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어줄 이자만 220억 늘어…법적 다툼 길어질수록 혈세 눈덩이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법원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을 기각했다. 정부가 또다시 불복해 상고하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수 있지만 늘어나는 지연이자만큼 국민 혈세가 증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정부가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소송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2008년 1월11일 당시 론스타 존 그레이켄 회장이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에워싸인 채 재판장을 떠나고 있다. [뉴시스]
2008년 1월11일 당시 론스타 존 그레이켄 회장이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에워싸인 채 재판장을 떠나고 있다. [뉴시스]

서울고법 민사14-1부(부장판사 남양우·홍성욱·채동수)는 지난 5일 열린 재판에서 허드코파트너스포코리아리미티드, 론스타펀드포(유에스)엘피 등 론스타 펀드 관련 법인 9곳이 한국 정부와 서울시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정부가 론스타에 세금 약 1600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수긍한 것으로 사실상 2심 법원도 론스타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2심 판단이 나온 것은 지난해 6월 있었던 1심 선고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법정에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앞서 1심은 국가와 서울시가 론스타에 부당하게 부과한 세금 1682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1심 판결한 바 있다.

- 론스타게이트 파헤칠수록 늪에서 허우적(?)

지식백과 나무위키에 따르면 론스타 게이트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의 지분 51%와 경영권을 인수 및 매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논란 및 사건을 통칭한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 외환 위기 때 부실화된 외환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국외 자본을 유치했다. 출자자는 독일 코메르츠방크다. 당시 코메르츠방크는 "(외환은행) 정상화를 우리가 모두 책임질 수는 없으니 (한국) 정부도 증자에 참여하라"고 요구했고 정부는 이를 수락한다.

그러나 현대건설, 현대전자 등이 줄줄이 부실화되면서 외환은행은 다시 휘청이게 된다. 이후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선다.

당시 은행법은 해외의 은행 또는 국내 금융기관과 합작한 투자자 즉 금융자본만이 시중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예외는 BIS 비율이 8% 이하인 부실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경우다. 산업자본인 론스타로서는 예외 규정의 적용을 받아야만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2003년 7월 이강원 외환은행장은 2003년 말 BIS 비율을 6.16%로 예상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금감원에 보냈고, 금감원은 2003년 9월 26일 이에 근거해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자격을 승인해 준다. 하지만 금감원은 론스타가 인수할 자격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승인해 줬음이 밝혀졌다.

2003년 10월, 론스타는 1조 3834억 원을 지급하고 외환은행 지분 51%를 취득한다. 신주 1조 원 상당을 인수하고, 코메르츠방크와 정부(수출입은행)의 지분을 3000억 여원에 매입하는 방식이다.

신주 가격은 4000원, 구주 매입 가격은 5400원으로 외환은행의 2003년 평균 주가가 3000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3% 정도의 웃돈이 붙어 있는 가격이었다. 그러나 론스타의 인수 석 달 만인 2004년 2월 외환은행 주가가 급등하면서 론스타가 1조 원의 평가익을 얻게 되자, 헐값 매각 논란이 일어난다.

2005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 등은 외환은행이 BIS 비율을 조작해 론스타를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국회의 감사청구에 따라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해 2006년 6월, 외환은행이 인수 자격 없는 론스타에 헐값으로 매각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에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2006년 11월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구속했지만 2, 3심에서 무죄를 선고한다.

론스타는 2006년 1월부터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한다. 2006년 3월 KB국민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5월 6조 원 이상 규모로 본계약이 체결됐으나 11월 24일 론스타는 계약을 파기한다. 계약에는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법 사실이 없어야 매각 대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론스타 측은 검찰수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약을 파기하고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HSBC가 매수자로 나서서 2007년 9월 6조 원 규모로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신청했으나, 앞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금융위의 승인은 계속 지연되는 와중에 HSBC가 매매대금을 2조 원이나 깎아달라고 요구하면서, 결국 2008년 9월 HSBC와의 계약도 성사되지 못했다. 때마침 세계 금융 위기의 발생으로 글로벌 시장에 금융기관 매물이 쏟아져나오면서 HSBC가 변심한 탓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인데,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방해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주장하게 된다.

론스타는 이미 외환은행의 매각으로 4조 원의 차익을 남겼으나,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매각이 지연되고 더 낮은 가격에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되어 손실을 보았다면서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를 통해 대한민국에 5조 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재판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결국 '혈세'

한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사건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제기한 ‘ISDS’와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가 지금까지 총 652억 6500만 원 상당의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져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쉰들러, 다야니, 론스타 사건의 최종 패소 시 물어줘야 할 금액을 제외한 돈으로 이들 비용까지 포함 할 경우 국민 혈세는 천문학적으로 증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9월1일까지 법무부가 ISDS 관련해 집행한 예산은 총 652억 원에 달한다.

법무부의 ISDS 관련 예산 집행액은 2013년 47억 원에서 2014년과 2015년 각각 105억, 223억 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가 2020년부터는 200억~500억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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