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은행 주담대 역대 최고 ‘8.2조’ 기록... ‘고스란히’ 가계대출 증가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지난 10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에 은행별로 기준 없는 제각기 다른 가계대출 정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해 공식 석상에서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은행들의 자율규제를 강조한 금융 당국이지만, 실수요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한 상황이다.

-은행 자율규제쪽으로 방향 튼 금융 당국, 현실적인 방안 나오나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으며 실수요자 피해 없도록 해야 하는 은행들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18개 국내은행 은행장간담회가 열렸다. 이 원장은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가계대출 대응 방안과 관련 ‘은행권 자율관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금융당국 개입으로 인해 은행권이 대출절벽을 연출하면서 실수요자 피해가 급격히 증가할 것을 우려한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자금 등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며 “가계대출 취급에 있어 그간의 심사 경험을 살려 선구안을 발휘하고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은행들의 자율규제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꿨다.

이처럼 이 원장이 생각을 바꾼 이유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주담대와 전세대출 그리고 신용대출까지 대출의 문턱이 높아짐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어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보다는 자율규제로 선회한 거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차주의 대출 상환 능력을 넘어 감당하기 버거운 빚을 내 집을 산 투기적 수요를 걸러내는 역할 또한 은행에 떠넘긴 금융당국의 태도를 지적했다. 

향후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은행별 자율규제로 기조를 바꾼 이상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아야 한다는 점과 실수요자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 등이 눈앞에 놓인 과제다. 은행별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풀기 힘든 난제 속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은행장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서 조금 더 세밀하게 저희가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그로 인해서 국민들이나 특히 은행의 창구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하시는 분들께 여러 가지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서 이 자리를 빌려 송구하다는 말씀과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리겠다”라고 실수요자 피해를 재차 지적하면서 불거진 혼란을 직접 거론하며 사과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4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30조 원으로 지난 7월보다 9조3000억 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폭은  2004년 통계 작성 개편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주택담보대출규모가 수도권 중심의 주택 매매가 증가했다”며 “입주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상당폭 확대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타대출도 여름 휴가철 및 주식투자 관련 일시적 자금수요로 인해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 자료를 살펴보면 7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만8000호로 6월 4만3000호 대비 증가했으며 수도권으로 지역을 넓혀보면 6월 2만3000호에서 7월 2만7천호로 확대됐다. 입주 물량도 6월 2만6000호에서 7월 2만 호로 주춤했지만, 8월 3만2000호로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자금수요가 늘어남과 동시에 지난달 증시 폭락으로 인해 저가 매수를 위한 투자심리 또한 자극돼 수요가 전달에 비해 1조1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8월 역대 최고 증가 폭을 보인 이유에 관해 “정부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돌연 두 달 연기하면서 가계대출의 폭증에 일조했다”며 “시장에 혼란만 주더니,  정작 금융 당국은 대출관리 강화와 실수요자 보호에 대한 책임을 은행권으로 떠넘기는 상황이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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