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엇박자 정책... “은행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거 아니냐”

은행권은 금융 당국의 갑작스러운 대출 금리 인상 비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시스]
은행권은 금융 당국의 갑작스러운 대출 금리 인상 비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은행권은 금융 당국의 갑작스러운 대출 금리 인상 비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해 은행권이 손쉽게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택했다고 질책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만기나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의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는 등 ‘고육지책’인 상황이다. 지난 6월부터 집값 상승 신호가 감지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돌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연기하는 등 실수가 있었음에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 이르러 책임을 은행권에 모두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오히려 시장 질서만 어지럽힐지 걱정”
-“대출 제한 규제... 오히려 소비자들 부담만 가중”


지난 8월25일 이 원장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스케줄보다 가계대출이 늘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올리면 돈도 많이 벌고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어서 쉽다”며 “저희가 바란 건 (쉬운 금리 인상이 아닌)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이 원장의 이번 질책은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해 지난달부터 대출금리를 연이어 올리면서 금융권 내에서는 ‘실수요자 이자 부담만 가중돼 혼란을 야기하며 시장 질서에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은행권에 ‘금리 인상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 당국의 지적에 즉각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선 은행권이지만, 금융 당국의 압박에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대출 쏠림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타 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면 금리를 함께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자 장사를 위해’라고 치부하는 편중된 시각이 존재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연기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에 있어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금융당국의 지적... 불만 가득한 은행권

본지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질책에 관해 시중은행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관계자는 “실수요자 중 대출 이미 당겨 받은 고객들은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지만, 대출 실행을 앞두고 있거나 앞으로 받을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난처한 상황이다”라며 “현재 개인마다 계약시점이 3개월 뒤, 4개월 뒤 이렇게 차이가 나타날 텐데 이분들 경우 처음 예상했던 것과 달리 한도가 줄어들거나 할 수 있어서 부담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출할 때 한도가 조금 줄어드는 부분이야 다른 곳에서 자금을 추가로 만드는 등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총량적인 문제가 나오면 고객 입장에서 ‘어 나 대출 못 받는 거 아니야?’의 반응을 보일 것과 더불어 문제가 심각해진다”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이 원장의 은행권 ‘금리 인상’ 비판에 대해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을 줄이고자 할 때 단계별로 적용해 나간다. 은행들이 ‘금리인상’을 단계를 시행한 것은 실제로 실수요자들의 한도가 엄청 줄어들거나 하지 않을뿐더러 대출 이자 때문에 주택 구매 의지가 있던 사람이 포기하는 사례는 드물다.  

은행권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입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한 조치부터 순차적으로 단계를 적용해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금리 인상, 전세 대출에 대출 조건 추가 등의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이 원장의 질책이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소비자들에게 미칠지 금융권을 넘어서 국민 전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뉴시스]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뉴시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개입 강화 윽박에 은행별로 추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보기에는 다소 무리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규제로 인해 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며 “실제 주택 시장과 은행 대출 시장이 무조건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수요자입장에서 ‘대출이 만약 안 나오면 어쩌지’등과 같은 심리가 들면 일정부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인다”고 제언했다.

-“대출 규제 제한으로 주택 구매 앞둔 시점에 숨이 턱턱 막혀”

금융당국의 은행 개입 강화를 두고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부동산 등 각종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보면 “보험사 주담대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이제 대출을 은행이 아닌 보험사를 통해 받는 게 말이 되냐”, “왜 가계부채 관리하는데 은행권에만 강한 규제를 걸어 옥죄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연기하는 바람에 적용 전에 대출을 받기위한 소비자들이 많을 거라고는 예상을 못 했을 리가 없을뿐더러 자신들의 엇박자 정책의 책임을 되레 은행들에 뒤집어씌우는 거 아니냐”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또한 실수요자들의 반응 역시 차가웠다. 한 소비자 A 씨는 “신한은행에 이어서 국민은행까지 방공제(최우선변제 소액임차보증금) 없앤다고 하니까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되면 타 은행까지 슬슬 막을 거 같은 데 주택 구매를 앞둔 시점에서 숨이 턱턱 막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소비자 B 씨는 “이번 정부가 시장 개입을 강화하면서 은행 대출 제한 정책으로 단기적으로나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지만, 딱 거기까지일 거 같다. 이 시기가 지나가 큰 규모의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며 “누가 집을 살려고 할지 의문이다”라고 하소연했다.

방공제를 없앨 경우 방공제만큼의 은행에서 받는 대출 가능 금액이 적어짐에 따라 차주는 줄어든 만큼의 자기자금이 필요하기에 차주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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