 우유보다는 못하다"며 "즉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A2 우유를 먹고 탈이 나지 않는다고 100%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입산 우유와 비교해 사육 환경 부분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소비자주권회의는 "소비자들은 최근 목초육, 목초 방목 계란 등 방목 환경에서 자란 식품을 선호하는데 넓은 초원에서 방목해 젖소를 기르는 것이 기본인 수입 A2 우유를 국내 환경에서 뛰어넘는 건 쉽지 않다"며 "국내 A2 우유 가격 경쟁력도 문제다. 서울우유 A2+ 우유 판매가는 100ml당 504원으로, 서울우유의 일반 우유(370원)보다 134원 더 비싸다. 수입산 A2 우유와 비교해도 판매가가 144원 정도 높다"고 했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1조 7529억 원이던 국내 흰 우유 시장은 매년 위축돼 2023년 1조 6591억 원으로 감소했다. 2025년에는 1조 6000억 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요서울DB]
[일요서울DB]

국내 우유 소비 감소에도 외국산 우유 수입은 급증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2020년 1만 1476t에서 작년 3만 7404t으로 3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만 6700t을 기록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5만t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산 우유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싼 가격 때문이다. 대규모 젖소 목장을 운영하는 폴란드·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우유는 L당 가격이 1500~1600원으로 국내산의 절반 수준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6년이면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 관세가 0%가 된다. 저렴한 외국산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오면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국산 우유의 경쟁력이 빠르게 저하될 수 있다. 신제품(A2) 출시에 따른 지나친 가격 인상으로 2026년 밀려오는 해외 유제품에 대항해 A2·푸드마일리지·무지방 우유 등 마케팅 꼼수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다.

소비자주권회의는 "서울우유 등 우유 제조사들은 자체 혁신 없이 지금처럼 신제품 마케팅을 통한 가격 인상이나 해외 멸균우유 흠집 내기에 급급하지 말고 자체 비용 절감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 없이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에 따른 유제품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면 남은 길은 공멸밖에 없다"고 전했다.

- 서울우유 "소량 생산이라 비쌀 수밖에..."

서울우유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한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평균 1900톤이 나오는데 이중 A2 우유는 30톤(1.5%) 가량 나온다. 소량 생산이다 보니 비쌀 수밖에 없다"며 "2030년까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때가 되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