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 희망 유전자세포치료… 심사 과정만 ‘2년’
국회, 국정감사 때 식약처에 질의… 법안 발의 예정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각종 희귀·난치병의 희망이라 불리는 ‘유전자세포치료’. 우리나라는 높은 기술력과 우수한 연구진을 지녔지만, 임상 심사 과정이 지지부진해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는 식약처에 인력 확충, 신속한 임상시험 승인 등을 촉구했고,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 때 식약처를 불러 현 사태에 대한 구체적 해결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다. 관련 상임위 야당 의원들은 정부 부처와 협의 과정을 거쳐 상황 개선을 위한 법안 발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각계 전문가들도 공통된 문제로 임상시험을 위한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 환자와 보호자들은 하루빨리 상황이 개선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바라고 있다.

의료대란이 계속된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의료정상화를 손 모아 기다리는 상황이다. 정부와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안이 필요한 시급한 가운데, 그중 국내에서 공론화되지 못한 희귀·난치 질환자들의 경우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바라보고 있다. 치료제 상용화 과정에서도 수많은 환자가 목숨을 잃는 실정인 만큼 당국의 신속한 입법·행정 처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희귀질환은 인구 중 발생 빈도가 낮지만,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신에 악영향을 미쳐 매우 위협적인 질환으로 여겨진다. 국내 의료비지원사업 대상으로 등록된 희귀질환은 1038개로 25만 명 이상의 환자가 희귀질환 산정특례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대상에도 들지 못하는 경우에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새로운 희귀질환이 계속 나타나는 가운데, 대부분 명확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거나 연구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신체적, 정서·심리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지는 등 어려움 처해있다.

한국, 우수한 기술력 지녔지만 활용 無?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연구 및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에 근간이 되는 원천기술이 높은 수준으로 마련돼 있다.

하지만 원천기술이 있어도 교수 및 의사들은 임상시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일례로 첨단재생 치료가 필요한 대상이 ‘고위험군’인 경우 ‘인체용 바이러스 벡터값’ 등 각종 양식과 수치를 식약처에 제출해 심사를 받은 후 승인이 완료돼야 임상시험이 허락된다.

하지만 바이러스 벡터 코어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은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며 미국, 유럽 연구자들과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환경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50억 원 수준의 고비용이 발생한다.

즉, 과기부를 통해 원천기술을 개발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구자들의 과기부 기술 활용을 승인하면 50억 수준의 고비용을 2억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역량 부족? 심사 과정만 2년

임상시험 심사 과정도 큰 문제로 꼽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전자세포치료 관련 임상시험의 안전성을 평가한다.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협회)는 이를 두고 “식약처는 유전자세포치료와 관련해 예산, 인원, 전문성 부족으로 안전성 평가를 비전문가와 소수의 인원으로 처리 중이다”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나 유럽의 재생의료 신속 검사, 평가 기준을 반영하려고 노력하나 열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 2년 정도 걸리는 안전성 평가 심사 과정으로 인해 임상시험을 기다리는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라며 “복잡하고 까다로운 심사 과정에 연구자들이 해외로 임상연구를 추진해 국부가 유출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FDA는 ‘네거티브 방식(법·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일본의 업무 방식을 따라한 ‘포지티브 방식(허용된 사항 외 나머지를 전부 금지하는 규제)’으로 안전성 평가를 진행해 심사 체크리스트에 누락된 항목이 발생하면 1년 정도 검토 및 심사 기간이 소요된다.

협회는 취재진에게 식약처에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해 업무 방식을 바꾸고 신속 심사를 하기 위한 전문성 강화, 인력 충원 및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연구자 및 교수 등 집단에게 사전 심사 승인을 위한 체크리스트 및 자료 요건 등을 공유하고 가이드할 수 있는 바이오 행정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회, 국정감사서 식약처 소환한다

국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과기부를 불러 관련 사항 질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미 각 부처에 필요 자료 제출 요청이 이뤄졌다.

취재진이 입수한 국정감사 질의서에 따르면 이날 국회는 정부에 ‘유전자세포치료제 연구가 임상시험으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원인·해결방안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다. 이어 식약처의 심사 과정으로 인해 임상시험이 지연되고, 환자들이 신속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다.

협회는 국정감사에서 신속한 연구 진행을 위한 필요 사항을 정부에 제시할 예정했다. 특히, 행정력 부족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못해 환자들이 사망하는 상황을 두고 행정적 지원, 제도 개선, 예산 실효성 제고, 신속한 임상시험 승인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소아 희귀·난치 환자들 임상시험 못 받고 있어”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유전자세포치료에 있어 우리 아이들이 임상시험조차 못 받는 실정”이라며 “최근 미래의학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공통된 문제로 고비용 소요, 식약처·복지부 이중승인 절차 등을 행정적 요인을 꼽았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강형진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유전자세포치료제의 연구와 임상시험에 좀 더 나은 환경이 필요하다”라며 “미국 FDA도 유전자세포치료제를 심사하기 위해 신약 허가 심사 인력 확충에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FDA는 유전자세포치료에 대한 심사 역량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담당 부서를 확대 개편하고, 현재 300명인 심사 인력을 향후 5년에 걸쳐 100명 추가 채용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도 식약처가 그와 비슷한 규모나 방법을 따라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는 내부 논의를 통해 대안 마련을 위한 절차 돌입에 나섰다. 국정감사 이후 관련 전문가·환자단체와 식약처, 복지부, 과기부 등과 함께 입법 예산 사업을 마련할 예정이며, 관련 상임위 야당 의원 등이 협력해 12월쯤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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