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력사 자금 운용의 어려움에 내민 ‘도움의 손길’

[사진 = 현대홈쇼핑, 뉴시스]
[사진 = 현대홈쇼핑,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추석을 맞아 국내 기업들이 협력사 또는 중소 협력업체에 정산대금 및 결제대금을 조기지급하면서 ‘상생경영’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명절 전후로 두고 원자재 대금, 직원 상여금 지급 등 자금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협력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관계사들은 당초 지급일보다 앞당겨 추석 연휴 시작 전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풍성한 한가위’정산대금 조기 지급 나선 기업들 (上)]에 이어 [‘풍성한 한가위’정산대금 조기 지급 나선 기업들 (下)]에서는 국내 기업 중 유통·통신·건설 기업의 정산대금 조기 지급에 관해 알아봤다.

-좋지 않은 시장 상황에도 ‘상생 경영’ 실천하는 기업들
-“대금 조기 지급을 통해 협력사가 어려운 경영 상황 극복하는 데 도움 되길”


유통업계·통신업계·건설업계 등 다가오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적잖은 자금 소요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침체와 함께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영향으로 협력사들의 경제적 부담을 커질 것을 우려해 결제대금을 조기 지급하는 추세다. 더불어 최근 티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및 미지급 사태로 결제대금 논란이 확산하고 있어 대금을 조기 지급함으로 협력사와 상생 관계도 유지하며 ‘상생경영’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신세계그룹은 2024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중소 협력회사의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납품대금 조기 지급에는 이마트·신세계백화점·신세계DF·SSG닷컴·신세계L&B 5개 사가 참여한다. 규모는 2600억 원 수준으로 2000여 개 협력회사에 지급된다.

대금 지급을 앞당긴 것은 고금리·고물가 등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협력회사들의 명절 자금 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신세계그룹은 추석을 앞두고 납품대금 지급 시기를 기존 정산일로부터 최대 10일 앞당겨 9월 10일에서 13일 사이 지급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직원들의 임금, 상여금 및 원자재 대금 등 자금 소요가 많은 명절을 앞두고 중소협력사들의 납품대금을 앞당겨 지급한다”며 “협력사와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그룹 CI [ 사진 = 신세계 그룹]
신세계 그룹 CI [ 사진 = 신세계 그룹]

현대백화점그룹도 그룹 계열사와 거래하는 9500여 중소협력사들의 결제대금 2133억 원을 최대 10일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에 결제대금을 조기에 지급받는 중소 협력사는 현대백화점과 거래하는 2600여 곳을 비롯해 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한섬·현대리바트·현대L&C 등 13개 계열사와 거래하는 6900여 곳 등 총 9500여 개 중소 협력사들이다.

지난 8월 18일 롯데백화점 또한 추석 기간에 상여금 지급 등 일시적 비용 지출이 커지는 것을 고려해 3500여 개 파트너사에 8월분 판매대금 4000억 원을 조기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급일은 다음 달 13일로 기존 정산 기간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긴 것이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추석을 맞아 마련한 상생 지원 활동이 파트너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희망한다”며 “앞으로도 파트너사 입장에서 함께 성장할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도 정산 대금을 조기에 지급하는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 먼저 BGF리테일은 편의점 CU와 상품·물류 등을 거래하는 총 90여 개 중소협력사에 약 500억 원 규모를 지급하기로 했다. 

BGF리테일의 이번 조기 정산금은 CU와 상품 및 물류 등을 거래하는 총 90여 개 중소 협력사에 약 500억 원의 규모로 지급된다. 이번 정산 대금 조기 지급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와 내수 부진 등 대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을 협력사의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 시행됐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또한 GS25를 포함해 슈퍼마켓 GS더프레시, 홈쇼핑 GS샵 등이 추석을 맞아 GS25 가맹 경영주의 정산금과 상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의 물품 대금을 이달 30일부터 조기 지급한다.

기존 지급일보다 최대 13일 앞당겼다. 정산금 규모는 총 1900억 원이다.GS리테일이 대금을 조기 지급함에 따라 GS25 가맹 경영주는 명절에 필요한 긴급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물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는 원활하게 자금 운용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티몬 위메프 미정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환경을 고려해 지급 일정을 서두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혈경쟁으로 배달앱 시장 상황이 녹록지 못한 가운데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지는 추석 연휴(연휴 기간 확인)를 앞두고, 입점 외식업주 및 소상공인에 약 537억 원 규모의 정산대금을 조기 지급한다고 밝혔다.

