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진 영풍 고문 손잡은 MBK vs 고려아연...상호 비방하며 지분 전쟁, 왜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비철금속 분야 글로벌 1위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다. 더욱이 최근 국내 1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뛰어들면서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법정 다툼도 예고된 상황이다.

석포제련소 전경 [뉴시스]
석포제련소 전경 [뉴시스]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공개매수 시도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부인하며 최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은 장형진 고문을 동일인으로 하는 ‘영풍’그룹 기업집단 계열사이고, 영풍 및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다"라며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MBK 파트너스가 최대 주주와 함께 시장을 통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며 적대적인 행위, 경영권 탈취와는 관계가 없다"라고 밝혔다.

MBK 파트너스 "문제의 발단은 경영 대리인인 3세 최윤범 회장이 장 씨와 최씨 일가의 공동경영 정신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회사를 장악하려고 함에 있다"라며 "직계 포함 지분 2.2%에 불과한 최윤범 회장은 영풍과의 협력관계를 종결시키고, 최대 주주인 영풍과 장씨 일가의 경영 참여를 봉쇄하면서 고려아연의 자금을 이용해 본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다"라고 주장했다.

MBK 파트너스 "최대 주주인 영풍과 장씨 일가는 소모적인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고려아연을 전문 경영체제로 전환해 글로벌 기업으로 더욱 성장하게 하려고 기업 경영 전문가이자, 투자 전문가인 MBK파트너스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일임한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울산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울산 지역경제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13일 주당 66만 원에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10월 4일까지 진행한다고 알렸다. 공개매수 목표 지분은 약 7∼14.6%(144만5,036주∼302만4,881주)이며 대금은 약 2조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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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이번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추진을 위법이라고 판단, 장형진 고문을 포함해 이번 공개매수에 가담한 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풍과 MBK가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영풍은 회사 차원에서 손해를 입게 되지만, 이익은 고스란히 MBK에 넘어간다는 점에서 영풍 전체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영풍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려아연 지분 절반 이상을 처분하는 내용 등의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정당한 경영 판단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당사의 대주주는 주식회사 영풍이지, 영풍에 대한 아무런 경영상의 권한이 없는 장형진 고문이 아니다"라면서 "영풍 이사회에 3명의 사외이사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영풍의 사외이사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양사의 다툼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한편, 김두겸 울산시장은 16일 긴급 성명을 내고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 생산 등 울산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책임지고 있다"며 "중국계 자본이 대거 유입된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쪽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가면 이후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수 있고 울산의 산업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온산 제련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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