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환 전환사채 조기상환’... “일종의 주주환원책” vs “전혀 동감 못 한다”

호전실업 기업 홈페이지. [사진 = 호전실업 홈페이지]
호전실업 기업 홈페이지. [사진 = 호전실업 홈페이지]

[일요서울 ㅣ 이지훈 기자] 호전실업 소액주주들이 몇 년간 참아왔던 불만이 곪아 터져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섰다. 호전실업은 그동안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 더해 주주환원책에 관해 소극적인 대응을 해 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소액주주연합은 10명~15명 규모이며, 지분은 10%를 보유 중이다. 적지 않은 주식 보유량이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사측에 자사주 매각 등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증액, 대표이사 급여 삭감 등을 담은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호전실업과 소액주주들이 주주환원책을 두고 간극이 쉽사리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요서울은 호전실업과 소액주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통만 잘 이뤄지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아”... 터져버린 주주들의 분노
-업계 일각, “승계 작업 위해 일부러 주가를 억누르는 것 아니냐”


현재 호전실업 소액주주연합(이하 연합) 구성원들은 한마음 한뜻이다. 방치된 주주가치를 호전실업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세워 회사의 가치를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주와 기업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주주들은 “호전실업과 주주 간의 소통은 잘 이뤄지는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통만 잘 이뤄지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연합은 사측이 회사 주가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듯한 태도에 ▲자사주 50억~100억 원 매입 ▲보유 자사주 5% 소각 ▲배당 가능 현금의 50%를 올해 3분기 특별 배당 ▲대표이사 급여 삭감 및 3년간 보너스 지급 금지 ▲연간 순이익의 20% 배당 등을 공시하라고 임시주주총회 안건을 제출한 상황이다. 현재 호전실업 측은 소액주주연합에 임시주총 철회 조건에 관해 물어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더해 소액주주연합은 자신들이 제출한 주주환원책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경쟁사에 지분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각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소액주주대표는 “이미 다수의 증권사, 사모펀드와도 접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호전실업 소액주주 대표 A 씨는 소액주주연합 구성에 관해 “15명세 20명 내외 소액 주주들이 모여 있으며, 실제로 회사를 방문한다거나 미팅 또는 유선상으로 컨택하는 주주들은 5명에서 10명 정도 있다. 이외의 인원들은 메신저 오픈단톡방에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액주주 연합에 모여 있는 주주들의 지분율은 공식적으로 8.8%로 정도고 비공식적 지분까지 합산할 시 약 13에서 15%수준이다. 평단가가 2만 원에서 2만 5000원 사이 이신 분들도 계시고 중간에 계속 물타셔서 평단가가 조금 낮으신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호전실업 측에서 사정이 어렵단 이유 등 여러 가지 변명을 대며 주주 가치 제고를 미루는 상황이다”며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지난 몇 년간 주주환원책이 단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지난 몇 년간 주주환원책 단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초 호전실업의 미상환 전환사채 잔액은 제12회와 제13회 전환사채를 합쳐 315억 원이었으나, 2023년 총 174억 원을 조기 상환한 바 있으며, 올해는  지난 2021년에 발행한 제12회, 제13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일부를 조기 상환했다.지난 7월에 상환하는 금액을 포함해 총 78억 원이 상환했다.

잔여 전환사채는 제11회 전환사채까지 합쳐 총 67억 원 규모이다. 조기상환은 사채권자의 조기상환 청구(풋옵션)에 따른 조치다. 미상환 전환사채를 조기 상환하는 등 호전실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주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연합은 “이 부분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이거는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기 위해서 전환사채를 발행해서 무이자로 돈을 빌린 거다. 그래서 그거를 이제 갚은 거지 않냐”며 “이게 어떻게 주주가치 제고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 전혀  동감할 수 없다. 이거는 오로지 결론을 해석하기 나름이다”라고 설명했다.

호전실업 소액주주 연합은 지난 8월 23일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금 증액, 대표이사 급여 삭감 등을 주총 안건에 넣었다. [사진=호전실업 소액주주 연합]
호전실업 소액주주 연합은 지난 8월 23일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금 증액, 대표이사 급여 삭감 등을 주총 안건에 넣었다. [사진=호전실업 소액주주 연합]

아울러 그는 “솔직하게 말하면 현재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호전실업의 기업 가치는 업계 꼴등 수준이다. 영업이익이라든지 회사 자체가 가진 메리트는 다분하다고 생각하는 데 사측에서 적극적으로 주가 관리라든지 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니까 답답할 뿐이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또한 “지난 7월 소액주주연합 중 5명 정도가 사측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주주환원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팅 당시에도 오는 분기에 요구 내용에 관해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연합은 “대표이사가 성과급 보수 명목으로 20억 원을 받아가는 것도 못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호전실업은 2인 대표이사 체제다. 박용철 대표이사가 조카인 박진호 대표이사에게 승계하는 작업에서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현재 호 박진호 대표가 24.25%, 박용철 대표는 17.65%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호전실업이 100점 중 70점은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점도 못 받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원래 기업 가치인 70점은 바라지 않을뿐더러 50점만이라도 제대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있다.

소액주주연합은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나선 만큼 사측에서 적극적인 제안이나 주주환원책 관련해 답변이 없으면 자신들이 준비해 둔 투서를 각처에 전달할 예정이며, ▲영원무역 ▲한세실업 ▲한세예스24홀딩스 등 경쟁사에 지분 매각을 적극 검토·이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꾸준히 주주와 소통 중...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소액주주와의 마찰에 관해 호전실업의 입장도 들어봤다. 호전실업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난 사항들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일단 내부적으로도 임시주주총회 소집 건 등에 관해 중대한 사안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쟁사 지분 매각에 관해서는 지분을 매입하려는 쪽의 의도도 궁금하다. 매입한 쪽에서도 경영 참여 목적 사항인지 단순 투자 사항인지 밝혀야 하는 부분이다. 경영 참여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사실 10% 갖고 경영 참여를 하면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가결이 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상환 전환사채를 조기 상환한 부분에 대해 “사측에서는 주가가 희석 안 되는 방향으로 현금 상환 등을 진행했으며, 이 또한 일종의 주주환원책으로 보고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소액주주들 중 대표성을 띤 분과 소통을 꾸준히 하는 상황이며, 이야기 또한 잘되고 있다”며 “주주들이 제의한 부분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호전실업은 스포츠웨어와 등산, 낚시 등 야외활동에 필요한 기능성 아웃웨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며 OEM, ODM 방식으로 의류를 공급하고 있다. 주요 거래처로는 ▲언더아머 ▲룰루레몬 ▲안다즈 마제스틱 등이 있다. 작년 연간 매출액은 4415억 원, 영업이익 351억 원, 당기순이익 171억 원을 기록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