올 추석 정산 대금 조기 지급은 ▲가게배달 ▲배민배달 ▲배민포장주문 ▲배민 장보기·쇼핑 등 배민 광고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주를 대상으로 한다.

배달의 민족 CI. [사진 = 우아한 형제들]
배달의 민족 CI. [사진 = 우아한 형제들]

해당 소상공인들은 원래 예정일보다 최대 6일 앞당겨 정산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9월 11일 수요일 발생한 정산 금액은 영업일 기준 3일 후에 지급되기에 기존대로라면 연휴 이후인 19일에 정산받을 수 있었으나, 이번 조기 정산을 통해 6일이 빠른 13일에 입금될 예정이다.

최성길 우아한형제들 결제정산프로덕트실장은 “외식업주를 비롯한 소상공인분들이 명절 자금 부담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 정책을 통해 입점 사장님의 사업 운영을 돕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도 최근 경기 불황과 티메프 정산 지연 이슈를 고려해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고 밝혔다. 먼저, 지난 5일 SK텔레콤이 추석을 앞두고 중소 비즈니스 파트너사들의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약 1260억 원 규모의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금 조기 지급 대상은 네트워크 공사 및 유지보수, 서비스용역 등을 담당하는 300여 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전국 250여 개 대리점 등이며 SKT와 SK브로드밴드가 함께 진행한다. SKT는 명절을 앞둔 파트너사들의 자금 수요를 고려해 파트너사들의 대금을 당초 지급일보다 앞당겨 추석 연휴 시작 전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SKT 을지로 사옥 외부 전경. [사진 = SKT]
SKT 을지로 사옥 외부 전경. [사진 = SKT]

SKT는 중소 파트너사들의 원활한 자금 운영을 돕기 위해 매년 명절마다 대금 조기 지급을 시행해 오고 있으며, 올해는 설날과 추석을 합쳐 총 2540억 원의 대금을 조기 지급하게 된다.

김양섭 S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번 대금 조기 지급이 중소 파트너사들의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통해 파트너사와의 동반성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이번 추석에 KT커머스, KT DS, KT엔지니어링, 브이피(VP) 등 그룹사와 함께 1070억 원의 납품대금을 중소 파트너사들에 지급했다. 지난 설에는 1193억 원을 지급하며, 이번 추석까지 총 2263억 원을 지급했다. 이와 함께 파트너사들에 시중 대비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 주는 상생협력펀드를 운영중이다. KT의 상생협력펀드는 1000억 원 규모로, 중소 파트너사의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0일 이번 추석에 336억 원을 1300여 중소 협력사에 현금으로 조기 지급했다. 지난 설(200억 원) 대비 68% 늘어난 규모다. LG유플러스는 올해까지 총 4600억 원의 납품 대금을 조기 지급했으며, 협력사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과 경영 자문을 병행하고 있다.

한상언 LG유플러스 동반성장·구매 담당은 “대금 조기 지급을 통해 협력사가 유동성을 확보하고 어려운 경영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시장 또한 얼어붙은 상황이다. 이런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들은 추석 명절을 맞아 협력사에 거래대금을 조기 지급하는 등 ‘상생경영’활동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5일 포스코이앤씨는 추석을 맞아 중소 협력사들의 거래대금을 최대 10일 앞당겨 지급기로 했다. 자금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예상해 중소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운용을 위해 이달 13일부터 22일까지 지급해야 하는 거래대금 890억 원을 9월12일에 지급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건설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들에게  거래대금 조기 지급을 통해 명절 상여금, 급여, 원자재 대금 등 현금 유동성 제고에 기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이앤씨 CI. [사진 = 포스코이앤씨]
포스코 이앤씨 CI. [사진 = 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건설 경기 불황과 고금리로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조기 지급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 해소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호반그룹 건설계열 또한 명절을 앞두고 협력회사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140억 원의 공사ㆍ물품 대금을  10일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협력사가 겪는 자금 운용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 위해서다.

이번 대금 조기 지급은 건설 경기 침체로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상생경영을 통해 함께 극복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호반건설 측 설명이다.

지난 3일 중흥그룹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 공사대금을 12일에 조기 지급했다. 조기 지급하는 공사대금은 약 1300억 원 규모로, 전액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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