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호처·대통령비서실·국방부 등 하위권 ‘오명’
양부남 의원 “책임감 있는 국정운영, 경각심 가져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행정안전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행정안전부]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정보공개청구’, 그중 정보를 전부 공개하는 비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통령경호처·비서실 등이 하위권을 기록한 반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국가유산청 등은 상위권을 기록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책임감 있는 국정 운영을 요구하고 나섰다. 관련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행정력 낭비를 이유로 정보공개 관련 법률을 개정한다고 공표했다. 다만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정당한 정보공개 청구는 신속히 처리해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겠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52개 시민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의 불투명한 행정과 정보 은폐 기조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라고 일갈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정부 ‘정보공개청구’의 전부공개율이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74%에 그친 것이 밝혀지며 실용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는다.

정보공개청구는 1998년 제정된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공개 의무 근거를 정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107만8000건 중 전부공개는 79만9000건

지난 8월26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접수한 정보공개 청구 184만2000여 건 가운데 청구인 스스로 취하하거나 민원으로 처리된 경우 등을 제외한 실제 정보공개 청구는 107만80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부공개’된 비율은 74%, 79만9366건으로 도입 이래 가장 낮았다. 전부공개율은 1998년 83%에서 2000년 86%, 2005년 80%, 2010년 81%, 2015년 86% 등 꾸준히 등락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2021년(78%)에 처음으로 70%대로 내려앉은 뒤, 지난해 7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중앙기관의 전부공개율은 64%로, 지방자치단체의 80%보다 16%포인트 낮았다.

가장 낮은 기관 ‘국가안보실’ 0%

지난해 기준 전부공개율이 가장 낮은 중앙기관은 국가안보실로, 13건의 청구 가운데 단 한 건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0%로 집계됐다.

이어 대통령경호처(17.6%), 우주항공청(25.0%),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30.8%), 대통령비서실(35.9%),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47.5%), 기획재정부(49.9%), 국방부(52.8%) 등이 뒤를 이었다.

전부공개율이 높은 중앙기관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97.1%), 국가유산청(93.7%), 기상청(92.4%), 병무청(90.1%) 등의 순이었다. 정보공개청구가 가장 많이 들어온 기관은 경찰청이 26만7000여 건으로, 전체 중앙기관 청구 건수인 41만1000여 건의 65%를 차지했다.

정보 전부공개율 가장 높은 곳, 울산광역시

전부공개율이 높은 지자체는 울산이 88.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북(87.8%), 경남(85.9%), 전남(85.1%), 경북(83.7%), 강원(83.6%) 등의 순이었다. 하위권으로는 서울이 73.1%로 가장 낮았고, 광주(75.6%), 경기(76.0%), 인천(76.7%)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해 양부남 의원은 “정보공개율이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지면서 정보공개 청구제도의 본래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라며 “책임감 있는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국민 알권리 보장, 국정 운영 투명성과 관련해 정부가 경각심을 지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보공개 신청을 제한하는 내용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며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행정력 낭비 심화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31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를 공고하며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악의적인 반복 청구 등 오·남용 사례로 인해 행정력 낭비가 심화되고 있다”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입법예고 이후 5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행안부는 “정상적 정보공개 청구를 신속·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일부개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대한 판단 기준 마련 ▲부당·과도한 요구에 해당 될 경우 ‘종결처리’ 근거 신설 ▲정보공개 청구 중 민원 처리 범위 한정 ▲동일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종결처리 근거 신설 ▲정보공개 예상 비용 사전 납부 근거 마련 등이 있다.

시민단체 공동성명 “정보 은폐 제도화”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권력감시대응팀, 진보네트워크,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52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8월28일 공동성명을 통해 “행안부가 입법예고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의 불투명한 행정과 정보 은폐 기조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며 즉각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공개법은 예산 감시, 부정부패 예방, 소비자 주권운동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고, 지금도 사회적 재난·기후위기·인권침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정보공개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52개 시민사회단체는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 파기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 의혹 ▲‘입틀막’ 사건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 ▲이태원 참사 책임 은폐 ▲‘김건희 명품백’ 자료 은폐 ▲‘대왕고래 프로젝트’ 자료 은폐 등을 열거하며 “윤 정부는 이슈가 생길 때마다 시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아닌 감추고 숨기는 데 급급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행안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 내용 중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두고 자의적 판단에 의해 국민의 정당한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금도 일상적으로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고, 민감한 정보는 정보공개법을 위반해서라도 비공개하는 행태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지난 8월30일 행안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전부공개는 긍정적, 부분공개는 부정적이라는 개념은 잘못된 것”이라며 “타인의 개인정보, 신상이나 CCTV 장면 등을 보호하기 위해 가리면 부분공개로 취급된다. 요청한 자료와 불필요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도 부분공개로 처리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부분공개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결국, 부분공개를 포함한 공개율은 최근 5년간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부분공개율이 늘어나면 전부공개율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즉, 전부공개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알권리가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부당한 정보공개 청구로 발생하는 공무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정당한 정보공개 청구는 신속하게 처리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데 힘쓰겠다”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에 최대한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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